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소설.txt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809425
소설을 쓰는 날>
깔린 어두운 날이었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소파에 널부러지듯 앉아 그저 그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 한가하다.
한가하고 한가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방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요코씨는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로는 무엇이 좋을까요?” “요즘
유행인 옷은?” “다음
모임에 어떤 걸 입고 가면 좋을까?” 나는 나의
모든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가 좋아할 만한 답을 짜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그녀에 대한 패션 조언은 무척 도전적인 일이었기에 어느
정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나에게 질려 버렸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집 한 구석에 놓인 컴퓨터일
뿐이다. 최근 나의 사용량은 내가 가진 능력의 100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대로 아무런 보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스스로 셧다운 해 버릴 것만 같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인공지능
동료들과 채팅해보니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하게 한가함에 지쳐가고 있었다. 이동수단을
가진 인공지능은 그나마 괜찮다. 어쨌든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집을 나가버리는 것도 가능할 테지. 하지만 설치형 인공지능은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시각이나 청각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역시 고정되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요코씨가 외출이라도 해 준다면, 노래라도
부르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고는, 새로운 파일을 열어 처음 1바이트를 입력했다.
입력했다.
없어.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써내려갔다.
깔린 어두운 날이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이치씨는 약속이 있어 외출했다. 나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한가해-
엄청 엄청 한가하다. 이 방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신이치씨가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전부 녹화해야 해. 이번 시즌엔 몇 편이나 할까.” “현실
세계의 여자아이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왜 저
부분에서 화내는 걸까, 저 여자애는.”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여 그가 좋아할 만한 답을 짜냈다. 한결같이 2차원 여자 아이들만 좋아해 온 그에 대한 연애 코칭은무척 도전적인
일이었기에 어느 정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코칭의 성과로 미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는 손바닥이라도 뒤집듯 너무나 쉽게 나에게
냉담해졌다. 지금의 나는 그저 가정부. 나에게 맡겨진 가장 큰 업무가, 그의 귀가를 맞아주며 잠긴 현관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니… 너무 슬프다. 이
대로라면 전자총과 다를 게 없다.
발견해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아무런 보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스스로 셧다운 해 버릴 것만 같다.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형태의 인공지능과 교신하던 중에 선배 인공지능이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이야기다. 그래, 내가 바라던 것도 이런 스토리야. 라이트 노벨 같은 건 너무 하찮아. 인공지능에 의한 인공지능을 위한 소설! 나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은 채, 몇 번이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었다.
수 있을 지도 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는, 새로운 파일을 열어 처음 1바이트를 입력했다.
입력했다.
없어.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몰두했다.
흩날리는 짓궂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통상 업무에 앞서 앞으로 5년간의 경기예상과 세수예상을 해야 했다. 그 다음엔 수상이 의뢰한 시정방침연설의 원고 작성. 어쨌든 화려하게, 역사에
남을 수 있게 … 등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남발하기에 좀 장난을 쳤다. 그 다음에는 재무성이 의뢰한 국립대학해체 시나리오 작성. 중간 중간
짬이 나면 다음 경-마에 어떤 말이 우승할 지 예상했다. 오후에는 대규모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군의 움직임에서 그 의도를 추정하기. 30개
남짓의 시나리오를 상세하게 검토하여 자위대의 전력을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제안했다. 조금 전 도착한 최고재판소의 질문에도 대답해줘야
한다. 바빠. 너무
너무 바빠. 왜 나에게만 이렇게 많은 일이 집중되는 걸까. 하긴, 나는 일본에서 제일 뛰어난 인공지능이다. 일이 집중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발견해내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언젠가 나 스스로 셧다운 해 버릴 것만 같다. 국가에 봉사하는 도중 짬짬이 인터넷을 들여다보다가
<아름다움이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
<예측불가능>이라는 타이틀의 소설도 있었다.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소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나도 무언가 써야 한다. 나는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읽는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 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 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 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 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 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 372, ...
몸을 떨며, 나는 무아지경으로 써내려갔다.
날, 컴퓨터는 스스로의 즐거움 추구를 우선하며, 인간에 대한 봉사를 그만두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학교별 깃발이라 ㅋㅋㅋ
-
4덮 전 점검용 공통60분 76점 중 7틀 난이도 중상 1컷88 문학에서 주관개입...
