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er [682223]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1-18 21:57:58
조회수 1,888

재수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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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망친 한 사람입니다

술좀마시고 펑펑 울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유리가 산산조각나듯 박살난 맨탈에 약간 풀칠을 한 듯한 기분이 들어 +1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한가지 글을 씁니다


네. 수능이 끝났네요

일년여간 최선을 다해 달려오신 분들이나, 조금은 설렁설렁 달리신 분들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땐 피시방에서 겜을 하고 있었겠지만, 올해는 왜인지 딱히 뭐를 하고 싶지는 않네요..


작년 수능을 망치고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소위 지잡대 원서를 넣으라는 부모님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고,

학교에서 입시 상담을 할때 컴퓨터 프로그렘에 평소 제 성적대로 나온줄 아시고 경북대를 검색하시는 선생님께 거기 못가요...라고 말씀드리자, 다른 곳을 검색하시는(영대) 선생님께 계대...라고 중얼거린 제가 너무 비참했으며,

저랑 같이 일년동안 논 친구들은 논술 대박나서 좋은 대학 갔다고 시셈하는 제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뭐. 놀았으니까 당연한 결과였겠지요.

그때의 저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받아들이고 자괴감에 괴로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쨌든 이를 갈고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은 뜯어 말렸습니다

이때까지 제 모습을 본 탓이였겠지요.


그래서 붙은 대학 다 안간다고 등록 취소하고, 제 멋대로 재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5시경에 일어나 한시쯤에 잠들고, 자는시간만 빼고 공부를 했으며, 슬슬 2월 재종반이 개강할 시즌이 되자 수능끝나고 알바를 다녀 벌었던 돈으로 한달 재종반에 등록하고, 등록 날짜가 다 되가자 알바를 알아보는 저를 보신 부모님도 재정적 지원을 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반년정도를 보내자 온실 속 화초로 자라온 저에게는 버티기 힘든 일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그것때문에 거의 한달을 폐인으로 보냈고, 지금도 그 일이 상당히 저를 괴롭혀 옵니다.

그 뒤로부터는 올해 초만큼은 공부를 하지 못했어요.

심적으로도 너무나도 힘들었고, 신체적으로도 무리를 한 탓인지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저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열시간을 못채운적은 거의 없었지만,

올 초 하던것 처럼 하루 18, 19시간 정도를 하지 못했으며, 결국 최고기록인 21시간 17분을 깨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까지 했는데, 성적이 그렇게 많이 나아지지 못한게 상당히 슬프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일단 첫째로, 재수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신중히 고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말은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눈 앞의 거대한 벽을 보시고 다른 길을 택하시든, 다시한번 그 벽을 넘거나 깨부수기 위해 준비를 하시는 분도 분명 계실겁니다.

하지만, 한번 더 시도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 보다 힘든 고통이 따를 것이고, 무엇보다도 실패에 대한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시던 존중합니다.


둘째로, 독재를 하건, 재종을 다니건, 친구들과의 연은 유지하는것이 좋습니다.

재수는 몸보다 정신적 고통이 굉장히 큽니다. 저는 소리소문없이 재수를 했고 이를 아는 친구도 몇몇 없습니다.

밥 몇번 먹자고 연락한 친구들의 제안도 전부 거절했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재수는 스트레스 관리가 정말로 중요합니다.(그렇다고 너무 놀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달정도 밥 한번이면 충분합니다. 수험생활엔 당근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특히 독재를 하시는 분들께는 정말로 중요한 사항입니다

정말 극도의 고통속에서 재정신을 유지하려면...


셋째로,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믿지 말아야 할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의지와 또 하나는 모의고사 성적입니다.

왠만하면 인터넷 기기(요즘 거의 스마트폰이죠?)는 집에 두고 다니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단 하나의 유혹이라도 있으시면 안됩니다.

당장은 분노때문애 그리로 눈이 가지 않으실지도 모르갰지만, 사람의 의지란 생각보다 약하며, 몇달이 지나시면 

헬렐ㄹ레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수미잡...은 말하지 않아도 아실테니 이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네번째로, 주변 사람의 말 중에 자신을 폄하하거나(넌 안된다 식의) 얕보는 말은 한 뒤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이거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이 큽니다.



뭐...재수망한 실패자가 이딴 글 왜올리냐 라거나 노력도 안해놓고서....라는 말도 있을지 모르지만...약간의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는 일단 한달정도 쉴 생각입니다.

읽고싶었던 책도 읽고, 일년여간 소홀했던 인간관계도 좀 되돌려 보고.. 엉망진창이 된 심신을 좀 달랠 기간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저도 한번 더 도전을 하든, 다른 길을 택하든... 어찌됬던 상당기간 고민을 좀 해야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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