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0qHrcsIDOmazA3 [704578] · MS 2016 · 쪽지

2017-01-26 04:18:18
조회수 856

잠 안오는 새벽 혼잣말(수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0929412

나 공부 진짜 열심히 했다.


중학교까진 운동선수하면서 운동선수 되는 게 꿈이었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의심이 들었다. 내가 정말로  이 길을 걸어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도망치듯 꿈을 접고...그럼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봤다.


당연히 공부밖에 없었다. 딱히 하고싶은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는 애들 보면서...나도 '공부 잘하는 애' 가 되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난 공부 잘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내가 입학하고 처음 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수학시험에서 7등급을 받았다. 15점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1번 문제 빼고 전부 찍어서 맞은 15점...


1학년 때 치른 어느 모의고사 영어 영역에서 'business' 라는 단어를 보고 '부신니스' 라고 읽으며 이게 무슨 뜻일까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1~2학년 모의고사 전교등수는 300명 중 200등대였다.


나도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냥 다 찾아봤다. 어떻게 하는 게 좋다더라 하는거 죄다 찾아보고 참고하고 시도해봤다. 이것저것 책도 사고 도전해봤다.


공부는 지독하게 어려웠다. 되는 것도 없었고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턱턱 막히는 것이 장애물 가득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한겨울에 혼자서 도서관 가서 있으려니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운동하면서 배운 근성은 있어서 그냥 버텼다.


그때 공부 6시간 하고 5시간 넘었다며 혼자 뿌듯해하며 붕어빵 사먹으면서 집에 간 기억이 있다.


2학년 때는 나름 늘어서 7~8시간 공부하고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성적은 영 시원찮았다. 전과목이 3~4등급 정도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2등급은 까마득한 높이의 벽에 가려진 느낌이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2학년 막바지 11월 모의고사 수학 영역에서 턱걸이 2등급을 받았다. 진짜 기분 좋았다.


그때즈음 나의 모의고사 전교등수는 300명 중 70~100등정도였다.


2학년 겨울방학...3학년을 앞두고 독서실을 다녔다. 대체로 8~10시간 공부했다. 2시간 공부한 날은 있어도 빠진 날은 없었다.


3학년 여름방학에는 14시간30분 공부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 여파로 다음날을 망치는 바람에 특별한 의미가 없어졌다.


6월 모평 전교 10등 했다.


9월 모평 전교 5등 했다.


이때 나는 영어 수준별 수업 2등반이었고, 나를 전혀 모르시는 1등반을 맡으신 선생님께서 그분 수업시간에 내 이름을 언급하며 언제부터 이런 애가 있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공부 잘하는데 처음봤다고...


인정받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리고 3학년 현역 때 본 수능...표점합 딱 500점 나왔다. 영어가 4등급이였다.


담임 선생님과 김영일 컨설팅 프로그램 보면서 성적 맞춰 적정으로 쓴 동국대 북한학과 예비없이 광탈했다.


합격을 단 한 곳도 받지 못했던 그 겨울은 참 비참했다.


나의 노력은 분명 표점합 500점 정도 수준이 아니었는데, 수능 성적이 그렇게 나와버리니 딱 그정도 수준의 취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든지, 나의 노력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을 받고 싶다든지 하는 기대는 전부 버렸다.


나를 제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나 혼자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독서실에서 독학재수를 했다. 그냥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면 했다.


고3 때 이미 비슷한 경험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해내리라 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 예상은 얼추 맞았지만...단 하루도 쉬웠던 적은 없었다.


스스로 다짐하고, 점검하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을 만드려고 노력했다.


수능날에 가까워질수록 스스로 놀라웠다. 이걸 이겨내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막바지에 이를수록 오히려 더욱 집중하는 것이 참 스스로 생각하기에 대견했다.


수능은 정말 편하게 봤다. 두 번째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1년 동안 본 시험 중에서 가장 편하게 봤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편했다.


표점합 526점이 나왔다.


그리고 연세대학교에 합격했다.


내가 지금까지 절벽에 매달려 버텨왔던 것들은, 되도않는 고집이 아니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