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오띵 [556931] · MS 2015 · 쪽지

2016-10-16 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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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이론 흐름 Storytelling (by파오띵)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해.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 속에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느끼고,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인간에게 아름다움, 즉 '미'라는 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것인 거 같아. 그렇다면 도대체 이 '미'라는 게 뭘까? 우리는 어떨 때 '미'를 느끼는 것일까? 이런 당연한 의문에서부터 미학 이론이 시작돼.

  이렇게 '미'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이론을 통틀어서 미학 이론이라고 불러. 이 미학 이론에 관한 논의는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돼. 고대 그리스하면 뭐가 떠오르지? 수학! 수학이 떠오르지 않아?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이런 위대한 수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지! 그래서 그들은 미학 이론에 접근함에 있어서도 수학적 사고를 차용하게 돼. 우리가 '미'를 느끼는 사물들에는 분명 뭔가 '객관적이고 형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성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객관적이고 형식적인 성질을 어떠한 사물이 가지고 있다면, 인간은 그 사물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거지! 그리고 그 '객관적이고 형식적인 성질'은 시각적 대상에서는 '비례', 청각적인 대상에서는 '조화'라고 정해버려. 인간은 시각적인 대상이 '비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청각적인 대상이 '조화'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것이지. 우리는 이러한 고대의 미학 이론을 '객관화된 미학 이론'이라고 불러. 이때는 미의 주체가 개별 사물(대상)에 있던 시기지.

  이후 기원전 5세기경 쯤에 '조화'의 판단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반론 때문에, '객관적이고 형식적인 성질'에서 '조화'는 삭제돼버려. 결국 '미'라는 개념은 시각적인 대상에 국한되었다는 이야긴데, 이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러한 미학 이론이 중세 시대를 지나, 근대 시대에 도래하면서 여러가지 반론에 부딪히게 되었다는 거야.

  자.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그 고대 사람들의 생각이 맞을까? 우리는 '비례'가 있으면 우리는 무조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황금 비례를 가지고 있다고 불리는 비너스의 여신상을 보면 과연 모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느낄까? 단 한 명이라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이 이론은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 거야.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론이라는 거지.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비례'를 절대적인 미의 성질로 보기 때문에 인간은 '비례'가 있는 사물들을 무조건 아름답다고 느낀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비례'가 없는 사물들에 대해서는 아름답다고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해. 솔직히 이건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잖아? 이에 대해 플로티누스라는 아저씨가 훌륭한 반론을 펼치게 돼. "미의 부분적인 요소가 비례가 될 수는 있지만 미의 본질 자체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비례가 없는 빛이나 별 같은 단일 대상에 대해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지? 아주 훌륭한 반례를 제시해준 거야.

  이렇게 여기저기서 반론이 봇물터지듯 쏟아지니까, 새로운 미학 이론 등장의 필요성이 대두돼. 혹시 '미'에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성질이 없는 거 아닐까? '미'의 주체는 개별 사물이 아니라, 인간인 것 아닐까? 사물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인간이 그 사물을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이런 의문들이 싹트기 시작한 때가 바로 근대 17세기였어.

  이런 의문들은 프랑스에서 제일 먼저 싹트게 됐어. 그러나 그 모든 의문들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일축돼버려. 그게 누굴까? 아마 모두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맞아! 데카르트야. 그 당시 프랑스의 철학을 업고 가고 있었던 데카르트가, 고대의 미학 이론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런 의문들이 전부 수그러져버려. 의문을 갖는 철학자들이 많긴 했지만.. 쭈구리 철학자들이 데카르트한테 대들어봤자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들도 대체로 데카르트의 의견에 동의하게 돼. 왜 이들은 고대 미학의 손을 들어준 걸까? 그걸 알아보려면 데카르트의 철학 사상을 간단하게나마 알아봐야돼.

  데카르트 철학의 핵심 사상이 회의론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게 맞아. 하지만 우린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사상적 근간에 대해 알아볼 거야. 데카르트는 "합리주의" 철학자였어. 뭔가 이름부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빡빡하고.. 그럴 거 같지? 그는 어떤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서 '이성'에 아주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버렸어. '이성'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사고력, 논리력 등의 사유 능력을 말해. 데카르트는 이런 우리의 이성으로 사유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존재인 '신'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게 데카르트야.

  이런 "합리주의"에 반대하는 철학자들도 분명 있었겠지? 이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본 적 있을 거야. 로크!!!!!! 베이컨!!! 흄! 이 사람들은 데카르트의 저런 생각에 반대했어. 이들은 대상을 인식할 때 인간은 오직 그의 직관과 감각, 경험을 이용할 뿐이라는 거야. 모든 인식은 경험으로부터 출발하고, 사유할 수 있더라도 인간이 직관과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어.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존재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자. 그럼 돌아가서, '미'가 인간의 직관, 감정에 의해서 촉발된다는 의문을 데카르트가 반겼을까? 절대 아니지. 만약 '미'가 인간의 직관, 감각, 경험에 의해 환기되는 것이라면.. 데카르트가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했던 '이성'의 권위가 곤두박질쳐지게 돼. 그래서 데카르트는 필사적으로 고대 미학 이론을 옹호한 거지. 반면에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어땠을까? 완전 대환영이겠지? 자기들 사상에 완전 부합하는 거잖아! 이 경험주의 철학자들 - 로크, 베이컨, 흄은 모두 영국 사람이었어. 영국은 고대 미학 이론을 부정하고 새로운 근대적 미학 이론이 시작되기에 딱 맞는 조건이었던 거지.

