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너엘레나] 공부를 하는 것은 항상 어렵고, 너무도 고단한 일이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346765
공부를 하는 것은
항상 어렵고, 너무도
고단한 일이었다.
항상 그랬다.
단지 펜을 잡고 깨끗한 공책 위로
수학 문제 하나 잡고 풀어 내고
단어장을 펼쳐서 그날 외울 단어 하나를
차분히 외워 나가는 식으로
그 한 발자국을 떼면
그 뒤엔 자연스레.
뭐라도 내 마음속에 하고자 하는
어떤 불꽃 같은 마음이
다시 피어날지도 모르는데
그 한걸음을 떼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아무리 애써도
내가 바라는 그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애쓰지 않았다.
나는 애쓰지 않아왔다.
그저 '애썼다.'라고
지금에와서 애써 기억을
정제된 글로써 포장할 뿐
난 전혀 애쓰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어떤 것을
끊임없이 외면하려 했다.
그것은 아마도 내게,
혹은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고, 또 소중한 것이었다.
그냥 흘려버리거나 무시하고,
외면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치기어린 마음의 미성숙함이
모든 것을 저질러버렸다.
그렇게 생각했다.
거짓으로 시간을 보내며
자기자신까지 속여가며
인생을 낭비했다.
기억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그곳에 눌러 앉아 모든 것을
핑계대는 습관이 있었다.
항상 합리화하고, 변명하며
그 누구도 적나라하게 나라는
실체를 볼 수 없는 곳에
아주 은밀하게 나를 숨겨왔다.
누군가 나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했다.
귓가엔 그 잔향이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아주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오히려 어떤 것의 결과물이자,
찌꺼기이자, 쓰이고 남아 버려진
그 쓰레기조차 되지 못한
나를 증오했다.
그보다 더한 말들과 악담들
훈계를 가장한 저주.
의외로 진심어린 것처럼
느껴졌던 조언들.
그 중에서 그 어떤 것들도
나의 분노와, 짜증과,
식어버린 끈기와,
결과에 대한 모든 한탄과 후회를
결코 정당화 할 수는 없었다.
늘 그래왔다.
그것을 알면서도,
알면서도 하지 않아왔다.
분명 공부를 안한 것인데,
못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나에게, 또 나를 믿어주는
몇 안되는 나의 소중한 누군가에게
난 그야 말로 변명거리에 둘러쌓인
껍데기 뿐인 인간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내게
주어진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이라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올가미에 모가지가 걸려
평생을 그 올가미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야만 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엔 누군가 내게 물려준
DNA 혹은 운명. 그 비슷한 게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었고
누구나,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역경과 고난은 극복해야할 대상.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것의 극복에 관한 것은
오로지 개인의 선택에 관한 문제였고,
극복하는 능력이란 것은
훈련을 통해 강해질 수 있는
근육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어쩌면 인류 역사라는 것의
새발의 피도 채 안되는
수년 간의 짧은 수험생활 속에서
나 스스로의 한계와,
인간 가능성의 무한함과,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환희.
그것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또 경험해왔는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어려움에 처한다.
누구나 애쓴 척 한다.
누구나 변명을 하고 합리화 한다.
누구나 이렇게 목에
올가미가 하나씩은 걸려있다.
당신도 이 상황에 처해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목을 더듬어
올가미가 목 어디쯤에 있는지
샅샅히 찾아보아라.
그것의 촉감을 느껴보고
그것의 형태와 질량과, 경도를
엄밀하게 가늠해보아라.
그 다음 스텝에서,
그것을 힘껏 잡고선
단 한 순간에 뜯어버려라.
그리고 당신이 전과 비슷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때마다
올가미를 당신의 두 손으로
뜯어낼 때의 '투둑' 하는 소리와
자신의 한계치를 돌파했다는
짜릿한 쾌감을 떠올리며
같은 일을 반복해라.
그렇게 당신은 점점 더
강해져 갈 것이다.
from. 래너엘레나
이 글이 도움 되셨다면 좋아요 꾹!
질문은 쪽지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생윤 인강 누구 듣는게 좋을지 추천 좀 임정환이나 어준규 듣고 싶긴 한데, 둘 다...
-
살 빼니깐 0
다이어트 하는거 비밀로했는데 여러군데에서 알아봐주고 칭찬 해줌 현재 16.5kg 감량 (92일차)
-
네 연대이상이라면 선택폭이 많아질 확률이 높음
-
ㅇㅇ 형은 22화2 46점이야 ㅋㅋ 허수가 맞음 깔아줄게
-
다들 기하사세요 6
가성비 goat과목 기하사세요
-
돌버지가 왜 사탐 영업했겠음 사탐이 꿀이 맞으니까 한거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
다들 알았을까요??.. 아는 형이 13학번인데 그 당시 서울교대, 한의대, 성대...
-
영업당한애가 3등급만 나와도 표점손해볼텐데..
