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5-10 06: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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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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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전화가 오면 태연한 척, 힘들지 않은 척하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지만, 혼자서는 완전히 썩어버렸다. 과도를 목에 대고선 눈을 질끈 감고 거친 숨만 몰아 쉰다. 결국엔 덜덜 떨리는 손이 풀리며 눈물과 과도를 같이 땅에 떨구어낸다. 난 이럴 용기도 없으니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더욱 비참해진다.
 허나, 자신이 반드시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는, 그 가소로운 욕망에 사로잡혀서 그 누구도 부여치 않은 부담감을 혼자서 만들어 내버리고 말았단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부수어지도록 원망스럽다.
 날이 가면 갈 수록 아버지의 손에는 주름이 늘어나고, 나는 평범해져간다. 나는 열등해져간다. 자기가 지어낸 부담감에 눌려서. 침전한다.

 이 모든 것들을 다 알고도 뭘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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