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Lotus [384595] · MS 2011 (수정됨) · 쪽지

2016-12-21 23:19:08
조회수 29,199

긴글주의) 상근예비역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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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제대하여 내년이면 1년차 예비군인 아재입니다.

아마 오르비에서 상근예비역 나오신 분들은 수능공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또한 그랬구요.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지역차, 사람차(?)가 있기 때문에 저의 군생활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미리 알려둡니다.


1) 공부를 하고 싶다면 군상근(대대상근)보단 향방상근(동대상근)이 낫다.


상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향방상근과 대대에서 근무하는 군상근이 있습니다. 같은 사단, 연대 소속인데 근무지만 다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동대상근으로 갈 수 있느냐? 그건 대대장 재량입니다.

한마디로 운이예요..표면적으론 대대장, 주임원사와 면담을 해서 결정하는데 그냥 대대장이 남기고 싶으면 남깁니다. 저는 인사과장이 내일 부터 00동대로 가면 된다고 해서 엄청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대상근 인원 수가 부족해서 급하게 인원을 보충해줘야 한다면

동대상근으로 빠질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는데 사실상 운입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사실 군생활 자체가 운이 따라줘야 합니다

군상근은 대대에서 근무하며 노예처럼 일을 하게 됩니다.

군수과, 인사과 소속에 따라 세세한 일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짬 낮으면 그냥 노예입니다.

그래서 저희 부대같은 경우 군상근이 향방상근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동대에서 꿀빤다고요 ㅋ 아무튼, 육체적인 노동량만 놓고 보면 군상근이 압도적입니다...

진지공사를 한다던가, 예비군훈련이 있는 날이면 총기 및 장비도 날라야하며 여름엔 잡초제거가 필수...그 외 기타 등등 이런 것들을 동대상근은 하지 않습니다. 

육체적인 노동이 적기 때문에 동대상근을 추천하는 겁니다.

그럼 동대상근은 육체적인 노동이 없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짬 낮을땐 주말에 통지서 돌린 일이 많았구요..한여름에 통지서 돌리러 혼자 나갔습니다...ㅠㅠ

또, 각 동대에 향방작계훈련을 위한 장비들이 있습니다. 방탄헬멧, 총기피탈방지끈,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장비들...이런 장비들을 동대장이 닦으라고 할 수도 있고 잡일을 시킬수도 있어요

또, 저희 대대같은 경우 군상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총기 닦으러 대대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막내생활이 길어서 9개월동안 제가 했습니다...1시부터 5시까지 죽어라 총기만 닦으면 됩니다. 이때 동기들도 만날 수 있어서 나름 추억도 있었는데 옷에 기름 다 묻고 짜증나요;;;

그런데 군상근은 거의 노가다식으로 작업을 합니다..그래서 여러 모로 동대상근이 낫다고 봅니다.

두번째로 동대상근은 인간관계가 적어서 좋습니다. 많아봐야 4~5명이서 같이 근무합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군대는 계급사회입니다. 나보다 짬 높은 사람이 수십명 있는 군상근이 더 골치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상근선발기준이 고졸이나 그 이하 학력을 가진 경우에 유리하기에 소위 말하는 양아치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보통 그런 양아치들은 동대에 보직을 받아도 사고 치는 경우가 많아서 군상근으로 빠집니다. 근데 이것도 운입니다...저도 선임 한 명은 일 잘하는 양아치였고 후임은 인간성이 별로 좋지 않은 녀석을 받았거든요...맞선임과는 친하게 지내서 지금까지도 연락하구요...어딜 가든 자기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군대는 계급사회라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고생할 무릅쓰고 군상근으로 자진해서 가는 동기녀석도 있었네요..

세번째로 동대상근은 기본월급 + 식비 6000원 + 교통비가 나옵니다.

그래서 월급날(10일)이 되면 나라사랑카드에 40만원 가량 되는 돈이 들어옵니다.

저는 걸어다녀서 아낀 교통비로 인강교재비에 보탰습니다...

군상근은 짬밥을 의무적으로 먹기에 식비가 따로 나오지 않구요...

짬밥이 맛 없으면 PX에 가기 때문에 금전적인 면에서 동대상근이 더 좋습니다.

점심도 맘대로 사먹을 수 있고요...저는 동대장님하고 맛있는거 사먹으러 다녔습니다..

네번째로 동대장입니다. 사실 좋은 동대장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나이든 분들이 많아서....대화도 잘 안 통하구요;;;

그러다보니 일만 잘하면 노터치하는 분들이 많아요...그냥 상근을 귀찮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도 일 잘하면 근무시간에 대놓고 핸드폰해도 뭐라곤 안해요...그래도 성격이 ㅈㄹ맞으면 힘들구요;;

동대장이 예비군훈련 조교로 가거나, 교육기간이거나, 휴가기간이면 동대가 정말 편합니다.

오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예비군들이고...간부들이 종종 오는 경우가 있는데 동대장 없냐? 괜히 왔네하고 가버립니다...저도 짬차고 나선 하루종일 공부했네요..밥만 같이 후임이랑 먹구요..



