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평생에 언제 또 써보겠냐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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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재수는 절대 못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수능후기를 써보고 싶어서 한 번 올려보아요.
고3 초... 저희 학교는 서울대 근처의 평준화 고교였는데, 정말 분위기가 \'노세 노세 고3이니 노세\'정도의 분위기랄까요. 아무튼 남녀공학이라 남자애들이 50%정도를 깔아주는데다가(최상위권 몇명 빼면), 그 여자애들 중에서도 대략 다시 50%의 아이들이 내신을 받쳐줘 전체적으로 75%정도는 먹고 들어가는 곳이었다고 하고 싶네요.(외고과고분들께 대략 죄송한 마음이;;)
그래서인지 저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적어도 100일 전까지는 정말 편한 마음으로 설렁설렁 공부했다고 변명하고 싶네요.--;;
그래도 저희 학원은 뭐랄까, 학생의 자율적인 공부를 권장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2학년 말 겨울방학 때 수리를 열심히 해서, 1학년 때부터 50점 미만을 기록하던 점수를 7~80점으로 끌어 올리는 데에 성공했답니다.
2학년 때의 최저 점수는 320점대...저로서도 지금 생각하면 믿겨지지가 않네요. 고3초 3월모의에서 저 점수에서 약 100점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1학년 때 언수외 등급이 354였던 것에서 122로 바뀌었구요.
그래서인지 좀 자만을 하고 수능 때야 당연히 오르겠지...하고 있었던 게 화근일까요. 6월 9월 중요한 모의수능은 다 390점대를 기록하고서야 정신이 바짝 들어서 제 점수를 깎아먹는 사탐에 올인 했습니다. 심지어 수능 전날 까지도 제일 취약 과목인 근현대사 공부를 하고 있었죠...
수능 전날은 잘자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들었었지만 고2, 내신올인하던 시절 정리가 안된 과목은 밤을 새서라도 끝내던 경험을 되살려서 결국 새벽에 잠들고 말았습니다.--;; 근현대사...언제나 저를 물먹이더니 결국 근현대사 공부할 시간에 다른 걸 할 걸,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ㅠㅠ
아무튼 수능날 아침,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살갑게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결국 수능장까지 태워다 주신다는 아버지와;; 무뚝뚝한 동생이 답잖게 따라온다고 가방까지 들어줘서 너무나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수능 쪽박나면 집에 어떻게 들어가나 하고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수정테이프를 나눠주더군요.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우리 학교 애들과 동아리 후배를 찾는데 같은 수정테이프를 또 줘서 낼름 받아 챙기고... 정문 앞을 서성거리니 저 멀리서 후배가 달려와 이것저것 쥐어주고 학교 애들 앞까지 데려가 응원가도 혼자 받았습니다. 그런데 쥐어준 차까지 받고 나니...
원래 상상하고 있던 수능날 아침의 계획은, 멋지게 양손으로 브이~해주고 상큼하게 들어가는 거였는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찬 빵빵한 가방과 먹을 걸로 가득한 양손으로 어색하게 브이인지 갈고리인지 하는 모양을 만들어주고 고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늘에 달님이 떠있더군요. 하늘이 좁은 우리 학교와는 다르게 사립이라 그런지 넓게 트인 하늘에 예쁜 달님이 떠 계셔서... 소원빌고 잠시 바라보다가 교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달리 너무도 조용한 교실... 애들은 벌써 90%정도 도착해 있고, 숨소리도 들릴 듯이 조용해서 조금 긴장했습니다. 그렇게 가방 풀고 언어영역을 위해서 취약한 문학을 보충하려고 EBS언어영역 지문이나 읽고 있는데 같은 학원 애가 옆옆 자리로...상당히 안심하고는 1교시를 기다렸습니다.
1교시 선생님은 참 널널하신 분이라... 결시생확인란에 도장을 찍는 실수를 하시더니, 괜찮다고 절대 안 찍힌다며 답안지도 안 바꾸고 그대로 가시고...허헛. 아무튼 뭐 빡빡하지 않아서 상당히 만족을 하고 듣기평가 지문을 열심히 훑었습니다.
그리고 곧 시작... 전 뒤에서부터 비문학을 풀고 다시 뒤에서부터 문학을 풀어서 결국 쓰기를 맨 마지막에 푸는데... 제일 못하는 건 문학이지만, 두번째로 못하는 경제지문;;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넘어간 것을 빼곤 그럭저럭 수월하더군요. 문학도 저번 모의고사에 나왔던 작품이 많이나오고, 독서 교과서에 나왔던 것도 나오고... 그런데 예술지문에서 하나 틀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리까리해서 잘 모르고 넘어갔던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 이상하게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생각을 하며,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언어가 주력과목 인지라 부디 어렵게 나오길 희망했는데...
