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비문학은 한국어 네이티브라면 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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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이죠? 일부러 좀 자극적으로 써봤습니다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학벌주의의 대명사인 오르비이니, 먼저 자기소개를 해서 글의 신뢰도를 좀 높이고 가겠습니다. 저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정시로 입학했고, 11수능 언수 만점, 12수능 언수외 만점을 받았습니다. 동생이 이번에 입시라 오랜만에 오르비를 들어왔는데 언어에 관한 글이 많길래 그동안 언어 영역에 관해 생각해온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언어 영역에서 비문학만큼은 왕도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공부방향은 주위 동기들 중 언어에 자신 있는 친구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제가 수능을 준비했던 방식을, 언어 영역 중에서도 비문학에 집중하여 소개하는 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읽어봐도 재수 없으니 싫으신 분은 비추를 눌러 주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언수외에서 무난하게 1등급을 받던 평범한 전교 1등이었습니다. 수학은 초등학교 때부터 잘했고, 재미있어해서 공부시간 중 수학문제를 풀던 시간이 가장 즐거웠어요. 문제들을 양학하는 기분이었달까. 어쨌든 틀리는 일이 적었으니 몰랐거나 실수했던 문제가 풀릴 때까지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니고, 최대 1시간 정도까지 고민해봤던 것 같아요. 더 이상 붙잡고 있어봤자 제가 아는 걸로는 안 나온다는 소리니까요. 주위에 물어봐서 답을 안 다음에는 방법을 숙지하고, 오답노트는 따로 안 했습니다. 시간은 많았고, 앞으로 그런 문제는 또 나올 테니까 그 때 익숙해지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재수 동안 본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수학은 총 3개 틀렸기 때문에, 저는 수학을 ‘잘하게 되는’ 방법은 몰라요. 그래서 과외도 안 했고, 이 글에서도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문제의 언어인데요. 2학년 때 언어영역 점수가 80후반-90초반으로 떨어지면서 불안했어요. 저는 자신감이 넘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나의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데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은 뭔가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른데로 눈을 돌리다가 언어의 기술이었나? 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그 책에서 얻은 게 딱 두가지인데, ‘발문을 정확하게 읽는 것’과 ‘이항정리’라는 거였어요.
그 책에서 제시된 것처럼 발문을 읽는 것만으로 문제를 푸는 건 사실 출제자의 실수에 의한 요행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지만, 문제를 한 번 더 확인해볼 유인이 생김으로써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실수’라는 건 수능 고득점자건 저득점자건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를 줄이는 것이 습관이고, 습관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약간 잡설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문제를 풀다가 실수를 하는 일이 있으면 그날 밥을 굶는 것도 일 년 정도 해봤는데 실수는 말그대로 ‘실수’라서 이걸로는 안되는 것 같더군요. 줄어들긴 하지만 사용되는 시간도 절로 늘어나서 뒷 문제에 충분한 시간을 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더 쓸 바에야, 나중에 검산하는 프로세스를 넣자고 생각했고,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푼 이후에 몰라서 넘어간 문제를 다시 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실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문항마다 일관적으로 체크하며 검산했습니다. 물론 이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독해력이 뒷받침 되어야 시간을 남길 수 있고, 시간을 많이 남길수록 프로세스를 여러 번 반복하며 실수가 나올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실수’는 곧 ‘실력’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이 확인 프로세스로부터 ‘수능 비문학은 한국어 네이티브라면 틀릴 수 없다’는 말이 연결됩니다. 외국어와는 달리, 한국어 네이티브라면 수능 비문학 수준에서는 글의 주제를 담고 있는 ‘표제어’ 외에는 모르는 단어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수능, 평가원은 사설 혹은 교육청 모의고사와는 다르게 논란이 되는 문제가 발생할 시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오므로, 출제진은 방어적으로 문제를 출제하게 됩니다. 그 방법으로 지문 혹은 발문에 특정 선택지가 답일 수 밖에 없는 이유 혹은 나머지 선택지가 답이 아닐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반드시 넣게 되며, 이 때문에 ‘언어 영역의 모든 답은 문제 안에 있다’라는 아름다운 명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평가원 언어 문제가 훌륭한 이유이며 수험생이 평가원을 중심적으로 봐야하는 이유이고, 고득점자 혹은 강사가 평가원을 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이로부터 비문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맞는 선택지를 고르는 문제라면 나머지 선택지는 왜 틀렸는가를 명확하게 지문 혹은 발문에서 찾고 넘어가야 하며, 틀린 선택지를 고르는 문제라면 그 반대일 것입니다. 