핥짝 [669956] · MS 2016 · 쪽지

2017-04-29 2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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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에 대해.araboja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1891667

1. MD란 무엇인가?


 MD = Missile Defence죠. 한국말로 번역하면 '미사일방어체계' 입니다. 근데 무슨 미사일을 막겠다는 걸까요? 정답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입니다. 물론 요즘 군사무기계의 트렌드인 다목적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순항미사일도 막고,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막고(사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개념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거리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기술적 문제들이 큰 벽일 뿐이죠. 요격하는 입장에서는 반응 시간의 차이 외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략무기의 성격을 띄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그리고 약간 다른 분류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면서 동시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이죠. '대륙간' 은 사거리에 따른 구분이고 '잠수함' 은 발사 플랫폼에 따른 구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의 방어에 중점을 둔 무기체계입니다.



  그런데 MD가 왜 중요한 걸까요? 무슨 전략적 의미가 있기에 미국이 수천'조' 원을 꼬라박아가면서까지 개발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상호확증파괴'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이야기를 짧게 하겠습니다. 상호확증파괴란, 기본적으로 핵전쟁이 벌어지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이게 다예요. 그리고 이 상호확증파괴를 성립하게 해준 무기체계가 바로 위에서 말했던 SLBM(Submarin-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입니다. 냉전시기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국가는 서로를 지구에서 싹 지워버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양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죠. 근데, 만약에 한쪽이 선빵을 친다고 합시다. 그리고 한쪽은 선빵을 제대로 얻어맞아서, 상대 국가에 대한 보복을 할 수 없을 만큼 피해를 입었다고 치죠. 선빵친놈의 일방적인 승리입니다. 만약에 두 국가중에 어느 한 쪽이 이런 '선빵'을 칠 능력이 된다면, 절대적인 전략적 우위를 구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냉전시대의 전략적 상황에서 SLBM이 등장했습니다. SLBM은 위에서 말한 '선빵' 을 맞더라도, 상대방에대한 핵보복을 가능하게 해주는 혁신적인 무기체계입니다. 간단하죠. 바닷속의 잠수함은 위에서 핵이 터지든 말든 아무 상관 없이 상대방 국토에 핵샤워를 날릴 수 있거든요. 이렇게 해서 '공포에 의한 균형', 또는 '상호확증파괴' 가 성립한 것입니다. SLBM은 물론 사용되었을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 대량살상무기이지만, 이런 역할을 함으로써 냉전시기의 핵전쟁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역설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죠.



 MD는 이러한 핵전쟁의 기본적인 가정과 원리를 파괴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쪽이 선빵을 쳐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결국 '공포의 균형' 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한쪽이 그 공포에서 해방된다면 어떨까요? 핵보복이 이뤄질 걱정을 하지 않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이점은, 가지고 있는 쪽에서는 최상의 카드이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몽이죠.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 사이의 전략적 상태와 별로 다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포텐셜때문에, 미국은 그 엄청난 예산을 들여 MD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고, 반대로 러시아는 망해가는 경제를 붙잡아가면서도 끝까지 탄도미사일 개량에는 엄청난 노력을 들이는 것입니다. 토폴-M에는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무진장 들어갔다고들 하죠.



2. MD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여러분이 밀리타리-오따쿠 짓을 할것이 아니므로, 이 문단은 좀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MD는 크게 3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의 비행을 3단계로 나누면, 상승 - 지구궤도상 비행(=궤도) - 재진입으로 나눌 수 있죠. MD에는 이 세 단계에 각각 대응하는 무기체계(=미사일)와, 각각 단계에서 표적을 포착하는 표적 획득 체계(=레이더), 이 두가지를 사용하는 플랫폼(=지상 미사일 기지, 이지스함...)이 있습니다.


 

 상승단계 요격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YAL-1이라는 레이쟈-포 탑재 항공기가 맡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레이쟈-포는 물론 죧간지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대기의 산란에 의해 노딜이 되었으므로 사거리가 3~400마일로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죠. 근데 이 레이저가 너무 커서 민항기에밖에 탑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상대 탄도미사일 기지 3~400마일 거리의 상공에, 민항기가 24/7로 떠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상대방(=사실상 중,러) 방공전력이 모두 집에 가서 발딲고 자고 있는 게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이죠. 그래서 고인행 하셨읍니다. 사실상 상승단계에서는 적외선 정찰위성(미국은 정찰위성 수십기를 띄워서 가상적국의 핵미사일 사이트를 24시간 관찰하고 있습니다... 띄용) 을 통한 탄도미사일 발사 인지와 대략적인 표적획득이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궤도 단계에서는 GBI와 SM-3이라는 무기체계가 미사일을 요격하게 됩니다. 역시 원시적인 방법이 최고인지 둘 다 HIt-to-kill(미사일에 미사일을 꼬라박아서 상대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소리를 고상하게 표현하는것) 방식을 사용합니다. GBI는 조따 크고(중거리 탄도미사일만함), 조따 비싸고(탄두값 빼면 세상에서 젤비싼 미사일), 사거리도 조따 길고, 지상에서 운용하는 무기체계입니다. 당근빳다로 미국에밖에 없습니다. SM-3은 이지스함이라는 나름대로 널리 보급된(?) 플랫폼을 이용하고(이지스함은 무려 전세계에 100척이 넘게 있습니다. ....그중에 85척인가가 미국꺼지만요.), 좀 더 싸고, 좀 더 가벼우므로 부담없이 살 수 있죠. 여기저기서 많이 삽니다. 