자살자를 줄이기 위한 KICE의 농간이라 생각하며 다음 수능엔 언어를 뒷시간으로 미뤄야 한다는 이상한 주장을 잠시 머릿속으로 펴다 지웠습니다.
그리고 수학... 평소엔 수학을 계산실수로 많이 틀리는 편이라 실수만 줄이면 90점대가 나오기 때문에, 열심히 꼼꼼하게 푼 게 화근이었는지 시간이 팍 모자랐습니다.
수학은 1번부터!라는 생각으로 쭉 풀어나가는데 파이 구하는 문제...평소에 삼각함수는 잘 했기에 어려워보여도 잘 풀릴거야,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꼬이고...점점 말리기 시작해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복병으로 튀어나온 투명상자 문제...전에 투명상자의 삼면에서 보여준 모양으로 상자가 들어간 모양을 찾는 문제였던가, 아무튼 투명상자를 풀어보았기 때문에 가뿐할 거라 생각했는데...확률 문제.ㄱ-;;; 젠장! 가장 쥐약인 확률문제를 투명상자로 내다니...어찌어찌하다보니 곱하기 가 2냐 3이냐를 놓고 상당히 고민하다가 체크하고 다른 문제로. 여기서 또 상당히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랴부랴 주관식을 풀고 마지막장으로 가니 아까 뒷면으로 넘겨놔서 대기하고 있던 때 본 홀수 갯수 문제...확률이나 경우의 수는 너무 약해서 그냥 직접 세었는데...답에 있었습니다.ㅠㅠ 틀렸습니다.ㅠㅠ 2개를 더 센듯... 결국 그걸 나열하는데 시간을 끌어서 세문제를 남긴 상황에서 5분! 아까 두 문제도 못 풀었는데, 하며 갈팡질팡 하다가 주관식 날리고, 정말 싫어하는 ㄱ,ㄴ,ㄷ 고르는 문제를 놓고 답지를 훑으니 너무 없는 듯한 번호가 보여 17번이었나, 투명상자 문제와 번호를 놓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투명상자를 찍고 그 번호가 아닌 번호로 ㄱㄴㄷ문제를 찍었는데, 결국 투명상자가 틀려서 ㄱㄴㄷ까지 줄줄이로 틀려버린...ㅠㅠ
수리시간이 끝나고 나니까 완전히 망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의고사에서도 안 하던 이런 성의없는 찍기를 하다니...그래서 학원친구가 같이 내려가서 밥먹자는 걸 사양하고 혼자 앉아서 후다닥 도시락을 먹고는 영어단어를 훑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 시간의 가장 큰 적은 잠이란 생각에 5분가량 남기고 잠시 수면... 눈의 피로를 풀어주니 확실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리가 맑아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시작하는데...감독으로 들어온 여자 선생님. X됐다는 생각이... 여선생님은 대부분 아주 깐깐하죠. 우리 인강 선생님도 학교 선생님도 감독 들어오면 그냥 뻔뻔하게 넘기고 말하기 문제 답을 해석하라고 했는데...그 선생님 정말 깐깐했습니다. 시험지 돌려놓고 그 위에 답안지 덮어놓으라고 시키고는, 애들 시멘트 바닥에 그어진 줄에 책상을 맞추게 하더니, 뒷줄에 앉아 있던 애가 시험지 넘기고 푸는 걸 보더니 다가가서는 \'이러면 부정행위입니다\'라며 다시 넘겨놓더군요. 젠장, 하고 포기하고는 답안지로 가려서 앞면으로 올려놓고 그나마 앞면의 듣기 선지라도 읽으며 문제의 내용을 추론했습니다.
그리고 그 감독...정말 끝까지 깐깐하게-_- 시험 종이 울려서 애들이 펜을 드는 걸 보고 \'아직 시작 안 했으니 펜을 들면 부정행위다\'라며 기다리게 시키고, 종이 다 울리고 나서 듣기평가의 \'1번,\'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시작하세요\'라더군요. 아옥! 결국 쉬운 문제를 풀자마자 넘겨서 말하기 한 문제 확인하고, 다시 풀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자신있게 풀었던 수치문제를 틀려버려서 조금 슬픈...