-
진정한 저능아는 5
뱃지 못따는 나임 ㅇㅇ
-
내 인생이요 시발 어떡하노
-
여기나보다저능아없을거같은데 비틱그만
-
조와하는 글 0
무문관 19칙 평상심시도 어느 날 조주가 남전에게 물었다. "도라는 것은...
-
이거 관리자한테 어케말해야됨ㅅㅂ
-
오르비가 아파요 11
콘도 안달리네요....
-
유입이 나보다 잘하면 그건 안좋은게 맞음 그리고 유입이 평균보다 못하면 그건 좋은게...
-
손톱 4
21살때까지 엄마가 짤라준사람? 손톱자르다 든 생각이다...
-
입시 실패하니까 낮은 지능땜에 더 스트레스 받는듯
-
배 아파 2
아.
-
2컷부턴 좀 빡세짐. 3컷은 불확실 표점 원과목이랑 비슷해짐 투필수 표본으로 돌아갈...
-
그런건 없음
-
미적vs확통 2
삼반수 생각중인데 미적계속할지 확통으로 바꿀지 고민입니다 24수능 미적 27~30다 틀렸습니다
-
저만 지방대임
-
ㄹㅇ
-
오르비 평균 6
미만 학벌,지능,키,외모
-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숭실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숭실대생, 숭실대...
-
오르비평균학벌 1
입니다
-
진짜 구라안치고 친구 10명있으면 6-7명이 스카이메디컬인데.... 이번에...
-
지금 몇시에요 0
ㅈㄱㄴ
-
투과목이 내년에 끝남
-
수학 말곤 국어 영어 쌍으로 ㅈ같네 시불시불하면서 풀었는데 역시 점수도 시불이네...
-
일단 ln(2이상의 자연수)는 모두 무리수임 챗지피티가 그렇대...
-
반수/유급하면 몇 명이나 나감뇨 중중중휘 보니까 51->43됐던디 너무 케바케인가
-
물론 성공한 사람도 있겠지만 반수면 이도저도 안되고 결과적으로 실패가 훨씬많음....
-
투과목 표본 제가 겪었던 투 필수시절보다 올라갈 걸로 보임 설의 설치 목표 자체도...
-
정석킥 0
작년에 김승리 듣던 중에 맛보기로 정석민 문학 찍먹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서...
-
코동욱 일클 3
독서만 듣는데 일주일에 한 주차 강의 듣는 날 정하고 나머지 날은 검더텅 기출이나...
-
현?역 건동홍떨 재?수 서울대
-
물리학과가서 전자과 복전 할려는데 다른 물리학도들도 복전 많이 하는 편이죠?
-
연하는 15
별로같다
-
안녕하세요. 아마 기억하는 분들이 거의 없겠지만 약 7~8년전 오르비북스를 통해...
-
그래도 돌아왔을때 아주 힘들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했습니다
-
경제사문 하다가 생윤사문으로 넘어왔는데 뭐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
궁금한건데 저거 미분계수로 나타내면 8f’(0)이 되야하는거 아닌가요? 근데 답은...
-
앙 ♡ 뱃 3
앙 ♡ 뱃을 달았다 ㄷㄷㅇ
-
왜 꾸역꾸역 결혼하는지 잘 이해안감 능력있거나 한쪽이라도 돈많으면 ㅇㅋ인데 진짜...
-
평가원 #~#
-
ㄹㅇ임뇨
-
오늘은 6수, 2026에 도전하게된 기념으로 내 이야기를 끄적거려보려함. 난...
-
에휴
'좋아요' 감사합니다!
제 예비 선배님ㅎㅎㅎㅎㅎ선추천후감상!
감사합니다 !!
3 라이크
감사합니당
선추천후감상!
인지상정!!
감사합니다
^_^
와...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꾸준히 쓸게요
좋아요 꾹
꾺
진짜 처음 한 걸음을 떼기가 쉬운 것이 아니네요. 영어 단어 비유 정말 공감됩니다
뭐든 쉬운일은 없지만..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게 태반입니다.
' 오히려 한번 쓰이고 버려진 쓰레기조차 되지 못한 나를 증오했다. ' 크....
크..
캬 ..
취한다..
감사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시길!
시험 망치고와서 오젔습니다
다시 공부하러 갈게요
ㄱㄱ
올가미다뜯어버리겠습니다...
힘껏 뜯으시길!
감사합니다 항상
넵 ^_^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100본쨰 좋아요ㅎㅎ
감사해요 !
마음에 확 다가와서 박혀버렸어요 올가미 확 뜯어버릴께요
매번 감사합니다
넵!
좋아요 누르려고 가입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
좋아요랑 댓글 남기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연휴가 시험기간이라 지치는 현역인데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힘들고 지칠때마다 래너엘레나님 글보면서 다시 다잡거나 생각해보게되는 경우가 참 많은것 같습니다. 페북 페이지도 접했었는데 페북 안한지 꽤되서 못봤었네요. 항상 수험생들위해 좋은 칼럼 희망주는 칼럼 적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수능끝나고 꼭 좋은 결과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