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망한사람 [665272] · MS 2016 · 쪽지

2016-05-21 02: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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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개인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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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죽었다. 맞는 소리다.
그렇지만 이것이 여혐범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선 적어도 "여성"의 존재에 대해 '신체적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없었고 앞으로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소위 말하는 '신체적 약자'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유없는 묻지마 사건에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자면 이 사건은 한 범죄자가 여성을 표적으로 한 살인사건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여자에 대한 극도의 혐오의 표현이였을까? 아님 '신체적 약자'에게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죄일까?

전자라고 말하기엔 논리적 비약이 있다. 여성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살인으로 해결 한 것이라면, 그는 체포 직전 10시간동안 왜 아무것도 하지않았으며 체포직후에도 그 어떤 강력한 메세지도 사회에 던지지않는 것일까?

물론 무조건 후자라고 단정짓는 것 또한 문제가 있을 순 있다. 수많은 약자들 중에 여자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범행장소를 강남역으로 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해결 못한 의문들이 많다.

하지만 이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음은 명확하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 되었을때 그 누구도 이 범죄를 여혐범죄라 칭하지않았다. 범행의 잔혹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고 살인을 당한 한 '인간'에 대한 짙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범죄가 여혐범죄로 낙인이 찍혀버렸고 또 남여 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여자라서 당한 이 사건과 여혐범죄를 동일시 할 수 없다. 여자가 표적이 된 건 여혐범죄라는 딱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설명가능한 이야기다.

여혐범죄일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으니 이에 대해 토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장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이 사건에 부여 될 수 있는 모든 의미를 해석해 토론해야 한다면 결국 여자가 "신체적 약자"라 징병대상에서 제외 되어있는 이야기까지 말해야한다. 이건 적절한가? 결국 사회적 불란만 일으킬 뿐이다.

이번 사건에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은 강남역에서 어처구니 없이 생명을 잃어야 했던 한 '인간'에 대한 추모분위기가 옅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낳고 있는건 분노와 갈등 뿐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남길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없다.

없다는걸 알았으면 이제 과도한 프레임씌우기 전쟁은 그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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