  뭐.. 얘들이 아무리 서로 치고 박고 싸워봤자 그 후에는 근대 철학의 끝판왕! 칸트가 등장해서 이 두 사상들을 모두 극딜해버리고 새로운 사상 체계를 끌어옴으로써 모든 논의를 종결시켜버려. (칸트의 비판 철학) 미쳤어 칸트는... 그러니까 국어 비문학에도 허구한 날 칸트가 나오지...

  어쨌든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미'의 주체가 개별 사물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물이 어떤 객관적인 '미'의 성질을 가져서 우리가 아름답다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물을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대상이 '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들로부터 새로운 근데적 미학 이론을 싹틔우게 되지.

  이들은 수많은 논의 끝에, 인간이 '무관심성'을 가지고 대상을 인식할 때 '무관심적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대상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어. '무관심성'이란 모든 이해 관계(interest)에서 벗어나는 걸 뜻해. 즉 인간이 순수하게 대상을 바라봤을 때, 그 대상에게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대상은 아름답다는 거지. '미'의 주체를 개별 대상으로부터 인간 자체로 끌고 온 것이지!

  근데 이러면 합리주의자들은 가만히 있었을까? 아니지! 합리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했어. "인간이 즐거움을 느끼면 그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낀다고?ㅋ 인간은 그 대상이 어떨 때 즐거움을 느끼는데? 인간이 그냥 시도때도 없이 즐거움 느껴서 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미학 이론이 왜 필요해?" 와. 굉장히 날카롭지. 미학 이론의 존재 필요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거야. 미학 이론이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린다면, 그건 이때까지 2천년간동안 이어져 온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고.. 사실 이렇게 논쟁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게 되버리는 거지.

  경험주의자들은 고민했어. 즐거움에도 기준이 있겠지? 인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즐거움을 느끼진 않을 거잖아? 그 즐거움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인간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상들을 귀납적으로 관찰하여 공통된 성질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근데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고대 미학 이론의 객관적인 성질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거야. 고대 미학 이론에서 말하는 객관적인 성질은, '미 그 자체'를 뜻하지. 그 성질을 가진 대상은 모두 아름답고, 그 성질을 가지지 않은 대상은 모두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니까 말이야.

  경험주의자들이 생각한 '공통된 성질'이란, '미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미를 구성하는 한 요소'를 뜻하는 거였지. 그 공통된 성질을 가진 대상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고, 그 공통된 성질을 가지지 않은 대상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거지. 그리고 경험주의자들은 끝내 그 '공통된 성질'을 '비례'와 '다양의 통일성' 등으로 정해버려. 전통을 일부 답습한 거지..

  합리주의자들이 그걸 또 보고만 있겠어? 난리가 났지 완전.. 결국 교묘하게 말만 살짝 바꾼 이론일 뿐이라는 비판이 쇄도했어. 경험주의자들은 이런 비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의 주체가 인간에게로 옮겨 왔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로써 도입된 개념이 '취미'야.

  '취미'는 '비례'와 '다양의 통일성'등의 공통된 성질을 느끼는 인간의 감관(sense)을 칭하는 말이야. 인간에겐 이러한 취미라는 감관이 존재함으로써 아름다움을 주체적으로 느낀다는 점을 강조한 거지. 이 취미라는 능력은 후에 즐거움을 느끼는 성질(비례, 다양의 통일성 등)의 범주를 더 넓힘으로써 '숭고' '풍려' 라는 이름으로 바뀌기도 해.

  그렇지만 취미론은 여전히 '공통된 성질'을 발견해서 미의 기준을 공식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온전한 미의 주관화를 이루었다고 보긴 힘들어. 물론 미의 주체를 개별 대상에서 인간으로 돌렸다는 점은 훌륭한 점이지만.. 미의 '반'주관화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지.

  이 뿐만 아니라 제라드, 홈, 스튜어트, 비트겐슈타인 등등의 저명한 철학자들에게 논리학적 문제를 지적받게 돼. 미를 가지고 있는 대상들의 공통된 성질이 비례와 다양의 통일성인데, 그 공통된 성질을 가지지 않아도 미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였지. 애초에 인간의 주관으로 아름답다고 판단된 대상들을 귀납적으로 관찰하여 도출된 성질이, 보편성을 가지는 공통된 성질이 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고 말이야.

  이렇게.. 취미론도 수많은 반론에 부딪히며 새로운 이론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되는데.. 그렇게 나온 것이 '미적 태도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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