아무튼 그렇게 듣기가 끝나고, 평소와는 다르게 18번부터 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장문을 먼저 풀었는데, 그러다가는 너무 장문을 정독해버려서 시간이 모자라게 되더군요. 그래서 약한 부분인 문법부터 풀었습니다. 오, 그런데 금방 보고 온 변별력 어휘집에서 많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신나게 풀었는데...그래서일까, 장문을 설렁설렁 맘편하게 보는 바람에 장문에서 3개가 나갔습니다.ora...흑흑.
그래도 일단 어쨌든 풀긴 다 풀었다는 데에 위안을 갖고 사탐을 풀었습니다. 그래도 전날까지 열심히 하던 근현대사에 두근두근 하면서...
윤리와 사회문화가 원래 다맞거나 하나 틀리거나 했었는데, 이번에 오히려 법사와 근현보다 못 보았군요. 특히 사회문화는 풀면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대체 3점짜리 문제들...아무리 해도 의도하는 바를 못 찾겠어서 이렇게 해봤다 저렇게 해봤다... 평소 근현&법사는 30점대였는데 오히려 그걸 더 잘 봤습니다.ㅠㅠ 사탐에서 이렇게나 말릴줄이야...사탐만 잘봤더라도 조금 희망이 보이는 건데.
그래도 다들 못 보았을 거라 위안을 하면서 나왔더니 아빠와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가채점을 하러 향했습니다. 그나마 그 때는 아직 머릿속이 괜찮더군요. 언어를 채점하는데...오, 갇! 하나 틀렸습니다만 왠지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더군요. 수학...GG. 둘 중에 고민한 게 줄줄이 틀렸습니다. 그나마 채점했을 땐 80점대가 넘었었는데 다시 채점해보니 70점대... 마음을 가다듬고 외궈를 하는데...오...괜찮은 듯...하다가 장문에서...ㅠㅠ
마음이 조금 가라앉으면서 어두워지더군요. 아직 사탐이 안 나왔다길래 그대로 집에 와서 다음날 학교로 갔습니다. 사탐 답안지가 있길래 채점을...했는데...
그때까진 그나마 여유 있던 정신이 완전히 흐트러져서 한동안 우울모드였습니다. 고3와서는 성적오르기가 힘들다더니...2학년 부터 쾌속승승장구하던 성적이 3학년 내내 거기서 거기를 왔다갔다 했는데, 대체 3학년 내내 뭘했나 심각하게 회의가 들더군요.
그나마 이제 좀 시간이 지나자 조금 회복해서 이렇게 후기도 쓰고 하지만... 재수를 하라면 절대로 못 할것 같습니다. 앞에선 널널하게 했다고 했지만 역시 고3이라는 그 심리적 중압감과 불안감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네요.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고, 공부해도 공부하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요...그래도 수능날 하루에 모든 것을 평가받는 것이니,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공부만 하라고 뒤를 따라오실 분들에게 말해드리고 싶네요. 아무리 불안해 해도 일단 수능날 쪽박이냐 대박이냐에 결정되는 것이니까요. 주위 친구들이 막 불안해하고, 대학을 어디 넣을까 생각하고 하는데, 그런 건 역시 수능을 보고 난 뒤에 해도 전혀 늦지 않은거죠.
이제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까지 한 자리수 날이 남은 지금...마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열심히 무시하고 다른 취미생활이나 논술준비로 신경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발 뛰어내리고 싶은 성적이 아니길 빌며...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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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후기 :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_-;; 어떻게 이렇게 길게 쓰실수 있나요?
논술할 때 맨날 글자수 못채우는 저로서는 부러움;;
잘 읽었습니다 ^^
저는...글자수를 항상 넘쳐서 걱정인데요.ㅠㅠ;; 쓸데없는 소리를 한참이나 늘어놓아서...
이 글도 보시는 분들 빡빡할 까봐 열심히 수정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압박이...;;
아무튼 감사합니다^^;;
논술할 때 맨날 글자수 못채우는 저로서는 부러움...............2
대단해요!!
이렇게 글을 길게 쓸 수 있다니...^ ^;;
재수생활도 그렇게 상상만큼 힘든건 아니랍니다.
물론 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제 주변 친구들은 그다지 힘들어하진 않았습니다.
재수라고 완전히 압박된 분위기에만 사로잡혀있진 않거든요..^^;;
이러시면 부정행위 입니다...
요기서 한마디만 던져주면 ....
제인생 책임 지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