 마지막으로 재진입 단계에서는 THAAD와 PAC-3, 그리고 동구권에서는 S-400,S-500이라는 무기체계가 탄도미사일 요격을 담당합니다. 사드는 PAC-3보다 좀 더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고, PAC-3은 좀 더 저고도지만, 본질적으로 재진입 단계에서 요격한다는 점은 같죠.(사실 여기서 중국이 주장하는 '중국발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이 개소리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종말단계 -이름에도 Terminal이 들어갑니다- 요격체계인데 무슨 ㅡㅡ) 이 중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전용으로 개발된 무기는 THAAD밖에 없고, 나머지는 원래 항공기 요격 체계인데 미사일 요격 기능을 꼽사리로 끼워놓은 겁니다. 사실 재진입 단계에서는 탄두 속도가 마하 20을 돌파해버리기 때문에(헷갈려서 찾아봤습니다. http://www.rand.org/content/dam/rand/pubs/research_memoranda/2008/RM3475.pdf 참조.) 재진입 단계에서의 요격은 성공률이 좀 희박하기도 하구요. 물론 저 마하 20이라는 수치는 ICBM 이야기고, 중거리~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가면 재진입 속도가 확 줄어들면서 요격 성공률도 올라갑니다. 이라크전에서 PAC-3이 스커드 미사일(북한 미사일이랑 비슷하다고 보심 됨) 상대로 요격률 40%인가를 기록했죠.



3. 한국에게 MD란?


 한국의 군사적 입장에는 과거의 상호확증파괴와 비슷한 면이 일부 있습니다. '핵무기' 라는 부분을 북한의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이 대신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만한 포병화력과 탄도미사일이 수도권을 타격하는 자체가 너무나도 끔찍한 경제적 손실을 동반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북한을 선빵치지 못하는 것이죠. 까놓고 말해서, 수도권이 휴전선에서 100km만 멀었으면 클린턴 정부때 북폭 했을걸요? 그런 이유에서 한국에게도 MD 체계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만약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된다면, 훨씬 많은 전략적 옵션들이 사용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정부에서 사드에 매달리는 이유도, 결국은 MD의 필요성을 위정자들(머리를 이상한데만 안쓰시면 충분히 똑똑허싄 분들이니까)이 알기 때문이죠. 


 

 물론 한국군이 그 많은 국방예산 받아다가 비리로 다 떼먹진 않습니다. 군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KAMD와, 킬-체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 둘 다 지금은 그냥 허울만 있어요. 위에서 말한 MD의 3단계(상승단계에서 표적획득 - 궤도, 재진입 단계에서 다양한 무기체계를 통한 다회의 교전) 중에 자체적으로 만족하는건 재진입 단계 요격체계(PAC-3이 소량 있습니다)밖에 없거든요. 물론 L-SAM이 고고도 요격(여전히 재진입 단계)을 위해서 개발되는 중이고, SM-3 도입이 최근에 결정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뭐 표적획득은 미국형님이 해주시겠죠! 갓조국님 충성충성충성~~! 



 킬-체인은 말 그대로 날아올 미사일의 갯수를 좀 줄여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북한군의 주 화력투사 수단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이라고 부릅니다)에서 발사되는 미사일과, 갱도포병에서 발사하는 포병화력이 있는데, 전자는 순항미사일과 KGGB 등으로 무력화하고 후자는 벙커버스터와 같은 무기체계로 무력화하자는 이야기인데, 물론 '완벽' 하게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이동식이 괜히 이동식이겠어요? 결국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 별도의 MD 체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네 이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하는데 글솜씨가 부족해서 어떻게 끝맺을지 모르겠네요... 아 저는 사드 배치 찬성합니다. 주한미군 분담금도 어느정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구요. 길고 노잼인 글 4탄 끝! 1,2,3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새요.



1탄

미국식 간선제와 그 맹점에 대하여-트럼프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가?

http://orbi.kr/00011324925


2탄

탈냉전체제의 국제정치와 9.11

http://orbi.kr/00011736475


3탄

2차대전 서부 전선에 관해

http://orbi.kr/0001173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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