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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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해낼 수 있나요?
자신의 가슴에 대고 물어보세요. 정말로 해낼 수 있나요?
그렇다면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그대로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가슴에 자신의 비참함을 가벼이 여기거나 애써 변호할 마음이 한 치라도 남아 있다면 머릿속의 기원은 몽상이 되고 맙니다.
밀레 아시죠. 제가 어려서부터 제일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귀부인의 잘 빠진 몸매 보다 일하는 육신의 아름다움을 그린 화가입니다. 웅장한 성당 보다 노동하는 인간을 품은 들판을 사랑한 화가입니다. 가진 자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먹고살 수 있던 그 시대에 세상에서 최초로 못가진자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굶어 죽는 게 운명이라 정해진 일을 왜 시작하고 또 죽을 때까지 왜 그렇게 살다 갔을까요? 고흐가 사랑한 밀레는 그렇게 갔습니다.
고 전재규 대원을 아십니까? 남극의 세종기지, 그 차디찬 얼음바다에 죽는 줄 알면서 뛰어든 젊은 과학자. 출세를 하려면 지도교수에 충성하고, 지도교수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도 모른 척해야하는 시대에 태어나, 동료를 구하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과학자. 이 나라의 영웅 고 전재규 대원을 저는 사랑합니다. 갈릴레이가 법정에서 양심을 팔아 목숨을 구걸 할 때 화형대에 선 과학자들, 저는 이들이 과학을 지킨 영웅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의 가슴처럼 당신의 가슴에도 순결한 불덩이가, 어떤 시련이 와도 식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타오르고 있습니까? 만일 공부가 한 순간의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면 누군들 성취하지 못했겠습니까? 누군들 결심해보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은 결심이 아닙니다. 결심은 쉽습니다. 모든 것을 거는 것! 어려운 것은 청춘의 모든 시간에 거쳐 정신과 육체의 모든 것을 거는 것! 그것을 케플러의 삶이 웅변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공부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미 잘하는 친구들은 다르지만 그렇지 못한 자가 공부를 하려면 저 위인들이 가졌던 가슴속 순결한 불덩어리가 있어야 합니다. 가슴속을 뒤져보십시오. 불씨라도 있어야 합니다. 장차 가슴을 태울 불씨가! 그게 있거들랑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나 강의를 다 던져버리십시오. 소문난 강의나 책은 지금 처지에선 달디 단 막대사탕에 불과 합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아침이슬처럼 순간만 달콤하고 아름다울 뿐입니다. 심지어 제가 했던 강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쓰디쓴 인내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교과서와 기출문제집. 딱 두 권입니다. 교과서 읽고 예제랑 유제 풀고 기출문제 풀고, 그러면 기출문제집의 문제들이 어렵고 이해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참고 읽고 또 읽고, 묻고 또 묻고, 풀고 또 풀고, 또 묻고 또 묻고를 반복합니다. 수학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봐도 좋고 선생님께 물어봐도 좋고. 그런 사람 없으면 만드십시오. 그런 친구가 평생의 친구가 되고, 그런 선생님이 평생의 은사가 됩니다. 그렇게 어렵게 한 단원이 끝납니다. 두 번째 단원 시작할 때 첫 단원부터 다시 두 번째 단원 까지 그렇게 반복합니다. 세 번째 단원을 시작할 때 첫 번째 단원부터 또 그렇게 반복합니다. 네 번째 단원을 시작할 때도 그렇게 반복합니다. 다섯 번째 단원을 시작할 때 비로소 두 번째 단원부터 시작합니다. 첫 단원은 이제 모르는 게 없으므로, 아니 모든 문제들이 머릿속에 뚜렷하므로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으므로.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전 과목 전 단원을 이렇게 완성합니다.
학교 수업시간도, 쉬는 시간도, 점심시간도, 등하교 길의 시간도 모두 여기에 쏟아 붙습니다. 선생님이 뭐라 하시면 조용히 찾아가서 말씀드립니다. 몇 대 맞아도 됩니다. 간절히 진심으로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선생님은 용서하십니다. 용서하신 선생님께는 매일 질문합니다. 처음이 어렵지 나중엔 선생님이 오히려 반기십니다. 학교에 계신 선생님 대부분 가슴속엔 많이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당신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언제나 오늘을 반성합니다. 모든 시간을 계산하고 깨어있는 모든 시간이 내 의식 속에 있고, 나의 꿈과 함께 했는지. 단 한 시간도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가 없었는지. 내 꿈이 그렇게 버려지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몇 달 그렇게 보내면 길이 보입니다. 꿈도 꾸지 못했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그때 필요하면 EBS 문제집도 풀고, 강의도 듣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시간은 많습니다. 너무도 많습니다. 조급해하는 자는 자신을 못 믿어서 그렇습니다. 자신을 못 믿는 자는 애초 이룰 수 없는 자입니다. 그렇게 대부분 쓰러져 갔습니다. 그렇게 대부분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영웅들의 가슴을 가진 자는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 한석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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