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세상의 빛들을 골고루 나누고 있을까? -철학자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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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86 - 빈센트 반 고흐 |
현대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자유가 있다. 바로 선택의 자유다. 예전에는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하고도 당연한 어떤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가령 우리는 우리가 입을 의복을 일반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옷은 종종 사람을 말해주므로, 중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또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의복처럼 직업도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의 직업이 나의 직업이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헌법 제15조에 따르면 오늘날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경제학자는 이런 자유를 다만 경제적 자유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직업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구입한다. 이른바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시대이므로 꼭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에 들거나 필요한 옷을 고르는 일이 다만 경제활동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경제적 중요성만을 갖는 선택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드는 직업을 선택하는 일도 그렇다. 우리는 교사나 의사로 태어나지도 않으며, 요리사나 엔지니어로 태어나지도 않으며, 환경미화원이나 공무원으로 태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때가 되면 선택을 해야 하며, 이 선택은 (남아 있는 새로운) 인생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 된다.
직업선택의 자유
직업에는 한 개인의 삶의 의미나 사회의 건강함과 관련된 본질적 측면이 있다. 직업의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사회학자 뒤르케임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은 자기 자신을 위해 적합한 목적이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삼을 때, 그는 도덕적 비참의 상태로 전락하며 이는 그를 자살로 이끈다.”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와 같은 경고는 예나 지금이나 마음에 새겨두어야 한다.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목적으로 삼았던 것은 일반적으로 가족이었다. 뒤르케임은 친족 공동체의 소멸과 더불어 부부가족으로 축소된 오늘날의 가족은 점점 더 그러한 도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을 단단히 붙잡아줄 정도로 충분히 그 개인과 가까우면서도, 그에게 광대한 관점을 허용할 정도로 충분히 지속적인 단 하나의 집단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집단은 직업 집단이다.”(1)
그런데 뒤르케임의 희망과는 달리, 오늘날 직업의 이러한 측면은 점점 더 침식당하고 있다. 오늘날 직업의 현실은 뒤르케임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알다시피 요즘에는 가족을 단위로 하는 불평등이 사회에서 극심해졌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달라지거나 애당초 주어지지 않기도 한다. 또한 선택하고 싶은 직업의 종류와 양도 줄어들고 있다. 가령 “좋았던 옛날” 각종 가게 주인들이 했던 일들을 오늘날은 대형마트 종업원들이 하고 있다. 또한 인기 드라마 이 잘 보여주었듯이, 직장인의 현실은 합리적이고 성숙한 일의 보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건적이고 퇴행적인 인간관계를 견뎌내면서 작은 보람 한두 조각 건지는 데 있는 것도 같다. 오늘날 우리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에 부정적으로 간섭하는 두 가지 잘 알려진 요인이 있다.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명성이다. 돈은 직업 선택의 중요성을 흐려놓으며, 그 자체가 직업 선택의 주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직업은 직업의 본래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폄하되거나 천시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잘 알려진 요소는 오늘날 “인기”라고 불리는 상상적 명성이다. 이것은 특히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이른바 연예인이 되기를 원한다. 게다가 인기에는 돈도 따라오기 마련이므로 금상첨화인 셈이다. 이 상상적 나르시시즘의 세계가 욕망을 더 많이 빨아들일수록 현실에서는 그만큼 욕망이 빠져나가기 마련이며, 본래적인 직업의 세계는 빈곤해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직업은 다만 돈을 버는 경제적 활동일 뿐이며, 직업의 세계는 삶의 의미가 전개되는 생생한 장소가 아니다. 오늘날 수많은 청소년들은 그러한 생생한 장소가 있다면 그곳을 TV 화면 저 너머의 연예계라고 생각한다.
직업선택의 자유의 실현을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앞의 것과는 성질이나 종류가 조금 다른 것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메슬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2) 직업상담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로버트 시먼스는 바로 이 말을 직업에도 적용한다. 즉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할 때, 우리에게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시먼스는 직업상담을 받아보라고 조언한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직업상담사가 아니다. 대신에 나는 철학자로서 상담 말고 다른 것을 제공하려고 한다. 가령 교사가 되는 것과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분명 너무나도 다른 선택이다. 이 선택에 걸려 있는 것은 다만 돈이 아니다. 그 점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는 이 두 선택이 왜 근본적으로 다른 길의 선택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것이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즉 직업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장벽.
나는 여기서 직업의 선택이 다만 다른 길의 선택에 불과하지 않고 다른 세계의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직업의 선택이 세계의 선택일 경우, 첫째 이제 우리에게는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성이 생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돈과 인기를 획득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변경하지 않는 한―계속 살아가게 될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세계를 들여다보면 틀림없이 우리의 선택과 삶에 대한 태도는 성숙하고 정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즉 사람들이 점차로 세계로서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직업의 각 세계에는 돈과 상상적 명성이 내몰았던 직업의 의미, 즉 반짝이는 직업의 이념=이데아들이 다시 찾아와 깃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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