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175908] · MS 2007 · 쪽지

2015-12-28 16:18:08
조회수 8,422

[그믐달]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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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삼수는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나에 대한 평가는 보류된 것이기에..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대학 입시가 발표 되고,

원하는 대학을 못 가는 상황이 눈 앞에 닥쳤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친구도 없이 혼자 달려 왔고, 

취미도 없고

많은 것을 포기한 생활에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3년 동안 
바닥을 기며, 그토록 갈구했던 것은 (아름다운 말로는)'성취감'이었고, 

(솔직히, 무조건) 

목표대학의 '합격'이었지만....



그것을 얻는데 실패했고,


높은 대학을 원한 만큼

패배감은 저를 아주 잔인하게 짓밟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극서울대주의자인 아버지가 하신 '말씀' 때문에 힘들었다라고 생각했지만,

(극 서울대주의 = 우리나라 대학교는 서울대밖에 없다.)



그것은 그냥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내 스스로의 '패배감'이 흉기가 되어,

 저를 찢어놓았고, 끝내는 완전히 주저앉혔던 것입니다.

저는 주저앉은 채로 한발짝 나아가지도 못했습니다.


해가 떴는데도

자존감이라는 빛따위는 비치지 않은 지 오래 되어서

좌절과 패배감에서 깨어나질 못했습니다.


최근 50명 가까운 학생과 개인 상담을 했는데

부모님과 재수 문제로 심하게 다툰 여학생

해도 안된다라고 좌절감을 이야기하던 수십 명의 학생들...

상담이 끝나고 학생이 가고나면,

저 혼자 빈 강의실에 남아

'수험생 때의 나'를 마주합니다.


심히 불편합니다.

환절기, 쌀쌀한 밤에 

독감삘 감기기운의 느낌인데....




시련이 성장의 원동력이라지만,

'패배감은 너무 아픕니다.'


독한 감기처럼 괴로우며

나를 끊임없이 좌절과 우울 속에 침전시키며,

때로는 스스로를 원망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저는 마지노선에 얹혀졌으니 운이 좋은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도, 글쓰기 버튼을 누르지 못했고, 수십페이지의 책 작업을 할 동안

망설였습니다.(그냥 지웠습니다ㅋㅋ)

훨씬 더 좋지 못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 배부른 소리일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패배감은 모든 사람이 '시점만 다르지' 모두가 겪는다는 것
(설경 나왔지만, 고대로스쿨 최종탈락한 우리형도 겪고 있을 것이고)

패배감 때문에 한 번뿐인 20대 초반을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보내지 말라는 것


수능 시험은 끝났지만, 우리 삶 자체가 수험생의 삶같아서
(인생 얼마 안살았으나 요즘 제 생활이 딱 고3 수험생인 것으로 보아 ..)

끊임없이 크고 작은 패배감이 몰려올 것이라는 것

그래도 견뎌낼 수 있고, 견뎌내야한다는 것
(극복은 견뎌야 오는 것같아서, 저도 잘 알진 못하지만 노력하며 견디는 중)

수능이 끝났다면, 새로운 목표를 찾으라는 것

그리고 몰두해서 성취감을 얻으라는 것

수능을 다시하기로 했다면,

이것저것 재지말고, 공부에 올인하라는 것


그러면,

어느새 

 '진심으로' '정말 많이' 웃고 있으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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