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SiRi [692919] · MS 2016 · 쪽지

2016-11-20 11: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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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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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기출을 손에 쥔 재수생은 던져지듯이 털썩 택시 안에 쓰러졌다.

&“어디로 가시죠?&”

택시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빰!빰!빰!빰! 나는 간다 신촌으로!&”

자동차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연세대로 가자면 수능도 잘쳐야 하는 까닭이었다.
운전수는 줄지어 달려오는 수험생의 사이가 생기기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 수험생의 행렬이 좀 끊겼다.
운전수는 핸들을 잔뜩 비틀어 쥐었다.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원서접수를 하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재수생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한양대로 가.&”

재수생은 갑자기 자신의 등급을 생각했던 것이다. 운전수는 다시 홱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운전수 옆에 앉았던 조수 애가 한번 재수생을 돌아보았다.
재수생은 수험장 한 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때에 또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시립대로 가.&”

눈을 감고 있는 재수생은 경쟁률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학교장추천은 이미 끝났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시립대입니다. 손님.&”

&“가자.&”

재수생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하, 참 딱한 재수생이네.&”

&“&…&….&”

&“망했나?&” 운전수가 재수생을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같은 재수생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수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재수생은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들 구실, 학생 구실, 남자 구실, 재수생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재수생은 점점 더 졸려 왔다. 논술을 망친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재수생은 또 한 번 귓가에 조수 애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차가 정시에 다다랐다. 앞에 교통 신호에 발간 불이 켜졌다. 차가 섰다. 또 한 번 조수 애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죠?&”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재수생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따르릉 벨이 울렸다. 긴 수험생들이 일제히 추가합격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재수생도 목적지를 모르는 대로 행렬에 끼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재수생의 입에서 흘러내린 논술볼펜 잉크가 흥건히 그의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채 잉크 밑으로 그의 전화기는 떨어졌다.


수능끝나고 오발탄이생각나서 올비검색하니 14년도자료가..ㅠㅠ 퍼왔어요 완전 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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