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치] 눈이 글자 위에서 미끄러진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2293370
일대일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지문을 한참 읽었는데요, 글이 눈(eyes)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간 거 같아요. 하나도 머리에 남질 않았어요.”
독해하는 모습을 보면 열심히 집중하는 것 같은데 한참 읽고 나서는 한다는 말이 ‘머리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라니 공부란 게 참 힘들지요.
이유는 아주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그중 몇 가지만 얘기해 봅시다.
1. 첫 문장(부분)을 긁어 읽지 못했다.
눈(snow)이 1미터 쌓여 있습니다. 눈삽을 끝까지 박아서 바로 밀어 버리면 됩니다. 성급하게 삽을 조금 집어넣고 밀면 한 십 센티 정도 눈이 치워질 뿐이겠지요. 미끄러지듯이요. 처음에 눈삽을 깊이 박으면 아주 쉽습니다.
글도 첫 문장(혹은 첫 부분)을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첫 부분에는 핵심 내용이 없으니 스킵을 조금 하면서 중요 부분에서 제대로 읽어야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요. 뇌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신경가소성) 일단 한번 스킵을 해 버리면 그 얕은 이해도/집중도가 계속 관성의 법칙처럼 이어집니다. 마치 눈삽을 얕게 박아 넣고 밀어 버린 것과 같아요. 반대로 첫 부분을 성공적으로 독해했다면 그다음부터는 쉽습니다. 거의 저절로 읽힙니다. 재미있게요.
2. 한 가지 재미난 요소 - 감정이입이 되느냐(자기 관련성)
첫 부분을 긁어 읽듯이 제대로 집중해서 독해한다는 것,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요소는 감정이입이 되느냐입니다.(1번과 2번 항목 사이에 다양하고 어려운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간략히 말해서)
여러분이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설명문을 읽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제목을 읽는 순간 어떤 학생은 콧김을 뿜어내면서 열이 받을 것이고, 어떤 친구는 속으로 기뻐하면서 기대감과 조바심을 가슴에 품고 조마조마 읽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특별한 독해 능력이 필요 없습니다. 전부 다 이해하고 저절로 세부내용이 외워집니다. 그런데요, ‘국립 유치원 추첨제’에 대한 설명문이 있다고 합시다. 도대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집중이 되지 않고 글이 눈에서 미끄러집니다. 감정이입이 되질 않습니다. ‘자기 관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
첫 부분은 긁어 읽듯이 집중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첫 문장을 충분히 사례화 이미지화해서 ‘자기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 주면 대단히 쉬워집니다. 그냥 관념점인 문장의 말 그대로만 이해한 것과는 달라요. 어떤 사례가 있을까하고 생각하다보면 내 일처럼 되어서 뭔가 흥미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어떤 글은 뒤가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어질 때가 있지요? 바로 감정이입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를 들고 생각을 하다 보면 ‘자기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고 글에 흥미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이코치(오르비 국어 인강)
010-4206-5467
2coach(카톡)
lee_coach@naver.com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주 빠르게 4
이거 ㅇㅂ 용어였나요 몇번 사용했는데 어캄
-
인터넷 엔진 댐핑인자 지문 이거 너무 잘만들지 않음? 0
아니 어떻게 문장 하나를 바꿔서 오답률 1위를 만들지 이런거 보면 평가원은 진짜…...
-
브라운 레드 사기 Swc 팔레트 만들기 영어 교육청 2개년 프린트하기 도시락 사달라고 엄마 닦달하기
-
30일 그냉 훅가고 이거 x12 하면 12년이고 x120 하면 10 년임
-
쉬는시간이 ㅈㄴ 너무길어서 짜증남
-
수능당일 가채점 주작 나왔을때부터 성적발표 당일까지 스스로 해명하면 폭로 안하겠다고...
-
러셀 질문 3
6평전에 블루로 들어갔다가 6평 22211 받고 평백 94/3합5인데 이거 서의치나...
-
다들 뭐함 8
심심한데 놀아줘라 크아아악
-
기출 변형인거같은데 무슨 기출문제인지 알려주실분 계신가요?
-
더워더워더워~ 0
개덥네진짜아ㅠ
-
요새 교대 6등급인데 40대후반에 교대들어가서 50대초에 졸업하고 62살까지 기간제...
-
눈 낮은거임?ㅋㅋ
-
수학 고점온 듯 1
요즘 28,29,30들을 손쉽게 풀어내고 있음
-
서프후기 2
국어 무난 수학 무난 영어 어렵 탐구 매우어렵...
