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살인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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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구?」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살인 방법 중 살인당하는 자가 가장 무섭게, 수치스럽게, 잔인하게 느끼는
살인을 하나 생각해 보라구요. 당신에게 있어 최고의 살인방법 말이에요.」
「아니.. 그 다음에 한말..」
「그럼 가석방될 수 있습니다.. 이었나요?」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네. 하지만 극단의 살인이라고 판단되지 않을시 에는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시간은 일주일 드리죠.」
「…….」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만 한다는 소리보다 더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이곳은 그에게 정말 지옥 같은 곳이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감옥이란 곳은 그에게는 정말 탈출하고 싶은 곳이었다.
군대에 막 들어가 선임에게 갖은 폭력과 갈굼을 견디다 못해 군대를 탈출하고 싶은,
그런 마음보다 더 큰 탈출을 꿈꾸고 있던 이곳이다. 모든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한이곳.
그에게 있어 그곳은 십년동안 하루하루가 마치 차례로 매를 맞을 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 같다 생각했고
언제 끝을 볼지 모르는.. 내일이라도 당장 사형장에 끌려갈 것만 같은..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미칠 것 같은 감옥을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거짓말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워낙 복잡한 사건을 여럿 만들어놔서 그런지 여러 형사들이 그를 조사하러 왔고,
그럴 때마다 그는 마주치는 감방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모두 귀찮은 듯이 말했지만 정말 가석방이야기는 사실인 듯 했다.
「그렇다니깐 그러네!? 아무튼 일주일 안으로 내가 말한대로 하면 가석방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무슨이유로 가석방을.. 뭣 때문에 왜 살인방법을 생각하라는 건가?」
「그건 너가 알 필요 없잖아! 」
「…….」
「아무튼 너 같은 대량 살인마는 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나가서 외국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게.」
십년 전.. 아니 정확히 십년하고도 육개월 전 그는 희대의 살인마였다.
언론에서 앞으로 오십년간 그보다 잔혹하고 살인한 경험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살인마였다.
그 당시 그는 최고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치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실력만큼은
그를 따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아주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3년 만에
붙잡혔고 십년간 감옥에서 썩어왔다.
하지만 그는 생각했다.
이제 이 미친 개 같은 감옥에서 부터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십년간 몇 번 보지 못한 사랑하는 내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갓 사춘기에 들어선 내 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는 안 되겠지만 내 가족들과 외국에서 일반인들처럼 살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자유가 될 수 있다.
그는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바닥에 앉았다. 그는 인상을 쓰며 곰곰이 무엇을 생각했다.
그는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가석방을 해주는 조건이 살인방법이라니..
국가가 공산주의로 바뀌어 사형제도가 살아나고 평범한 살인제도를 싫어하는 지도자로 바뀌었나싶었다. 그런 건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살인방법을 말하면 가석방을 해주겠다는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해가 가는 건 나중일이고 일단 나가는 것이 그의 머릿속에서의 우선순위였다.
일주일 안으로 나갈 수 있다니.. 그는 원한다면 최고의 살인방법을 생각해주리라 마음먹었다.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테지만,
살인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그를 따라올 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최고이니까. 그가 현시점에서 살인의 귀재니까.
그 증거는 그에게 가석방까지 시켜주면서 살인방법을 물어보기 때문이다.
십 년 전 그가 마지막으로 한 살인이 뉴스에 났을 때가 있었다.
사람의 두 팔, 다리, 머리를 모두 때어낸 다섯 군대 부분을 시계방향으로 모두 한 칸씩
옮겨 붙여 바늘로 꿰맨 일이다.
얼핏 보기에는 약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지만 그는 충분히 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기엔 너무 흔해빠졌을 것이다.
살인당하는 사람에 있어 가장 무섭고 잔인한 살인방법.
그에게는 그딴건 이미 살인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살인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당사자의 가족까지 느끼는 공포..
그가 대량 살인마로 인기가 급상승중일 때 어느 한 가정집에 들어가
그 가정의 아이들과, 아내를 묶어두고 그 앞에서 남편을 몽둥이로 쳐 죽인 적이 있다.
아마 입을 막지 않았으면 그들의 목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 퍼질 것 같았으리라.
그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텔레비전으로 봤을 때 그가 살인한 사람들의 가족 중에서
가장 비탄하고 혼돈에 빠진 가족은 바로 그 가족이었던 것이다.
살인을 당한 사람의 고통은 죽으면 끝이 나지만 그걸 지켜본 가족의 고통은
끊임이 없었다.
이걸로 그의 숙제는 끝이 났다.
하루 만에 숙제를 해치운 그는 나머지 육일동안 긴장과 기대에찬 마음으로 지낼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일주일전에 말했던 제안 기억나시죠?」
「그렇다.」
「그럼 한번 당신의 말을 들어볼까요?」
.
.
.
.
.
「오.. 역시 희대의 살인범은 다르긴 다르네요. 」
감옥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종이에 무엇을 끄적이며 말했다.
「난 언제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거지?」
「글쎄요.. 위에서 명령이 떨어져야 나갈 수 있겠죠? 아마 내일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그는 지금당장 내보내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혹시 난동을 부리면 일이 꼬이지 않을까 해서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더 하실말씀은 없으시죠?」
「없...」
그가 입을열 때 뒤에있던 간수의 몽둥이가 그의 뒷통수를 향했고 그는 지푸라기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으..어..이 개새끼들!!」
「깨어났구먼. 너 같은 자식이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나가게 해 준다매!! 」
「머저리같은놈..」
그는 전구하나만 있는 작은 방 가운데에서 그의 두 팔은 뒤로 묶인 채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의 옆에는 무표정의 간수 두 명이 서있었다.
「너희...!」
그가 어떤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고,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분홍 원피스를 입은 한 소녀가 들어왔다.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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