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wing [72210] · MS 2004 · 쪽지

2016-08-22 22:54:30
조회수 7,252

고속성장님 말 장난 하지 마세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994711

A라는 환자가 B라는 약을 먹고 죽었습니다.


B라는 약이 문제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이미 환자는 죽었는데 다시 약을 먹일 수도 없고 말입니다.


C라는 환자가 D라는 약을 먹고 간부전이 생겼습니다.

D라는 약이 문제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환자가 미쳤다고 다시 D약 먹고 간부전이 재발함을 입증할까요?



가만히 있어도 언젠간 사람은 죽기 마련이고

이런 저런 병이 생기기 때문에 

해당 약물 먹고 난 뒤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그게 약물 때문인지는 100% 알기 어렵습니다. 

가벼운 약물 부작용이야 재복용해서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가 되는 부작용은 대개 치명적인 부작용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하기 어렵죠.



그래서 약물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고, 

타이레놀 같이 이미 수십년 간 쓰인 약들이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거진 다 보고되어 있으니 비교적 안심하고 쓸 수 있지만

대개 문제가 되는 것은 신약들이죠.

아무리 신약들이 동물실험과 1-3상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전성을 열심히 걸러냈더라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쓰다보면 미처 모르던 드문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래서 요즘엔 4상이란 개념으로 시판 후에도 안전성을 감시합니다.

그러다가 이상 반응이 나오면 보고되기 마련이고,

3상 임상시험에서 알려져 있지 않은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속속 보고 되면

해당 부작용이 정말 약물에 의한 부작용인지 확인해서 판매를 중단하든지 허가를 취소하죠.


어떻게? 다른 방법도 많이 있겠지만 통계도 이용할 수 있죠.

예를 들어 E라는 질환의 유병률이 0.1%로 보고되어 있는데

특정 약을 먹은 환자 군에서 유병률이 1%로 보고되었다?

그러면 통계를 돌려서 (예를 들어 chi-square...논문 안 쓴지 2년 넘으니 가물가물하네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 나오면 해당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임을 의심할 수 있겠죠.


문제가 되는 한의원에서 14세 이하 환아에서 전두 탈모나 전신 탈모가 2천명 정도 생긴다고 주장했죠? 

그걸 인용한 통계도 문제가 있지만 (관련 글 썼다 혹시 해당 한의원에서 귀찮게 할까 지웠습니다.)

어쨌든 그 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치면

14세 이하 인구가 2010년 기준 770만명 정도이니 대충 

3800명 당 1명은 한약과 상관 없이 생기는 셈이죠.

(2천명이라고 하니 많아 보이지만 3800명 당 1명이라고 하니 드물어 보이죠?

이게 숫자의 힘이죠.)


그러면 예를 들어 첫번째로 문제된 환아는 '도적강기탕'이라는 한약을 먹었다고 하는데 

도적강기탕 복용한 환아를 전수 조사해서 전두 탈모나 전신 탈모가 몇명 있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다른 아이들이 먹은 한약도 마찬가겠죠.)

일반적인 유병률과 비교해서 유의하게 높았는지 아니면 차이 없었는지 확인하면

전두 탈모나 전신 탈모가 한약의 부작용이냐 아니냐를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는거죠.


요즘에는 의사들이 의료소송 당할 때 적극적으로 의사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 어렵지 않은 세상입니다.

(의사 잘못은 아니고 설사 그 때 기가 막히게 감이 좋아서 진단을 잘 내렸어도 

예후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환자가 죽었으니 위로금 줘 ^^ 라는 판결도 봤는데요.)

이번 사건의 경우 화제성도 높고 의협 등에서 자문에 적극 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의원이 적극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부분적으로라도 피해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완전 승소는 어렵다고 봅니다만.)

그리고 고속성장님 말처럼 한의학이 효과도 부작용도 검증이 어렵다면, 

해당 한의원의 글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유용한 처방입니다.

라는 표현도 기만적인 표현일 뿐이겠죠.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