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oml [721999]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2-23 03: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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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축제때 번호딸려고 말걸고 보니까 여사친이었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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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화장 하나도 안하고 체육복만 입고 다니다가 꾸미고 온거 보고 모르고


얼핏 봤는데 너무 이상형이길래 친구한테 나 번호따고 온다 하고 갔다가


저기요.. 하고 뒤를 돌아보는 그때 알아챔


번호딸라 그러니까 니가 무슨 번호를 따 병신아ㅋㅋㅋ라면서 웃는거


키는 쪼매내가지고 말하는데 보다가 너무 귀여워서 모르고 왤케 기엽냐고 말해버렸다


걔 친구가 듣고 있는거를 생각 못하고 아 내가 뭔말을 한거지 하고 1초 뒤에 후회했었는데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척 입으로는 뭐래냐 라는 말을 뱉었지만 그담부터 은근히 눈을 피하던 너


부모님이 친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도 같이 다니고 엄마들 모임 나가면 너랑 나랑 친구랑 셋이서 놀았던 기억이 나는데


처음 너한테 고백했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장마 비가 내리는 날 아직도 내가 무슨 감정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내 친구는 너의 친구였고, 너의 친구는 나의 친구였다


하지만 이 관계가 깨져버리기 시작한건 내 친구가 너를 이성으로 여기던 그때였다


나한테 연애상담을 해달라는 그, 내가 그때 조언해준 것은 너가 그를 좋아한다면 에서 출발하는 '가정' 이 아닌


오롯이 나의 '감정' 이었다


우산이 없던 너와 나는 방과후가 끝나고 둘이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사실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는건 거짓말이다


멈추길 바란건 시간이었다


시간만 멈춘다면, 내가 남자로 보이든 좋은 친구일 뿐이든, 영원히 둘만 있게 된다면 아무 상관이 없지 않을까


그래 아무 상관 없을거야


그리고 너의 이름을 부른다 


성을 떼고선 처음 부르는 너의 이름, 그 어색함이 입안을 감돈다


그리고 나는 말을 한다 


평생 간직할거라 생각했던 그 말


나는 빗소리때문에 안들린다는 너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있었다


내 말은 빗소리에 묻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는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의 은색 반지에 비치는 비내리는 학교


다른 풍경을 비추고 있을 내 친구의 반지를 떠올린다


나는 그 반지를 원망하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너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가 조금만, 조금만 빨랐다면 어땠을까?


너는, "..말해서 뭐해 병신아ㅋㅋ" 라며 웃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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