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로 살면서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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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뇌전증 환자다.
뇌전증이 무어냐 하면 ??? 할 것이다.
뇌전증은 간질이다. 순우리말로 하면 지랄병이다.
어떤 병인가?
뇌의 어떤 부분이 영 좋지 않아서 뇌 신호가 폭주한다.
그러면 발작을 일으키는데, 상당히 고통스럽다.
지켜보는 타인에게도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지랄병, 신병(신내림으로 보기도 한단다) 등 대우가 영 좋지 않은 병이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때 확진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지금 햇수로 8년차 환자다.
2.
어떻게 얼마나 아픈가?
평상시엔 별 문제가 없다.
다른 일반인들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
같은 일을 할 수 있고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다.
문제는 발작을 일으킨다는 거다.
뇌전증으로 인해 발작을 일으키게 되면 온 몸의 근육이 수축된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어느정도냐 하면 혀가 밖으로 내진 상태에서 입을 닫은 상태로 발작이 일어나면
혀가 잘리거나(좀 극단적;) 너덜너덜 해지거나(경험, 검붉은 멍이 들어서 혀를 못 움직일 정도)
피가 많이 나와서 아찔할 수도 있다.
주먹을 쥐며 힘이 많이 들어가서 손톱이 깨진다던지
손가락이 이리저리 꼬여서 남들이 풀어줘야 할 정도로 경직이남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모든 근육을 한방에 수축했다가 놓기 때문에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토를 한다.
최소 4시간~ 최대 9시간까지 해봤다.
가장 위험한 것은 뇌전증 그 자체다.
으사아조시께서 말하길 발작이 일어날 때, 뇌로 산소가 통하지 않게 된단다.
발작이 3분인가 5분 지속되면 뇌세포가 죽어서 좀 아쉬워진다는데
몇분이 지나게 되면 정말로 위험해진다고 한다.
그래도 난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발작 때문인지 점점 멍청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엄청난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냥 내가 첨부터 멍청한 것인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있다.
3.
뇌전증 환자로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지능 감퇴도 아니었고, 육체적 고통도 아니었다.
토를 몇시간씩 해서 식도염에 걸리든
혀를 깨물어서 입 안에서 피가 줄줄 나든
제멋대로 엉켜 굳어버린 손가락을 억지로 펴든
그냥 며칠 지나면 다 나았으니 문제될 게 아니었다.
지능 문제는 난 원래 멍청했으니 해결될 문제다.
사회적 인식이 문제였다.
"군대는 다녀오셨나요?"
아뇨.
"빨리 가는 게 좋아요."
면제입니다.
"왜요?"
뇌전증 환자거든요.
"뇌전증이 뭐예요?"
간질이요.
"아... 그렇군요."
이 짧은 대화에서 느껴지는 동정의 시선.
그리고 뒤따르는 불편한 배려들.
거기에 불이익까지.
대한뇌전증협회에 따르면
자신이 뇌전증이라고 밝힐 경우 취업에 실패할 확률이 60%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할 확률이 40%라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자신있고 남들만큼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도 있는데
4.
난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최대한 잊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을 때마다 환자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할 때마다 주변에서 만류하며 거절당할 때마다 느껴졌다.
너무나도 슬프고 한스러워서 여태 얼마나 베갯잇을 적셨는지 모르겠다.
장기적으로 병을 앓다보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작을 일으켜서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도 찾아왔다.
아직도 사람이 많은 곳엔 혼자 가기 힘들다.
혼자 밥을 먹고 다니지만 어지러움과 불안감을 느끼며 다녔다
5.
뇌전증 환자로 살면서 얻은 게 뭐냐.
사회경제적 불이익, 주변의 동정과 안타까운 눈빛, 육체적 고통과 정신병.
긍정적인 것은 수능 공부를 하면서 얻은 한가지 교훈이다.
아파서 못한 게 아니라 아파도 해냈다.
그런데 이마저 무너져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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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햝아드려요
많은걸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재능을 꽃피우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 여태까지 해온것도 멋지고 대단하신 분이니
배우고 보니 그냥 병인 것인데 이렇게 인식이 안 좋다니
그럼에도 멋있는 사람ㅇㅇ
수능공부보다 더 대단한 일을 성취하시고 꼭 그이상의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거예요
제가 당신의 느낌을 섣불리 재단할 수는 없지만...힘드셨겠네요 정말.
비추어보면 저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아파도 해냈다 정말 멋있네요!
대단하네요 진짜
발작시 주변사람이 취해줄수있는 조치는 어떤게 있나요?
주변에 머리가 부딪힐 만한 물건을 치워주고 입에 이물질이 있으면 제거해줘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하고 머리에 방석등을 깔아줘도 좋아요
발작이 5분이상 10분이상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에 알려야해요
그리고 발작이 일어났을때 일어난 일을 당사자에게 말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면 되세요!
등하교 같이하던 친구가 뇌전증학생이였어요. 코드킴님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수는 없지만...같이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이해할수있더군요.. 당당하게 나가시고, 떳떳하게 친구들에게 말하세요. 힘내시라는 말 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뇌전증은 불치병인가요?ㅠㅠ
ㅅㄷ고 선배님! 존경합니다
님 이런글에 뜬금 없지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에 올려주신 한지 자료집 수능준비하면서 넘 잘 썼어여 수능볼 때도 들고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작년에 올린 거네요. 감사합니다.
대단합니다....
약 잘 드시고 힘든일은 (육체저,정신적 )조금씩 피하시도록 하세요. 자극이 될 수 있거든요. 힘내시고 씩씩 하게. 지금처럼.
근데 아무래도 업무에 지장이 있진 않을까요? 최대4시간에서9시간 고통이 온다고 하셨는데 그 시간에 제대로 업무에 집중하긴 힘들거 같은데...
발작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선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는거잖아요 기업에서 꺼리는건 어쩔수없다고 봅니다...
네.... 그게 정말... 슬프다는 겁니다.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냥 못한 만큼 돈을 덜 받으면 되는 것이며 남들이 병가를 내는 것처럼(1년에 한번쯤 많아봤자 두번 발작 일어납니다.)하면 될텐데... 그게 안 된다는 겁니다. 아예 해고당하거나... 취업이 거절당하는 건 다른 이야기죠..
리스펙과 함께 100
감히 제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파도 해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재도전하면서 코드킴님 글들 보면서 힘냈어요.
응원할게요. 진심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곁에 님을 이해하고 사랑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없다면 빨리 생기길.
치료의 길이 열릴 희망을 갖고 그 때까지 버티기,,,,,,.
세상에 나때문이 아닌 일로 불행해지면 억울하고 슬프죠.. 저도 잘 알아요. 그래도 이미 정해진거라 생각하고 그나마 잘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네요
치료 방법이 없나요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최소 2년이 넘어가는 장기 치료입니다. 몇년 이상 쭉 지속되면 완치가 어려워지는 걸로 압니다.
응원해요. 같이 힘냅시다
라믹탈 드시나요?
트리렙탈만 6년 복용하다가 별 차도가 보이지 않아 15년부터 데파코트 서방정을 동시 복용 중입니다.
가족중에 뇌전증이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인지력은 전혀 문제가 없고 유전관련성도 거의 없음에도 말씀하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대부분 사람은 완전치 못하다는 말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