내 소식

JH. [71098] · MS 2004 · 쪽지

2006-02-12 18:25:15
조회수 11,107

공부를 잘 하지 못하던 아이의 생각, \"결국 중요한 건 목표와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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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번 이곳에 있는 합격자 수기를 읽기만 하다가 큰 맘을 먹고 이렇게
직접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할까요? 저는 충북 제천에 살고있는 86년생 남학생으로 두번째 수능을 본 후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에 1차 추가로 합격 상태입니다.

제가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이 후에 이 글을 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잠깐의 중학교때의 이야기를 덧붙여 짧은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제가 살고있는 제천시는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로 다섯 개의 중학교와 일곱 개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이른바 명문대라는 곳을 가려면 남자의 경우 제천고, 여자의 경우 제천여고에
반드시 입학을 해야 했습니다.

중학교 당시의 저는 컴퓨터라는 기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소홀한 공부때문에
성적은 전교에서 중간 정도를 겨우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까지 마쳤을 때 제 성적은 <1학년 종합 : 124등, 2학년 종합 : 128등>
이었습니다. 전교생은 250명이었으며 위에서 말한 제천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학교 전체 성적이 80~90등 이내에 들어야 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상고에 진학해서 전자전기나 컴퓨터쪽을 공부하려던 전 중3이 시작 된 후에
고등학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생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컴퓨터를 전공하는 길은
상고를 진학학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천고에 진학해서 좋은 대학을 들어간 후 그곳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방법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죠.
머릿속이 단지 컴퓨터를 하고싶다는 생각뿐이었던 저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먹고
제천고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을 아버지와 중3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 의견에 따라주셨고 선생님께서도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
코피가 터질 정도로 공부할 각오를 하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전 한번도 다닌 적 없는 국영수 학원을 다니고 시험기간엔 가끔씩 독서실도 다니면서
예전엔 하지 않은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으며 1,2학기 중간기말 네번의 시험에서 전교 40등정도의
성적을 유지했으며, 중학교 총 성적을 87등까지 끌어올렸고 그 결과 420명 정원중 370등으로
겨우 제천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입학하던 시기부터 제천고등학교의 정원이 전년도보다 70명이 늘어났습니다.)

일단 작은 산을 넘었다는 생각을 한 저는 마음편하게 고등학교1학년을 지냈습니다.
학교 공부도 하면서 예전에 좋아했던 컴퓨터를 배우며 도내 홈페이지 제작 대회에서
수상도 해보며 지냈죠. 이건 제가 고1을 마칠때까지 모아두었던 모의고사 성적표중에
결과가 가장 우수했던 성적표를 간직해 둔 것입니다.



왼쪽의 등급판정의 경우 \"총점 언어 수리 사탐 과탐 외국어 : 4 5 4 5 4 3\"
등급이라고 적혀 있군요. 오른쪽의 원점수의 경우에는
언어 95.6 / 120 수리 42 / 80
사탐 41.5 / 72 과탐 28 / 48
외국어 60 / 80 총점267.1 / 400

그때까진 공부보단 그냥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던 저였죠.
그러다가 저를 공부의 세계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 계기가 또 생겼습니다.
바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 것이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저보다 두 살이 많은 여자분이었습니다 >_<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던 저는 우숩게도 멋진 모범생이 되는 것을
작전중 하나로 택한 것이죠.

그때부터 밤10시에 야자를 마친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독서실에서 새벽1시까지
공부를 했고 일요일에는 교회를 갔다 오고 나서 남은 시간을 모두 공부하는 데 쏟아 부었습니다.
공부방법보다는 공부량을 극대로 끌어올린 것이죠.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2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11등이라는 등수를 받게 되었고
오르는 성적에 짜릿한 맛을 느낀 저는 공부에 계속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량을 늘리면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공부를 해보고, 그에 따라서 저에게 가장 필요한
공부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나자 계속 주춤하고 있던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성적이 오른 것 처럼 같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400점 만점에 200점 중후반대를
달리던 점수는 곧 300점을 넘었고 순간 350점 근처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고2 1학기까지는 400점 만점으로 모의고사가 출제되었죠)
저에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종종은 \'그냥 막연한 컴퓨터\' 이외에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전공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수학이라는 학문이 저에게 잘 맞다는 것을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고3이 되었습니다.
전 500점 만점에 평균 440점 정도의 모의고사 점수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공부를 하고 있었죠.
그 해 여름쯤에 저를 흔들리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몸이 아프셔서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죠.
저희 집은 아버지와 저, 그리고 저보다 세 살이 어린 여동생, 이렇게 세 식구가 살고 있는데
그중 갑자기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자 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며칠 후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한달정도 입원해 있으면 많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옆 자리를
비우게 되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으심에도 공부에 바빠서 신경 하나 쓰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니
제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고, 입원해 계신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얼마간 머릿속이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잘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한달정도가 지난 후 아버지께서는 다행히도 어느정도 건강이 좋아지셔서 퇴원하셨고
전 다시 예전처럼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수능이 30일 남은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오랜만에 체육수업이 있어서 전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사고가 생겨서 왼쪽 다리의 근육이 파열된 것이죠.
이 사건 때문에 전 일주일동안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능을 한달 남기고 일주일을 병원에서 보내는 동안 정말 죽을맛이었죠.
결국 수능 당일 날 다리가 다 낫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목발을 짚고 수험장에
입실했습니다.

게다가 수능시험이라는게 도박처럼 운이라는게 필요해서인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고
제가 막바지 2년동안 공부를 하면서 저에게 맞는다고 생각했던 수학이라는 전공 대신에
예전에 좋아했던 컴퓨터라는 전공을 차선책으로 한양대학교 정보통신학부에 05학번 차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한때 컴퓨터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생활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미적분학 수업을 듣거나 확률통계학 수업을 들을때마다 \'내가 지금 수학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때 저는 청강으로 한 수학교수의 강의를 청강하게 되었는데
수학을 인생과 연관시키는 그 교수의 수업에 감동을 했고 그때부터 수능공부를 제대로 해서
기회가 남아있을 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2005년 7월 12일이었죠.

그때부터 하루에 5시간씩은 수능공부에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다가 9월이 되었고 전 공부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학원을 다니면서 다시한번 고3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며 9월 6일자로
강남대성에 등록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수험생활로 돌아가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 그리고 저때문에 힘들게 일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아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수능에서는 작년보다 20점 이상 오른 결과를 얻게 되었고
(언수외과 : 92 96 95 178, 총점461)
98.91점이라는 비교적 불리한 서울대 내신점수를 면접으로 극복하고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에
1차로 추가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을 적어드렸는데요, 가급적이면 공부방법등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적으려고 했는데도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딱 한가자기 있습니다.(특히 예비고2,고3들에게)

첫째로 목표를 세우자.
둘째로 목표를 이뤄야 하는 이유를 만들자.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정확할 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한 수필에서 그랬듯이, 그냥 눈밭을 걷는 것 보다 멀리 있는 한 나무를 목표지점으로 삼고
걸었을 때 그 발자국이 곧다는 것이죠.

또한 그 목표가 흐려지지 않도록 이유를 세우는 것이죠.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해주는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위해주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서 등등 하나의 이유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가 기본적으로 바닥에 깔려있을 때 많은 공부량과 바른 공부법이 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수학공부법이나 적당한 하루 공부량의 얘기 대신 제 긴 얘기를 늘어놓은 것은
바로 이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는 얘기이지만 이쯤에서 한번 더 마음을 다지고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제 글이 여러분이 갈 길을 결정해 줄 순 없지만 그 길을 가는 데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후기를 마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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