2) 주말, 공휴일을 최대한 활용해라


냉정하게 생각해볼까요? 부모님이 1년간 지원해서 학원(독재)다니고도 안됐는데

군생활하며 성적을 올린다? 누가 봐도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또한 평일 근무시간에 공부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근무시간에 고된 일을 했다면요...

집에 오면 6시 30분...씻고 저녁 먹으면 8시 다됩니다..

저도 처음엔 새벽 4시까지 공부했어요...잠이라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잠이 부족하다보니 근무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임한테 혼난 기억도 있습니다...

아무튼, 상근은 다른 군인들과 다르게 빨간 날은 &&&'집에서&&&' 쉽니다...

임시공휴일도 마찬가지구요..(이때만 해도 그네누님 감사하다고 생각했네요)

그래서 상근은 휴가를 주말 혹은 공휴일에 껴서 나갑니다...

그러면 1차정기휴가가 9박 10일이 아닌 그 이상으로 불어납니다...

저는 모든 정기휴가와 포상휴가를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ㅠㅠ

아, 그리고 포상휴가는 향방상근이 따기 힘듭니다...

저는 한국사 1급에 합격해서 3박 4일 받은게 전부였네요...


3) 군대는 계급사회다.


상근이 수능공부하기에 육군이나 의경, 공군보다 좋은 환경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쟁자들은 우리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합니다.

진짜 빡세게 하셔야 됩니다..또 군생활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서 근무시간에 공부할 수 있어요

저도 짬차고 나선 근무시간을 공부에 많이 썼구요...금요일은 좀 일찍자고 토욜에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가고 그랬습니다...근데 짬 낮을땐 그냥 노예마인드를 갖는게 편합니다..

간부들이나 선임들이 수능공부한다고 더 배려해줄거란 마인드도 버리세요.

아직 오르비엔 사회경험이 적은 분들이 많을텐데, 이 사회가 그렇게 포용력이 넓지 않아요 ㅋ

님이 수능공부를 하든 뭘하든 관심 없구요...군대는 계급사회라 그딴 배려 절대 없습니다.

물론 작은 배려는 있겠지만 혹시나 누군가는 도와 주지 않을까? 이런 마음 가지셨다면 그냥 버리시는게 낫습니다. 재는 수능공부한다고 작업빼주는 간부나 선임 없고요...있다 해도 동기들한테 불만 터져나오고 힘듭니다...

그리고 군생활 너무 겁먹지 마세요...재밌는 것도 뭐같은 것도 있어요...

정말 현역들 생각하시면서 공부하세요..현역들 여름에 에어컨도 없습니다...

저는 한여름에 말년병장이라 동대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커피 먹으면서 공부했습니다;;


4) 주의해야할점 + 동대상근이 하는 일


사실 양아치 아니면 딱히 조심할 건 없습니다...

너무 소심하다거나 내성적이어도 별로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어차피 동대는 인간관계가 적기 때문이죠;;

동대로 갈 경우, 예비군훈련교육을 하게 됩니다...

1~4년차는 동원지정자는 동원훈련 미지정자는 동미참 24시간, 향방작계훈련 12시간, 1년 이상 출국자는 훈련 면제, 선생님은 향방기본훈련 8시간 기타 등등 외울게 많습니다.

아마 처음 출근하면 선임이 예비군실무편람이라고 해서 연차별, 직종별 훈련과 전투편성 하는 방법이 나와있는 책 한권을 읽으라고 줄겁니다..그게 사실 전부고요..한글이나 엑셀 잘하면 좋긴 한데 금방 배웁니다..또, 동대관할구역이 넓으면 예비군 수도 비례해서 많아지기 때문에 신경써야할 것도 많습니다...연락 안되는 예비군이 있으면 집에 찾아가는 것도 일이고, 통지서도 많아지니까요...

그런데 무서운 건 이런 훈련을 잘 부과했는지 사단에서 감사를 봅니다...

이 감사가 내 군생활동안에 있다..그럼 1~2개월은 공부하기 틀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이 감사 결과에 따라 동대장의 성과급과 근무지가 정해집니다..(못보면 시골로 쫓겨남..나이 많은 동대장의 경우 일부러 시골에 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목숨걸고 덤비고요..지금은 제가 설명해드릴 수 없는 엄청 무시무시한 일들을 계속 준비합니다..그냥 죽어나가요..저는 &&'운이 좋아서&&' 감사는 면했는데...감사 본 동대를 보면 진짜 개고생합니다...야근은 일상이고 감사 못보면 후속처리라고 해서 그것도 개고생이고요...


어쨌든, 제가 대략적인 것만 쓰려다가 아 이건 꼭 써야 겠다..이것도~ 저것도~ 하다가 글의 내용이 확 늘어나버렸네요...

세줄로 요약하자면

1. 군생활은 운 + 자기 하기 나름이다

2.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

3. 열심히 하려면 빡세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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