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호(冠虎) [444924] · MS 2017 · 쪽지

2017-05-09 18:14:27
조회수 9,951

독서실 카운터에서 울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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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얇은 저는


도서관에서 수험생활을 연명하고 있었는데


연휴라서 6일 연속 쉬는 도서관과 함께


같이 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ㅈ됐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우산과 지갑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나가서 네x버 지도에다가


독서실을 검색했는데


띠용?


제가 수험생활을 했을 때가 불과 몇년 전(..)인데


집에서 가까운(걸어서 10분) 독서실이 세개 있었는데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토즈라는게 생겼더라구요.


가 보니 카운터에 어떤 나이드신 여성분이 앉아계시더군요.


보아하니 알바는 아닌것 같고 사장님이신듯 한데


은퇴하시고 말년에 자영업으로 독서실 하시는구나 싶어서


괜히 부모님 생각이 나더군요.




혹시 자리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고정석은 꽉 차서 예약을 해야하고


자유석은 더 싼건데 자리가 있다고 하더군요.


띠용??


자유석은 뭔가 싶었지만 알아듣는 척을 하고


그럼 자유석 가격은 얼마인지 물어봤습디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21만원이에요.'


사장님이 갑자기 요망한 장사치로 보이더군요.




떨리는 동공을 주체 할 수 없어서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이구, 학생 왜 그래?'


이러시는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뛰쳐나와서는


무작정 뛰었습니다.




뛰다보니 어느새 좀 멀리 왔더군요.


멈추고 나서야 우산이 찢어져있는 걸 봤습니다.


'에잉.. 작년 가을에 사서 쓴 다음 올해 처음 꺼낸건데,


아무리 3천원짜리 1회용 비닐우산이지만 아깝네..'


이렇게 투덜대며 얼른 건물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러 들어갔습니다.




비를 피하며 건물 문을 봤는데 '독서방'이라고 적여있더군요.


네x버 지도에는 이런게 없었는데 잘못 봤나?


다시 지도를 켜서 검색해봤는데 역시 네x버 지도에는


검색이 되지 않았습니다.




'흠.. 검색도 안되고..

독서실도 아니고 독서방은 또 뭐야.

그래도 속는 셈 치고 들어가봐?'




그렇게 저는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여기 카운터에는 무뚝뚝하게 생긴 아저씨가 앉아계시더군요.




'혹시 여기 독서실인가요?'


-네


'잠깐 구경 좀 할게요.'


-네




대충 둘러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몇년 전에 제가 이만한 독서실을 15만원 주고 다녔는데


토즈가격을 보고 물가가 많이 올랐구나 싶었기에


18만원 정도면 다닐 만 하겠다 싶어서


다 돌아보고 다시 카운터에 갔습니다.




'여기 혹시 가격이 얼마인가요?'


-2인실은 한 달에 14만원이고 1인실은 25만원이요.


(띠용???)


'오.. 그럼 혹시 여기 휴일은 언제인가요?'


-우리는 휴일 없어요.


(띠용????)


'아.. 그럼 혹시 오픈시간은..'


-6시부터 새벽 2십니다.


(띠용?????)




무뚝뚝한 목소리였지만


저는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릴 뻔 했습니다.


착한가격+휴일없음+혜자개방시간


삼박자가 춤을 추고 있었어요.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숨기며


내일부터 등록할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빗속을 달리면 아무도 모를거야


우는지 미친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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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아무말대잔치 죄송합니다...

싸고좋은 독서실을 찾아서 기분이 좋아가지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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