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말자 [755879] · MS 2017 · 쪽지

2017-11-24 01:10:38
조회수 228

형, 울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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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넓어 보였던 뒷모습이 있고,

막연하게 멀어 보이던 그림자가 있었어요.


따라가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따라해도 닮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항상 강했고, 항상 자신감에 넘쳤어요.

그러던 형이 오늘은 아무 말 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네요.


저희 형은요, 고3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해서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백분위 99.5%라는 성적을 받아냈어요.


항상 저에게 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이상을 향한 이정표가 되어 주었어요.


그러던 형이 오늘은 혼자 조용히 쉬고 싶데요.

너무나도 넓어 보였던 뒷모습이 오늘따라 외로워 보여요.


있잖아, 형 나는 형이 시험을 못봐도 괜찮아

항상 나에게 악으로 버티면서 좋은 모습만 못보여줘도 괜찮아

가끔씩은 힘들다며 일찍 침대에 누워도 괜찮고

이따금씩은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아


형이 재수를 하게 되어도 응원할께

힘들 때 형을 생각하며 위로 받는 친구가 있고

조용한 밤에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노래가 있고

길에서 마주치면 반가운 인연이 있고

아침이면 형을 바쁘게 해주는 일상이 있고

우리의 지금을 빛내주는 아름다웠던 과거가 있고

무엇보다도 형을 가장 동경하는 내가 있고 힘들 때 형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는 가족이 있어


형이 항상 나한테 말해줬었잖아

한 번 쯤은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털고 일어서면 되잖아.

한 번 쯤은 울어도 괜찮아,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인연들이 있잖아.


혹여나 스쳐 지나가다가 이 글을 보며 내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한 모든 형들,

오늘 하루쯤은 모두 잊어버리고 은은한 향기에 빠져 잠깐이나마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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