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수정됨) · 쪽지

2017-04-08 20:06:24
조회수 3,283

아주 옛날에 수능쳤던 아재의 그 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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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태그에 있는 수능 난이도에 관한 글을 읽고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ㅎ


제가 수험생 때는 평가원 모의고사가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3 때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생겼고, 이듬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기출문제라고 해봐야 8, 9년치 수능 기출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교육과정에 맞는 건 3, 4년치가 전부였던 때였죠. 그러니까 요즘에는 당연시되는 '기출 n회독' 같은 걸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개념도 없었고...


당시는 인강이라는 시스템이 막 도입되던 시절이라 지금과 같은 4대 인강 사이트가 없었습니다. 4대 인강 사이트 중에 메가스터디가 막 생겨났고, 손주은, 이범, 현용수 등이 강의를 했죠(현용수는 요즘 공단기에서 9급 과학을 가르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EBS에서도 수능 인강을 시작하기 전이었으니, 한마디로 양질의 사교육의 혜택은 정말 대치동에 사는 소수만 맛보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서울, 강북에서 살았는데 괜찮은 수업을 들으려면 당시 강북에서 가장 유명했던 단과학원인 서울역 대일학원에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것도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았죠.


참고서나 각종 교재도 부실했습니다. 바이블이 없었고, 개념원리가 막 나온 시절이라 수학 개념서 시장의 절대강자는 정석이었습니다(반 애들 대부분이 정석 펴놓고 공부했던). 블랙박스, 신사고, 비상 등에서 수능 교재들이 갓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보편화된 'n제'의 개념도 이 무렵 등장했습니다(새롬 n제였었나). 아, 누드교과서도 제가 고3 때인가 처음 나왔었네요. 황색 바탕의 공통과학 누드교과서를 굉장히 신기해하며 사봤던 기억이 납니다. 숨마쿰라우데나 완자 등은 당연히 없었고... 그래서 당시 이과생들에게는 하이탑이 필수였습니다. 하이탑이 요즘처럼 분권화되어 있지 않아 굉장히 두꺼웠는데(표지도 까만색이라 더 위협적) 물리2 선택한 친구들의 하이탑 부심이 굉장했습니다. "하이탑으로 맞고 싶냐?"


영어 어휘집도 능률 보카 어원편과 우선순위 영단어 정도만 있던 시절이었고, 영문법과 구문은 대부분 성문이나 맨투맨으로 공부했었습니다(천일문이라도 있었더라면). 학교 보충수업 때 성문 기본영어로 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는 성문 종합영어로 진도를 나갔는데 두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요즘에도 파는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서점에 가서 구경해보세요.


평가원에서 만든 양질의 기출문제가 없다보니 요즘은 거들떠도 안 보는 대성, 중앙, 종로 등에서 만든 사설 모의고사의 인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서점에서 사설 모의고사 모음집을 많이 팔았고, 저희들도 이런 것들을 많이 풀었습니다.


그나마도 문제 양이 많지 않아(6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지 겨우 3, 4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라) 울며 겨자먹기로 지난 교육과정(5차) 모의고사 문제집도 사다가 풀었는데 탐구 풀다가 정말 멘붕이 여러 번 왔었습니다. 저희 때는 탐구가 9과목이었는데 5차 교육과정 때는 탐구가 지금으로 치면 18과목이어서 세계지리와 지구과학2 문제가 한 페이지에 있는 걸 풀면서 한숨 여러 번 쉬었습니다(탐구가 120점 만점에 총 80문제).



그러니까 저희 때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같이 못하던 시절에 다같이 막연해하며 그 와중에 쓸데없이 어려웠던 국어(언어) 난이도에 다같이 멘붕했던... 뭐 그랬습니다. ㅋ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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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clude<stdio.h> · 730827 · 17/04/08 20:08 · MS 2017

    호고곡

  • shootingstar2113 · 713870 · 17/04/08 20:08 · MS 2016

    지구의 탄생을 보는 기분ㄷㄷ

  • Don't Stop Me Now · 734902 · 17/04/08 20:09 · MS 2017

    차라리 지금 수능이 나음 ㅋ_ㅋ 옛날수능이 눈감고 미로길찾기였다면 지금은 태양작열하는 운동장 한복판에서
    타이어끌고 땀뻘뻘흘리며 400m하는 느낌

  • 윳키군 · 589502 · 17/04/08 20:10 · MS 2015

    그와중에 초고득점자는 ㄹㅇ 타고난..

  • 조옹 · 699706 · 17/04/08 20:11 · MS 2016

    화석옹 ㄷㄷ

  • 동사서독 · 383625 · 17/04/08 20:19 · MS 2011

    님께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ㅎ -_-;;

  • 조옹 · 699706 · 17/04/08 20:20 · MS 2016

    수능과 역사를 함께하신분이시라..
    형님으로 모실께요..

  • 빌틀딱스 · 682037 · 17/04/08 20:19 · MS 2016

    크 이런거 너무재밌고 좋습니다 야한것도 좋지만 이런거도 자주 올려주세요 감사해요

  • 동사서독 · 383625 · 17/04/08 20:23 · MS 2011

    넵, 종종 올리겠습니다. ㅎ

  • 수학과 박보영 · 729170 · 17/04/08 20:54 · MS 2017

    물리2 하이탑으로 맞으면 ㅗㅜㅑ...두꺼워서 충격이클듯...

  • 희망을주는사람 · 691543 · 17/04/08 21:26 · MS 2016

    6차랑 7차였나? 2011 까지는
    진짜 수능은 예측불가엿죠
    1컷 80점대후반이라고 불수능이라고 욕해도 걍 무시하고 수능내던..
    언어영역은 비문학이 어디서 출제될지도모르고
    문학작품도 그땐 적중하기가 진짜힘들엇어요
    딱 저 세대부터 컨텐츠가 많이생겨난거같네요
    저 현역때 국어의기술 처음생곀ㅅ는데
    혁명이엿네요 ㅋㅋ

  • 김멍 · 548081 · 17/04/08 22:14 · MS 2014

    우와 어떻게보셨나요???ㅋㅋㅋ 재밌겠다

  • oEeT9xgwr6Z0zD · 673308 · 17/04/11 02:05 · MS 2016

    08가형에 100점에 근접한커트였다가
    그다음 6평에 1컷이 72가됩니다 .
    이런시험을 뭘로대비합니까

    13이후로는 열심히하면 분명 최상위권가능합니다.
    근데 그게가능해지니까 상위권수준이 두터워진거구
    거기에 정시정원까지 줄어드니까 정시에한정해선 지금이 제일헬맞습니다.
    초기수능때 최상위권은 ㄹㅇ 타고난두뇌라고밖에할말이없습니다. 09~11도 마찬가지이구요(수리가형때문)
    다만 하나느낀건 지금이나 그때나 최상위권은 머리도좋고 공부도많이합니다. 다만 지금은 머리좋은친구들이 좀 묻힐만한 시험형태인거고 상대적으로 성실하고 적당히 똑똑한친구들한텐 좋은셤인거죠 전 머리가 뛰어나지않아서 지금이나은것같네요 다만 생2 화1 같은건 이상한시험이되버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