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롭헤헿 [570204] · MS 2015 · 쪽지

2016-08-15 17: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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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서 말인데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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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제대를 한 지 2달이 막 넘은 따끈따끈한 예비역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병들 중에선 가장 편하게 군생활을 하고 온 케이스입니다.(상근, 공익 제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안갈 수만 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빼세요. 진짜 군대에 가서 얻어온 거라곤 알게모르게 저를 잠식하려 하고 있었던 꼰대마인드, 하도 뛰어댕겨서 약해진 무릎(제대하고 나니 조금 돌아오긴 하더군요), 윗사람 눈치 보고 비위 맞추기 등등 사뭇 안좋은 쪽으로 내자신이 많이 바뀌어 있단걸 느꼈습니다. 물론 저는 그래도 내가 선임들한테 받았던 개같은 것들을 내가 후임들한테 답습하진 않겠다는 신념으로 제가 짬이 먹을수록 당시 제가 소속된 부대의 악습들을 하나둘 없애나가긴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임들이 출근 시 지각을 하거나 일이나 체력단련에 서툴고 의지가 없어보일때마다 마음속 한켠에 은근슬쩍 고개를 드는 "내가 이렇게 하는데 니가? 고작 일병인 니가?" 이런 말도 안되는 마인드들을 보고서 진짜 제 자신에 소름이 돋은 적이 많았습니다. 이걸 모르고 그것이 잘못된 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꼰대복학생으로 학교에 돌아가겠지요.
또 하나, 어쩌면 가장 숭고하고 중요한 임무인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가장 좋을 때 억지로 데려가놓고 결국 나라는 예비역들에게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몸 성히 제대나 하면 본전은 되지만, 만에 하나 다쳐서 의가사 전역판정을 받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여러분은 다시 "니네 엄마 자식"으로 돌아갑니다. "끌고갈땐 나라 자식, 다치면 니자식" 이말이 딱 맞는거죠. 국군수도병원이요? 있으면 뭘합니까. 군의관들은 환자들 아픈것 보다 자신들 점심시간이 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1초도 초과근무란 없는 사람들이죠. 몇시간 달려 수도병원 가면 허탕치고 돌아오기 부지기수 입니다.
뭐 말할것도 없이 군인들은 군대 밖에서도 그리 따스한 눈길로 맞이받지 못합니다. 다 똑같은 사람이며, 하나의 인격체임에도 의연중에 사람들은 "군인ㅅㄲ가?" "하이고 군인이ㅋㅋㅋ" 따위의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는 군인 ㅅㄲ는 참 그럴때마다 너무나 서러울때가 많죠.
아무튼 이제 저는 제대를 해서 상관없는 얘기가 돼버렸지만 여기 계신 수험생들 및 대학생 분들은 어떻게서든 조금이라도 편한데로, 그리고 아예 뺄수 있다면 빼는 쪽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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