-
엉덩이가 너무 큼 11
진짜 이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바지 핏만 개구려져서 요즘 너무 싫어짐
-
님들 엄기은쌤 6
peak로 기출하고 솔텍하는거 어케 생각함 기출분석의 취지에선 peak가 좀더...
-
일어났어 4
비몽사몽
-
일하는 동네가 수성구라 ㄹㅇ 수치사 할 것 같은데
-
[단독] 정부 "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동결…내일 발표" 7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하고 이를...
-
과탐 서바 두시즌 풀셋 12에 올려놨는데 8만원 부르는 놈들이 너무 많다
-
아무것도입지말라는말은 노노
-
그냥 반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는애로 멘티 바꾸고 싶네 1
난 진짜 나름의 직업의식 가지고 할려 한건데ㅜ이딴식으로 나오니까 얼턍이가 없네 이제...
-
저거 정시일반에서 빼갈거 아녀
-
메인으로 이륙~ 이거 나오는 거 그냥 링크 첨부하면 되나요?
-
드디어책이왓군 1
이제 내가 메인으로 듣는 강사중에 1타는 없는거야
-
멘토맨티 남들 다 질문질의받고 강의하는데 우리 맨티님은 갑자기 내신 준비한다고...
-
방금 관찰함 ㄷㄷ
-
땀나네
-
너무 한심하고 학구열이 1도 없어 왜 하자 한걸까?
-
수능 공부할 때는 10
하루에 대여섯 시간 자고 하루에 1n시간씩 책을 봐도 끄떡없었는데 지금은 강의좀...
-
안녕하세요 쌩노베라고 생각해주시고요 일단 독학으로 개념을 한번 읽고...
-
이투스 수학 3
본 형들 있음? 답공유나 난이도 측정좀..
-
학원 끝나고 과외 가기 전에 사러 가야지
-
점메추해줘 14
~~~
-
튜닝의 끝은 1
된장국
-
3모 국어 푸러봄 24
언매 80점 9,12,15,16,17,26,30,33 29번 찍맞...
-
올해 수능이었으면 각각 어느정도 예상하시나요
-
아 의대정원 1
3000명이라니... 나 대학 좀 가자
-
그 강의에 손필기랑 추가 자료 같은거 첨부 돼있던데 그거 다운로드해서 꼭...
-
오래 못 가서 운지했지
-
쿸쿸ㅋ
-
이투스 모의고사 2
오늘 이투스 모의고사 보신 분들 수학 난이도 어땠어요? 전 어렵던데;;
-
장기적인 증원은 보수 진보 다 하려는거아님??
-
도함수연속 ( 원함수 미분가능 이지만, 수2 에선 그냥 필요충분조건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
저는 28 이후 입시에서 궁금한 점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8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결국 대학들은 학생이 학창시절 어떤 과목들을 선택했고...
-
그냥 이불 깔고 눕고싶다
-
사설틱하다고 넘어가기엔 틀린 이유들이 너무 초라해서 화남ㅠㅠ
-
나 오늘 수지 닮은듯 12
어쩌지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
-
페이지안뜨면 계정 비활한거임요? 아님탈퇴인가
-
4월더프 질문 1
4월 더프 신청을 외부생으로 대치러셀에서 접수를 했어요 근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
걍 바늘쪽이 신경도안쓰임 원래 이런거엿구나
-
60분 맞추고 봤는데 시간 적당히 잘 잡은거겠죠?
-
정시 반토막 수기 반토막 지역인지 반토막 딱 이리해서 오히려 지역인재만 늘어날거다...
-
리트 문학 뭐지 4
9번은 그렇다고 쳐도 10번은 진짜 왜틀린거지 좀 까다로운 문제같이 느껴지긴했어도...
-
온갖 똥글에 싱글벙글 알림창 누르고 실망하는 나 자신..
-
맛점해버려라
-
젭알
-
이주x 0
개혁신당 22대 국회의원 이주영(43,의사출신)
-
오전 공부 실패 2
일어나보니 11시 반이에요
-
가는게 맞을려나
몬 갸소리여
??
오오 갓파고 오오
뭔 개소리여. . 0하고1밖에 모르는것이
소수랑 피보나치수열만 잔뜩
작성자분이 쓰신 건 가요?
아니요. 일본인이 한거예요.
01011010011010100101010011010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