이 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항정리’입니다. 비문학 지문은 개념에 대한 설명, 특정 주제에 대한 주장 등 여러 분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메인스트림과 그에 반대되는(혹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는) 내용을 섞여 있습니다. ‘문제’를 내기 위해서죠. ‘이항정리’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메인스트림에는 동그라미, 반대 내용에는 세모 혹은 가위표를 치고 넘어가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표시들은 후에 선택지가 왜 틀렸는지 확실히 가려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메인스트림에 해당하는 단어로서 제가 동그라미를 쳐두었는데 ○=△라고 주장하거나 ○=X라고 주장한다면 틀린 선택지가 되겠죠. 명제가 확실히 틀렸다면 선택지에 X 표시를 하고, 모든 문항의 선택지에 O, X 표시가 된다면 만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대입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능은 논술이 아니에요. 물론 이 프로세스는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대신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수능 비문학은 한국어 네이티브라면 틀릴 수 없다.’는 말을 정확하게 하려면, ‘시간이 충분하다면.’이라는 말을 덧붙여야 하겠죠.
사실 비문학이 아닌 문학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맞출 수 없는 선택지가 존재하며, 고전문학의 경우 제반지식이 없다면 읽기 힘들기 때문에(평가원, 수능 문제를 풀 때는 제가 이 제반지식을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없어도 풀 수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보수적으로 비문학만을 다 맞을 수 있다고 설정한 것이죠.
통찰력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 글에서 나온 방법을 실천하려면 결국에는 ‘엄청난 독해력’이 있어야 합니다. 속독과 동시에 정독이 되지 않으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낼 수 없고, 검산 혹은 정답 확정 프로세스를 돌릴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저는 이 방법들을 해내는 것을 ‘경지에 이른다’고 표현하는데, 안정적으로 언어에서 100점, 간혹 98점을 받았던 친구들은 정확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공통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독해력과 문제 별 확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결국엔 그게 왕도인 것이죠.
외국어 영역도 언어 영역과 프로세스는 같지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독해가 힘들고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가장 힘든 과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재수했을 때는 EBS 외국어영역 전권의 지문을 거의 다 외웠기 때문에 내신 풀듯이 30분만에 문제를 다 풀 수 있었고, 독해가 힘들었던 부분에 남는 시간을 투자하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 영역은 제가 고정적으로 만점을 받지 못했던 과목이므로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긴 한데…집중력이 떨어져서 적당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수능 문제는 어려울수록 변별력이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EBS를 넣어서 난이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오히려 암기 위주의 시험이 되는 거라고 봅니다. EBS를 암기하면 지문을 읽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는 봐야만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력이 있으면 다 풀 수 있고 실제로 문제 해결력 확인하는 시험 맞습니다. 수능이 암기 위주의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알못.
P.S. 글이 좀 용두사미인 건 처음에 신나서 쓰던 중 다른 일 처리하고 와서 10분만에 대충 마무리해서 그렇습니다.
P.S.2. 이 글은 그냥 제 생각이고 전달한 것 뿐이라(글을 싼 거라) 댓글에 답변은 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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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엄청 길군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푼 문제는 거의 안 틀리는데
시간이...ㅠㅠㅠ 쥬르륵
그렇군요
뭔가 금머리의 느낌이 난다.
공부법에 대한 조언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금두뇌의 조언이죠.
3줄 요약 없습니까
글 쓰신대로 시간이 충분하다면 틀릴수가없죠 시간안에 푸는게 수능이니 틀리는거고
다 옳으신 말씀인데, 수능날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그 날 컨디션이나 운의 영향도 무시못하는 것인지라...
너어무 주관적
좋은 말이긴 한데요...
님이 말한 '엄청난 독해력'을 한국어 네이티브라고 해서 다 가지고 있는게 아닙니다..
