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 [143] · MS 2002 · 쪽지

2006-03-11 20:23:36
조회수 3,385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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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한 1년 반...
저는 이제 군대를 간답니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 이번학기는 마쳐야겠지만요.
드디어 대학에 입학했다고 기뻐하며 하루종일 여기 죽치고 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학년이네요.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제는 학교에서 신입생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을 만나도 뻘줌해서 인사 못 할 처지지요.
그래서 여기에 잠깐 글이라도 남겨서 짧은 조언이나마 드릴까 합니다.


우선 세상을 넓게 보시구요.
자신이 대학에 왜 왔는지를, 무엇을 앞으로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세요.
지금까지 여러분이 해 오셨던 생각은 엄밀히 말하면 \"여러분이 한 생각\"이 아닐 테지요.
항상 누군가에게 떠밀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예습, 고등학교 때는 대입공부,
그리고 대학 때는? 그 다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테구요.
그런데 그래서 무엇을 하지요?
토플을 280까지 올려 놓거나, 학점을 어느 정도까지 올려 놓거나, 인턴을 하거나 뭘 하거나...
자신의 삶의 이정표는 그런 방법으로는 찾기 힘든 것이 아니던가요.
그러니까, 크게 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가\"를 잘 더듬어 보시길 바랍니다.
만일 당신이 \"성공\"만을 위해 달려간다면, 그 끝엔 공허함만이 남을 테니까요.

그리고 대학시절은 (특히 한국인으로서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축복받은 시간입니다.
10대의 반(半) 인간의 삶도, 20대 후반부터의 각박한 전쟁도 경험하지 않는 때니까요.
더구나 오르비스 옵티무스에 들어오실 정도의 대학생 분들이라면
확고한 사회적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흔히 말하는 \"상류층\"이 되실 확률이 높은 분들이니
더욱 축복받은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래서 무지 엘리트적으로 말하자면(^^),
여러분의 축복받은 시간을 엉망으로 취해서 보내거나(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은 아니에요),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면서 보내거나,
그저 막연히 불안에 차서 사서 고민하면서 보내지는 마세요.
여러분은 그만큼의 시간을 버신 겁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그리고 당차게 도전해 보세요.
그 대상은 문화예술이 되어도 좋고, 공부가 되어도 좋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되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러분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것들을 가치있게 활용해 보십시오.
12년 동안 지겹게 머리에 우겨넣은 영어를 통해 문학작품을 원서로 읽을 수도 있고,
언어와 사탐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흐름에 동참할 수도 있고,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수학과 물리를 가지고 자연과학의 세계를 깨뜨려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구요.
어떻게 보내시든,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후회없이\" 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보다 넓게 크고 바라보세요. 그리고 화이팅하세요.




- 고학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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