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 [513267] · MS 2017 · 쪽지

2017-11-29 13:30:05
조회수 27,810

재수실패한 평균4~5등급 이과면 보통 어떤대학에 붙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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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저구요. 여자입니다

현역땐(공부 많이 안했어요) 1~3학년 내신 2점대, 모의고사 2~3등급대였는데

고3때 개인적 사정으로 의대를 목표로 독하게 재수하겠다고 마음먹고 수시 정시 전부 던졌구요..


재수하면서 그동안 살면서 힘들었던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완전히 멘탈이 박살이 나버렸고 가루도 안남아서 4월경부터 수능도 던졌습니다. 그때부터 수능까지 공부를 정말 한 번도 안했어요..

살면서 힘들었던 일들이 대체 뭐가 얼마나 힘들었길래 재수생이 수능을 던지느냐.. 라고 물으시면

집안형편문제, (중학교) 왕따+가정불화, 제 성격(좀 혼자 잡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고3)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이 외에 재수 스트레스나 주변 사람들이 제게 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인한 우울증 등이 있겠네요..ㅎㅎ


성격 좋은거론 어디가서 안빠졌고, 늘 모범적으로 산 편이라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께도 신망 두터웠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제 인생이 이렇게 잘못된건지 모르겠네요

4월쯤부터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머리도 많이 빠지고

밥 먹을 때 매번 엄마나 언니에게 한소리씩 듣다보니(엄마나 언니 입장에선 제가 기가 찼겠죠..ㅎㅎ 이해는 합니다)

밥 먹기도 싫어져서 하루에 한끼 먹었던 적도 많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끼조차도 안먹고 지나간 날도 꽤 있구요

그 결과 고등학교 들어가서 3년간 6키로가 쪄서 48~49kg였는데 몇달새 7키로가량이 빠졌더라구요ㅋㅋ


이렇게 몇개월을 살다보니 대학이고 뭐고간에 정말 죽고싶었습니다

당장 내가 이렇게 힘들고 죽고싶은데 대학이 무슨 소용이고 수능이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구요

고3때 의대를 목표로 잡은 뒤론

정말 오르비 수기에 올라올 만큼 열심히 하신 분들에 비할 바는 전혀 못 돼도

나름대로 공부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닌데도,

제가 대체 어떻게 그때 밤 1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고,

어떻게 다른 애들 주변에서 떠드는 쉬는시간에도 수학문제를 풀고,

어떻게 10시, 11시까지 야자를 했는지도 모르겠을 만큼 공부가 손에 안 잡혔어요.

오히려 책상에만 앉으면 우울하고, 눈 앞의 책 내용은 보이지도 않고,

왕따당할 때 터득했던 소리 없이 우는 법이 책상에 앉아서 울 때 쓰이더군요..ㅋㅋㅋ


친구들한테 연락 와도 재수 잘 되가고 있냐, 공부 잘 되가냐, 넌 할 수 있다 이런 내용들 뿐이라

재수하는 내내 친구들하고 연락도 거의 안 했습니다

원체 집순이기도 해서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았구요.

밖에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나가볼까 하고 나가서도 '내가 지금 (재수생이라)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닌데 뭐하는거지' 하는 자괴감밖에 안들더라구요..

벚꽃이 피고 지던, 초록잎이 무성하건 말건, 단풍이 떨어지건 말건 저랑은 상관 없는 얘기였어요

말 그대로 1년을 정말 '썩었네요'.



아무튼 수능 끝나는 날만 정말 손꼽아가며 기다렸고..

정말 교도소 수감일 몇일 안 남겨둔 죄수마냥 끝나기만 기다리면서 '버텨냈던' 것 같아요

수능은 7개월간 공부를 안 했으니(심지어 수능 일주일 연기됐는데도 공부를 안 했어요..ㅋㅋ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1~3학년때 공부하며 쌓아둔 정말 제 지식 그대로만 풀고 나왔는데도

시험장에서 문제가 꽤 많이 풀리길래 내가 그동안 공부를 헛한 건 아니었구나, 싶으면서도

나 대체 뭐한거지.. 하는 허탈감이나 탈력감도 들고...

재수생인데다가 학교에 재수 관련으로 갈 때마다(수능 원서접수라던지)

선생님들한테 마주치지 않게 요리조리 피해서 가느라 가채점표같은것도 없었고

저조차도 수능에 미련도, 관심도 없었어서 아는대로만 풀고 나왔습니다

수능 끝난 후 가채점표가 없으니 내 점수가 몇점인지도 모르겠고..

부산에 사는 사촌동생이 수능을 잘 봐서 연대, 성대 논술을 보러 서울에 몇일전에 왔다는데

나는 이렇게 망가져서 엄마한테 죄송하기도 한데, 그냥.. 아직도 너무 힘들기만 했어요

수능이 끝나면 다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학교 다니면서 그동안 공부해왔던 그 수많은 시간들을 내 손으로 다 망쳐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연락 끊고 지냈던 친구들이랑 연락도 하고, 만나서 술도 마시고

수능 끝난지 한주가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야 대충 어디 쓸 지 정도는 정해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수능 시험지 검색해서 대충 기억나는것만 답 맞춰보니 국어랑 수학은 6~70점대? 찍은게 많이 맞았다면 80점대? 인거같고

영어는.. 답을 맞춰보다가 던졌는데 아마 영어도 4~6등급 파티일 것 같네요

과탐이야 말할 것도 없구요......


이렇다보니 평균 4~5등급정도 나올 것 같은데,

참 자랑스럽지 못하게도, 고1~2땐 별 생각 없이 공부하는 '척'만 했고

고3땐 의대만 바라보느라 다른 학교나 전형을 찾아본 적도 없었고

재수할 땐 수시라는 게 있다는 것 조차도 생각 못 하고 정말 수능 끝나기만 기다렸던지라 역시나 찾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정도 등급대면 어느정도 학교를 가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오르비언분들께 여쭤보고자 해요..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이 공부하던 친한 친구가 의대에 재학중이라 제 점수를 보고 어디 넣을지 봐주겠다고 했었는데

재수를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데다가,

친구도 상위권이기만 했었어서 아마 이 등급대엔 어디에 가는질 잘 모를 것 같기도 해요..

보통 이과 평균 4~5등급대 여자면 어느정도에 넣으면 될까요? 탐구는 물1생1입니당

전문대도 상관 없고 지방도 내려가야 한다면 내려갈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 친구들이 왜 수시 안넣었냐고 할 때 저도 '아차, 수시가 있었지' 했는데

수능 성적 맞춰서 학교 갔다가 다시 수시 넣어서 더 좋은 학교에 가게 되면 전 2년을 꿇은 셈인데

2년 꿇고도 갈 가치가 있을까요?

고1~2 도합내신은 2.11이었지만 고3때 정시로 돌리면서 내신을 잘 신경을 안 쓴 편이긴 한데..

잘 기억 안나지만 아마 고3때도 2~4등급 선은 유지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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