또 모든 문제가 님이 말한대로 '동그라미가 세모여야 하는데 네모라고 해서 틀렸다'는 방식으로 풀리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님이 언어를 잘했다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글 쓰신분 자체가 나이에 비해 너무 어린 생각이신듯
11 수능 친 12학번이 이렇게 어린 발언을 할 줄이야
다른 사람에게 '어린 생각, 어린 발언'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시는 분이 다른 사람에게 '어린 생각, 어린 발언'이라는 표현을 쓰시다니 ㅎㅎ
제가 그래서 국어 조언을 하지 않아요ㅠ
60문제 시절 다 풀고 60분 남았던 사람이라;;;
뭐지 반응들은..?국못이지만 이게 답인것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공감하지만
댓글을달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질문드립니다.
언급하신 '독해력'을 높히기 위한 방법론이 있을까요?
정확하게, 많이, 꾸준히 읽으세요라는 조언 밖에는 못 드리겠네요. 다만 '많이'보다는 '정확하게'가 3배 이상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똥글이라 그냥 묻힐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먼저 '엄청난 독해력'이라는 걸 모두가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아무나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마무리를 대충 하다보니 논지가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에도 제 글이 대중을 대상으로 적절한 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제시간에 다 풀고 1등급을 받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만점이 확실치 않은 사람'을 위한 글이라고 해야겠네요. 수능이 끝난 제가 2학년 때의 저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오소리감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문제가 '동그라미는 세모인데 네모라고 해서 틀렸다'라는 식으로 풀리지는 않는 것도 맞습니다만, 그 방법 모두를 이 짧은 글에서 제시할 수 는 없었고, 제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적인 '예시'로 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 방법으로 05-12수능까지 모든 선택지가 맞거나 틀린 이유를 분석해봤고, '지문으로 알 수 없는(제시되지 않아서 답이 될 수 없는) 선택지는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요약하면 제 글의 논지는 '독해력을 길러서 남는 시간을 바탕으로 문제를 완벽히 분석하라'는 건데요. 저는 고등학교까지 소설 위주긴 하지만 책을 2천 5백권은 읽었고, 개인적으로 독해력은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문장구조를 분석하면서 넘어가다보면 글을 절로 이해하게 되고, 분명 답만 찍고 넘어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3년 동안 언어영역을 열심히 파면 생각보다 많은 글을 읽게 되는데요. 언어영역에 나와있는 지문들은 일반적으로 긴 글에서 핵심을 위주로 발췌한 글이기 때문에, 지문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효율적으로 글들을 접하는 일입니다. 읽을 때 정확히 이해하는 습관 덕에 저는 분명 독해력에서 큰 효과를 봤고, 다양한 상식을 많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이 재밌어요'.
공부방법 자체에서 문제를 그냥 읽고 답을 맞추면서 넘어가는 거랑 그게 왜 답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고 넘어가는 건 엄청 매우 심하게 아주 아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답을 맞추면서 넘어가면 평가원을 푸는 의미가 없어요...그냥 문제집 푸는 것보다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러군데에서 본 문제기 때문에 쉽거든요. 역사를 알기만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현재에 비추어 더 나은 결과를 낼 때 의미가 생기는거죠.
그리고 이 방법을 쓰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처음에는 엄청 부족하지만 익숙해져서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또 본인의 답에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풀었던 문제에 의심을 갖는 시간이 없어지고, 다음 문제에 온전히 생각을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속도가 빨라지는 선순환이 생깁니다.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할까요. 또 어떻게든 맞추려고 하다보면 절로 독해 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다른 사람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절박하게 공부하다보니 됐어요.
시험날 컨디션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리스크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몇 문제를 틀렸는지도 모르겠어'랑 '현재 3문제에서 한 문제는 지문 이해가 덜 되었고 두 문제는 선택지 2개가 애매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정말 멘탈관리에 있어 천지차이죠.
이렇게 말해도 '그냥 잘하면 된다'라는 말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신다면 언어공부를 좀 더 해보시라는 말 밖에는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제가 그걸 설명할 능력이 없네요. 누군가는 이 글에서 얻는 바가 있을 것이고, 그런 분들을 위한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쪽지를 보내주세요. 12월까지는 틈틈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