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한 [570778]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01-11 00: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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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적書籍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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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 기형도에 엄청 빠져살았었는데 요즘은 우울캐가 아니라 기형도는 잘 안찾게 되네요 ㅋㅋ 책 자체를 안읽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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