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izenKane [75574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08-24 02:31:16
조회수 8,046

수 년 전 수능 칠 때 10월 오르비 풍경.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2960453

음슴체로 씁니다. 그래도 용서해주세요. 운영자님 제 글 삭제한 것만 벌써 두 개인데 삭제하지 말아주세요.




10월의 오르비 풍경 (오르비 N년차가 작성, N>=4의 자연수)


1. 별별 주제들로 키배가 자주 벌어짐. 인강 강사, 수험 고충, N수라고 놀리지 말아요, 왜 내 가족들은 날 믿지 못할까, 불안감 기타 등등. 예민함이 최고조에 달할 때가 바로 이 시점. 


극성 오르비언들은 이 시점에 접속률이 유지 혹은 상승하는 경우가 많음.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인터넷 하는 게 죄책감이 클 시기도 하고 막판에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의외로' 활발하긴 하지만 '의외로' 한적하기도 함.  


2. 그동안 오르비질 참아왔던 수험생들이 등장. 새로 가입하거나 그동안 글을 거의 안 쓰다가 이 시기부터 활동이 어느 정도 활발해지기 시작.


2-1) 그중에 수능 잘 보는 사람들이 꽤 있음 (그동안 참고 공부해온 의지의 수험생들). 이 사람들은 대학을 가도 엄청 좋은 대학, 엄청 좋은 학과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요. 수시로 가든 정시로 가든.


2-2) 근데 망하는 사람이 더 많음. 원래 시험이란 게 그런 것. 그치만 망자는 입이 없죠.


3. 위로 글 혹은 응원 글이 올라옴.


3-1) 나도 이렇게 했어! 너도 이렇게 할 수 있어! 류의 글


3-2) XX일만에 XX 과목 급상승 수기가 작성되고 댓글이 우수수 달리기 시작함


3-3) 급상승 수기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짐. 거기에 맞춰 수기를 찾아서 정리해주는 착한 사람들도 등장.


3-4) 최상위권 수험생이 작성하는 '우리 힘냈잖아요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봐요' 류의 글


3-5) 그동안 활발했던 오르비언들이 작성하는 '우리.........해봐요' 류의 글


4. 실모 아가리 최상위권 등장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정말 신기한 족속들이라고 생각함. 내가 수험생 때 제일 쫄렸던게 이놈들 때문.


그동안 가입도 안 하고 있다가 이 시기부터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건 2 유형과 동일.


그런데 실력이 그냥 실력이 아님. 


어려운 수학 실모인데 막 40분 컷 50분 컷 하고 점수도 90점~100점. 영어도 국어도 다 잘 봄. 난이도도 별로 어렵지 않다고 함. 마치 실모 점수 얘기하는 곳에만 골라 들어가서 점수 자랑하는 거 같은 느낌임 (피해망상)


그거 보면서 자괴감을 엄청 많이 느꼈음. 쪼들리기도 많이 쪼들렸고....


그런데 수능 끝나고 나니까 활동이 뚝 사라짐. 그래도 오르비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면 라인 잡아달라, 점수 봐달라 하면서 글을 올리기에 마련인데 그런 게 하나도 없음. 일 년 후에도 이력을 검색해보니까 활동이 작년 10월 말~11월 초에서 딱 멈춰있음. 즉 아가리만 털다가 그 이후로 접속을 안 한 것임.


이 사람들이 결국 어떻게 됐는진 모르겠음. 실제로 서울대에 갔을 수도 있고 만점을 받았을 수도 있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연막작전이라는 쪽이 믿음이 감. 근데 대체 왜? 그건 나도 모르겠음.




하여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마무리를 잘 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학에 들어간 게 아마 거의 모든 대학생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나도 그렇고.




그리고, 꾸준히 달리는 분들께는 미덕이 있는 게 맞는 듯.


냉정히 얘기하면 오르비에 댓글 활발히 다는 분들, 이제부터는 꼴에 선배라고 조언해보자면, 정말 줄이는 게 좋습니다. 차라리 눈팅만 하세요. 이건 진짜, 진심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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