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언어추론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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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0
한 톨의 밀알이 곡식 더미를 이루는가? 아니다. 두 톨이면? 역시 아니다. 세 톨은? ……. 그렇다면 만 톨은? 밀알이 충분히 많이 쌓이면 곡식 더미를 이룬다. 하지만 한 톨만으로 더미가 안 된다면, 거기에 한 톨 더 보탠다 한들 여전히 더미로 보기는 어렵고, 이런 식이라면 만 톨이라도 더미라고 보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는 기원전 4세기 에우블리데스가 고안했다고 전하는 ‘더미의 역설(paradox of heap)’이다. 이러한 연쇄 논법 퍼즐은 도처에서 발견되는데, 역사적으로는 헬레니즘 시대에 회의론자들이 스토아학파의 독단적 인식론을 공격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스토아학파에 따르면, 대상에 대한 감각 인상이 대상과 일치한다고 우리가 동의할 때 지식이 성립한다. 이때 분명한 감각 인상은 동의를 강력히 유도하는 경향이 있고, 불분명한 감각 인상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범인(凡人)들은 불분명한 인상에도 동의하면서 억측에 빠지는 반면, 인상의 분별을 단련해 온 현자(賢者)는 분명한 인상에만 동의하면서 지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의론자들은 ‘더미의 역설’처럼 각각의 인상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흡사한 인상으로 점차 대치하면서, 분명한 인상에서 불분명한 인상으로 나아가는 연쇄 고리를 구성해 스토아학파를 공략하였다.
모든 명제는 참이 아니면 거짓이어야 한다는 배중률(排中律)을 스토아학파는 철저히 적용했다. 따라서 “n은 적은가?”, “n+1은 적은가?”라는 연쇄 형식의 질문에 대해, 스토아학파의 답은 “예.”가 일정 횟수 계속된 다음,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아니요.”가 계속되어야 한다. 만일 “n은 적은가?”의 답이 “예.”이고 “n+1은 적은가?”의 답이 “아니요.”라면, 바로 그 n이 적은지, 적지 않은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된다. 스토아학파는 그런 기준점이 있으며,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현자도 정확한 기준점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토아 학도들은 아는 것만 진술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그러니 “모른다.”라고 답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무지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보았듯이 앎 곧 지식은 ‘분명한 것에 대한 동의’를 통해 성립하므로, 인식된 것은 분명하며 분명한 것 또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모른다’는 답은 ‘불분명하다’와 다름없는데, 스토아학파의 입장에서 이는 다시 ‘n이 적은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분명한 때에나 쓸 수 있는 답이다. 그러나 ‘적음’의 뚜렷한 기준점이 있다 해도, n이 적다는 분명한 인상과 n+1이 적다는 불분명한 인상이 너무 흡사할 때에는 “불분명하다.”라는 대답조차 하기가 곤란해진다.
분별력은 단련으로 향상되지만 완벽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숙련된 현자라도 때로 실수를 예방하고자 분명한 인상에도 동의를 삼간다. 그렇다고 그것을 항상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가는 때로 실수할 테니까, 현자는 “불분명하다.”라는 말도 안 하고 침묵에 빠진다. 스토아학파의 제3대 수장 크리시포스는 낭떠러지에 다다르기 전에 말을 잡아당기는 똑똑한 마차꾼에 자신을 비유하며, 분명한 경우들의 끝에 이르기 전부터 침묵하라고 충고했다고 전해 온다. 이는 ‘예’가 답이 아닌데 “예.”라 하는 것보다 ‘예’가 답이더라도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니, 말하자면 지나침보다는 미치지 못함을 택하라는 정책인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가 침묵할 때인가? 회의론자라면 의문이 생길 때마다 판단을 중지하면 될 것이다. 아마도 그 의문이 가실 리는 없겠지만. 크리시포스의 경우엔 분명한지 불분명한지를 분별할 수 없는 모든 경우에 침묵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언제가 그런 경우인지 때로 틀릴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분별 가능한지를 분별해야 하는 차원에서도 침묵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자꾸 소급하다 보면 미치지 못함이 지나침보다 더 낫다 할 것도 없어 보인다.
38. 스토아학파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① ‘적음’과 ‘적지 않음’은 기준점이 같다.
② ‘적음’을 알 수 없으면 ‘적음’은 불분명하다.
③ ‘적음이 분명함’과 ‘적음이 불분명함’을 가르는 기준이 있다.
④ ‘n이 적음’이 불분명할수록 ‘n+1이 적지 않음’이 분명해진다.
⑤ ‘분명함’과 ‘불분명함’의 기준 문제는 기준 자체가 분명한지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39. ‘더미의 역설’과 같은 형식의 역설이 나타나는 것은?
① 우공이라는 노인이 산을 옮기고자 하니 이웃에서 비웃었다. 이에 우공은 자기가 죽으면 아들이, 그 다음엔 손자가, 이렇게 대대로 하다 보면 마침내 다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② 그의 뜻이 어머니의 뜻이요, 어머니의 뜻이 테미스토클레스의 뜻이며, 테미스토클레스의 뜻이 아테네인들의 뜻이니, 그의 뜻이 아테네인들의 뜻이 아니라고 부인할 길이 없었다.
③ 아테네인들은 테세우스를 기리는 뜻에서 그의 목선을 영구 보존하고자 썩은 판자가 생길 때마다 새 판자로 갈아주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 배가 과연 테세우스의 배인가 하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④ 굶주린 당나귀가 먹이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먹이는 좌우로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똑같이 나뉘어 있었다. 왼쪽부터 먹자니 오른쪽 것을 나중에 먹어야 할 이유가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인지라 고민하다가 당나귀는 굶어 죽었다.
⑤ 장자가 산에서 큰 새를 잡으려 활을 겨누다가 문득 매미를 노리던 버마재비를 보았다. 그 뒤에서 까치가 버마재비를, 장자가 겨냥했던 큰 새가 까치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몽둥이를 든 산지기가 장자를 쫓아내려 달려오고 있었다.
40. 위 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더미의 역설’은 기준점을 알 수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② 모른다는 것이 분명한지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침묵 정책이 나오게 되었다.
③ 기준점의 존재에 대한 스토아학파의 확신은 배중률의 철저한 고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④ 배중률을 고수하더라도 아는 것만 말한다는 원칙을 양보한다면 ‘더미의 역설’은 생기지 않는다.
⑤ “모른다.”라는대답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게 된 데에는 지식과 분명함을 동일시하는 지식 개념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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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4 입니다 ㅋㅋㅋ
다시보니까 4네요 ㅋㅋ 너무어렵다..
4 3 4??개어렵네요 ㅁㅊ ㅋㅋㅋㅋㅋ
잘 푸셨습니다 ㅋㅋㅋㅋㅋ
와 진짜요? 운이 좋은날인가봐요 ㅋㅋㅋㅋㅋ
운은 하루를 못갑니닼ㅋㅋㅋㅋ
하...복권각인가 헿
지문 길이 긴거 빼고는 나쁘지 않네요
왜들어올때 ntr로봤지...
다맞았어요! 야호!
다맞았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