-
물리하다 정신병 올 거 같애여… 막 너무 어려워서 못 해먹겠어요는 아닌데, 기분...
-
정승준 남지현 누가 더 조을가요ㅠ 6모 확통 84점이ㅂ니다
-
정은경, 재산 56억 원…배우자, 손소독제 관련 주식 신고 0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약 56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5일...
-
교재 ㅇㅈ 3
허허
-
칼럼을 읽기전엔 경력과 성적을 확인하자. 과외를 받기전엔 당당히 성적표를 요구하자....
-
개념 암기량 뭐가 더 많아요?
-
일단나부터
-
미적 다 맞은거 같은데 다들 난도 어땠음?
-
울룰루~ 2
너는 누구니? 서그럭서그럭 지워지겠지 누구냐고?
-
서프 현장응시함 5
미적 96말곤…..
-
울룰루~ 3
맴매야 맴매
-
진짜 대치동 어둠의 스킬인거심?
-
저격해요 2
저... 격해요 이젠 이것도 고전이 돼 버린...
-
잠 잘 못잘때와 충분히 잤을 때 공부 효율 자체가 달라지는듯 잠 잘 안자면 지문도...
-
권은비미쳤다 2
레전드 갱신
-
내일 시험보는것보다 이게 더 떨린다
-
정성추 0
-
칸타타님 4
N제는 안 만드시나.. 과년도 히카 모아서 내면 되게 좋을 것 같은데
-
보현 실시간으로 봤는데 18
현타 ㅈㄴ왔었음 그때 두시간 천하때 갑론을박이 개꿀잼이었는데 오수하면 국어...
-
내랑 네는 3
내랑 네는 둘 다 발음이 똑같아서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왜 이런 식으로 발전했을까요?...
-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열심히 만들었는데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자작문제...
-
귀납적으로 성적 점프 전에는 항상 기출을 한번씩 돌렷단 말이지
-
재능 vs 노력 3
재능 압승
-
잇올 버스 타고 왕복 40분 , 셔틀이 없어서 버스 타야함 새로생겨서 시설이 완전...
-
누가 미래 기대치 더 높음? 계약학과 제외
-
솔직히 8
좀 그렇다
-
음료 추천 받음
-
여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십'은 단독으로 나타나는 예시를 찾기 어렵지만 합성어...
-
영어 이제 워드마스터 거의 다 외워가고 6모때 69점 순수실력 64점이에요 6모...
-
별로 의미도 없고 맨날 형식이 뻔해서 변별력도 별로같은데 차라리 극한이나 역함수,...
-
엄준식 그는 대체..
-
아들아 요즘에 그렇게 커뮤같은거 해서 망하는 애들이 많다더라 9
아들아....혹시 설마 오르비 같은거...하니...?
어 그런데 첫부분이 핵심화제를 주지않고 통념이나 도입부를 던져줄때도 있는데 그럴때도 흥미를 가지고 읽어야할까요? 그리고 신경가소성설명이 어렵던데 쉽게 이해시켜주실수있나오? ㅜ
핵심화제가 아닌 경우에도 흥미를 갖고 읽는 것이 의외로 좋을 수 있어요. 물론 글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렇다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신경가소성은 어려워서 다시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뇌가 한번 어떤 상태가 되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정도로 알고 있으시면 좋을거같아요.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네요ㅋㅋㅋ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공감 감사합니다.^^
ㄹㅇ영어도 마찬가지 인듯
맞아요. 영어에서 오히려 더 그런 경향이 있죠. 그리고 고쳤을 경우 점수 향상도 생각보다 쉬워지구요^^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이코치님의 칼럼.
지금은 수험생이 아니지만
글읽기에 관심이 있어 선생님 칼럼
항상 관심 갖고 읽고 있습니다.
신경가소성 개념은 매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관련된 책도 읽고 좀 더 알아 봐야겠습니다.
그래도 그간 살아온 관성이 있다보니 머리로는 이해 되더라도 체화가 쉽진 않더라구요.
좀 더 습관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될 것 같아요.
좋은 칼럼 항상 감사합니다.
공허속의 구도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항상 재미있는 칼럼으로 답해드리겠습니다~^^
와 딱 제 사례인데..(특히 영어)머릿속에 안들어와서 읽었던문장 계속읽고 또읽고...암튼 내일부터 해볼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이런 현상이 아주 많아요^^
와..심리학자시다
수비만점님 관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