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학년도 수능 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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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아침에 딱 눈뜨니까 집안이 매우 분주했던 기억이 나네요ㅋ
늘 하던 대로 핸드폰부터 켰져. 이상하게 눈은 안 떠져도 핸드폰 전원은 잘 누를 수 있음ㅋ
정신이 조금 들었으니 책이라도 한번 볼까 했지만 그냥 포기했어요.
수능시험장까지 아빠가 차로 데려다주셨는데, 거의 처음 가는 데여서 신기하게 바깥 구경 했답니다.
시험장 가면서 너 그리고 나만 한 6번 들은 것 같아요. 노래가 좋고 나쁜 걸 떠나서 나 언제나 그래왔듯 이룰거니까 하는 가사가 이런 날 듣기 참 좋은 것 같아서.
시험 볼 학교가 상당히 경사져서 올라가다가 기운이 다 빠졌지만, 아까 그 가사를 부지런히 흥얼거린 덕분에 금방 들어왔습니다.
시험장 들어가서 앉으니까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나는 대학생인데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 학교 수업 안간다고 미리 이야기해놓을걸, 1살어려도 고등학생들은 티가 나는구나, 뭐 기타 등등.
아 저는 무휴학 반수를 해서 그날 수업은 자체휴강했습니다ㅎ
이제 책을 좀 볼까 해서 수능특강 수학 조금 뒤적거리다가 포기했어요. 정말 집중이 안되더군요.
1. 국어
드디어 1교시 국어.
하나도 안 떨리다가 국어 준비령 떨어지고 시험지 받고 펴서 풀기 시작하는 그때 조금 떨리더군요. 국어는 공부 안하는 제가 그나마 제일 열심히 준비한 과목이기도 하고, 국어 망치면 다 망하는 걸 아니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풀었습니다. 화법, 작문 무난하게 가다가 문법에서 한두문제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래왔으니까 일단 멘탈 잡고 비문학 진입했는데, 그때 첫 지문이 포퍼였던가요. 지문 딱 읽고 문제 푸는데 한문제?인가 풀고 다 넘겼습니다. 아 망했다 싶었죠. 나머지 비문학 그럭저럭 풀다가 또 보험에서 3점짜리 문제가 발목을 잡더군요. 역시 넘기고ㅠ 문학이 의외로 저한테 어려웠어요. 문제 읽고 선지 다 읽었는데 답이 없는 느낌? 서너개 모르겠더라구요. 이렇게 한바퀴 도니까 20분인가 30분인가 아무튼 그 정도 남았길래 다시 앞으로 가서 죽어라 풀었습니다. 다행히 10분 남기고 클리어ㅠ
쉬는 시간에 남들이 몇번 뭐야 뭐야 하는 거 들으면 멘탈 나가니까 복도로 나가서 화장실인지 샤워실인지 하는 데 조용히 가있었습니다.
2. 수학
저는 사실 수학을 너무 못해서 반수를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험 목표는 3등급으로 잡았죠. 수학은 의외로 무난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딱 풀 수 있을법한 문제는 다 풀었습니다. 특히 빈칸 풀때 좀 소름이었는데요. 공부할 때는 한번도 빈칸 넣는 문제를 제 힘으로 정확히 풀어본 적이 없었는데, 수능 때 그게 됐어요ㅎ 물론 버릴 문제는 과감히 버렸습니다.
3. 영어
영어가 할말이 많은데, 반수할 때 영어는 그냥 안했어요. 그 시간에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아무튼 공부를 안하고 푸니까 여러 군데서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듣기는 쉬웠는데, 주제 찾는 데서부터 뭔가 이상하더니 빈칸/틀린문장/순서/요약 등등에서 헷갈리는 게 속출ㅠ 거의 10문제 가까이 별표 쳤던 기억이 납니다. 4등급 정도 맞겠다는 직감이 들어서 멘탈이 많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때 나가버린 멘탈은 다시 잡을 수 없었습니다.
4. 한국사
역시 공부한 적 없지만 고2때 수업 들은 기억을 살려서 풀었습니다. 모의 풀때도 한국사는 크게 걱정한 적 없었습니다. 역시 수능도 크게 어렵지 않았져ㅋ
5. 탐구
한국사 풀어놓고 나니 영어 망친 자괴감이 머리를 지배합니다. 마침 세계지리 펴보니까 문제도 어려워보였어요. 머리는 아까 망친 영어를 생각하고, 눈은 세계지리 시험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잘될 리가 없죠. 깔끔하게 말아먹었습니다. 두번째 선택과목이 법과정치였는데, 그때 탐구 하나라도 건지면 승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생각을 조금 일찍 했으면 좋았을텐데ㅠㅠ 시험이 막 쉽거나 어렵지 않아서 몇 문제 모르겠는 거 빼면 무난히 풀었습니다.
6. 제2외국어
본 적도 없는 아랍어를 선택. 1/3은 시험장을 탈출했습니다. 감독관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학생들은 더더욱 힘들어보였습니다. 아랍어는 적당히 제 마음에 드는 선지 그냥 랜덤으로 픽했습니다. 아, 부스럭거리면서 초콜릿 까먹는 소리가 뒤에서 많이 들렸습니다. 신경쓰일 기운도 없어서 그냥 뒀죠.
시험 끝나고 빛과 같이 뛰어가서 아빠 차타고 집에 갔습니다. 무서워서 가채점 안하려다가 해봤는데 시험장에서 생각한 것보다는 결과가 크게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저는 접수한 수시 원서 5장 중에서 4장이 이미 떨어진 상태여서 사실상 반포기 상태였는데, 수능 점수 보니까 서울로 갈 욕심이 다시 생기더라구요.
수능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기대 1차 합격 문자 받았습니다. 최저가 없어서 안정 내지는 하향으로 써놓은건데, 면접 안갔습니다. 그때부터 오르비 드나들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줍줍하기 시작했죠.
수능 끝나면 라인잡아준다는 글들 많은데, 그거 크게 믿지 마세요.
배치표 믿는 거랑 별 차이 없어보여요. 대부분 제 점수로 외대나 건동홍정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더라구요. 스나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총알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삼반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모험을 자제했습니다. 하향과 적정, 약상향 섞어서 썼습니다.
오르비 네임드 분들 게시글과 FAIT, 학교 입시상담 카페 등을 활용하니 어디 붙겠다 떨어지겠다 하는 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곳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3승했습니다.
별 재미는 없는 글이네요. 혹시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질문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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