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서부 전선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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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전'- 2차대전 초 프랑스의 충격적인 6주일 항복에 대한 한 단어짜리 설명이죠. 하지만 전격전이라는 개념은 실존하지 않았고, 특히 2차대전 전의 독일군 총참모부는 더더욱 전격전을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2차대전 서부 전역을 알아보기 전에 1차대전때 프랑스-독일 전역이 어땠는지 간략하게 알아야 합니다. 1870년의 보불 전쟁에서 몰트케 원수가 스당 포위섬멸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난 이후로, 독일의 군사전략은 적 주력에 대한 포위와 물리적 섬멸(소련의 종심돌파이론에서의 지휘부 마비를 통한 전투력 상실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이었습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출발한 계획이 바로 슐리펜 계획이죠.
슐리펜 계획이란 단순합니다. 프랑스 군의 주력이 우익(독일 입장에서는 좌익)에 배치되어서, 보불전쟁 당시에 잃은 영토인 알자스-로렌 지방으로 진격할 것을 예측한 슐리펜 원수가 세운 계획으로, 네덜란드-벨기에 축선(독일군 입장에서의 우익)으로 독일군의 주력을 진격시켜서 좌익이 후퇴하면서 시간을 버는 동안 마치 회전문처럼 파리를 점령하고 프랑스군의 주력을 포위하는 계획입니다. 회전문을 강하게 밀면 밀수록, 반대쪽 날개가 뒤통수를 더 강하게 후려치듯이 말이죠.
슐리펜 계획 작전도(붉은색 점선이 독일군 진격로, 검은색 점선이 프랑스군 예상 진격로)-꺼라위키
이런 계획에 입각해서 독일 제국은 1차대전때 앙큼한 전략을 세웁니다. 42일(공교롭게도 6주) 만에 파리를 함락시키고, 프랑스를 항복시킨 후에 동부전선의 러시아를 상대하자는 전략이었죠. 하지만 1차대전때에는 화력이 병력의 기동력을 압도하는 시기였습니다. 참호전과 대규모 포병사격으로 대표되는 1차대전 전장의 모습은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죠. 독일군은 전선 돌파에 실패했고(슐리펜 계획이 수정되면서 좌익이 보강되었는데, 이걸 전선 돌파가 실패한 이유로 드는 의견도 있습니다. 회전문이 돌아야 하는데 미는 부분이 너무 무거워져서 안 밀리는 꼴이죠. 어쨌든 메인 주제가 1차대전이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프랑스는 6주는 커녕 1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1차대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독일군은, 전번의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죠. 전쟁은 결국 누가 상대방에게 많은 탄약을 배달해줄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는 사상이 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절대, 절대, 절대, 그 어느 경우에도 이중전선은 펼치지 말것이라는 교훈도 따라왔죠. 이러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2차대전이 발생했습니다. 히틀러는 영국과 프랑스가 폴란드 침공을 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심지어 서부전선에서의 군사훈련이 영,프를 자극해 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군사 훈련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영,프는 쫄보가 아니었고, 1939년 9월 1일에 2차대전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서부전선은 평온했습니다. 아무도 전쟁이 날 줄은 몰랐거든요. 양측 다 병력 동원이 완료되지 않았고, 심지어 마땅한 작전계획조차 없었습니다. 독일군 총참모부는 당연히 전번 전쟁에서 깨달은 교훈 -소모전과 화력전- 에 따른 작전계획을 설립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나타난 인물이 구데리안과 만슈타인이죠(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죠?). 아까 1차대전 이야기할떄 1차대전 시기에는 화력이 기동력을 압도한다고 했습니다. 2차대전때는 이 관계가 역전되었습니다. 기갑 전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전장에 도입됨에 따라, 기동이 화력을 이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그리고 만슈타인과 구데리안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독일군의 작전계획이 변경되었습니다. 만슈타인과 구데리안이 설립한 '낫질' 계획이죠. 이번에도 슐리펜 계획과 기본적인 골자는 같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병력의 공백을 만들고(슐리펜 계획에서 좌익을 약화시키듯이), 그 공백으로 들어온 적군을 포위, 섬멸한다는 것이었죠. 공교롭게도, 프랑스군의 작전계획은 그 공백으로 진격하는 것이었구요.

낫질 작전 작전도(빨간색 화살표가 독일군)-꺼라위키
계획의 기본적인 골자는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기동이 화력을 이길 수 있는 시대였거든요. 강력한 기갑 집단은 보불전쟁 당시의 격전지인 스당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고, 프랑스군의 전선은 무너졌습니다. 벨기에 지역으로 진출한 프랑스군 주력은 독일군의 포위망(A에서 시작하는 화살표들) 안에 갇혔고,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였죠.
하지만 글의 가장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독일군 지휘부는 이런 '전격전' 을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급속한 진격은 너무 넓게 노출된 측면을 만들기 마련이고, 이 점은 독일군 지휘부의 최대 근심거리였습니다. 하지만 물론 그들은 이런 포위 섬멸의 절호의 기회를 놓칠 만큼 바보는 아니었죠. 하지만 독일군 지휘부에는 바보가 있었죠. 제일 윗대가리인 히틀러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히틀러는 포위망을 모두 완성시킨 독일군을 정지시켰습니다. 마지노선의 프랑스군 부대(마지노선은 조따 강력하기 때문에 독일군은 마지노선 정면으로는 그 어떤 공격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가 포위망 외곽에서 독일군의 측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였죠.
히틀러의 이러한 오판으로, 독일군은 그야말로 차려진 밥상을 눈 앞에서 놓치게 됩니다. 포위망 안에 있던 항구 덩퀘르크(지도에 dunkirt라고 써있는 곳)에서 프랑스군과 영국군 주력이 항구를 통해 영국으로 날라버린 겁니다. 이 사건을 '덩퀘르크의 기적' 이라고 합니다. 사실 프랑스군이 철수한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지만, 영국군 주력이 도망가 버린 것은 큰 문제였습니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해상 국가이고, 대규모의 징병제 군대를 운용하는 게 아니라 소수의 직업 군인으로 꾸려진 육군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덩퀘르크의 포위망에 갇혔던 영국군은 그 직업 군인의 전부였죠. 만약에 이들이 포로로 잡히거나 죽는다면, 영국에는 더 이상 육군이 남지 않는 것입니다. 새로 키울 수도 없죠. 훈련시킬 병력과 지휘관들도 모조리 사로잡히거나 죽었을 테니까요.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영국이 조기에 항복하고 히틀러가 유럽에서의 패권을 인정받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겠지만, 덩퀘르크의 오판 한번으로 그런 기회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어쨌든 프랑스군의 주력은 섬멸되었고(포위망 안에 덩퀘르크에서 철수한 병력을 제외하고도 70개가 넘는 사단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죽은 목숨이죠), 독일은 1차대전때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게는 '미국'이라는 세계사 최고의 발명품이 있었죠.
퍄퍄 최근에 [전격전의 전설](글 제목이랑 같은건 기분탓 ㅎ) 이라는 책을 읽고 제 나름대로 요약하고 가공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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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서 재밋게 읽엇던 내용 생각나네요
아마 저 책이 꽤 영향을 많이 줬을 걸용... 서부전선쪽 연구에서 거의 돌풍을 가져온 책이라성
궁금한거 있는데 회전문 전술이 현대전에도 먹히는 전술인가요?
'회전문' 으로 대표되는 슐리펜 계획은 기본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나오는 거라서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어욘. 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포위와 섬멸이라는 개념은 고대 칸나이 전투부터 현대까지 언제나 적용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