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뭐나는잘하잖아 [642683] · MS 2016 · 쪽지

2016-04-19 14:56:57
조회수 9,712

의대 본과생의 한탄.txt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301235

일단 1분만 심호흡을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글 전부 흥분과 분노로 인한 욕으로 도배가 될 것 같으니까.

현재 필자가 하고 있는 생활은 고3 의 연장선상-필자는 고등학교 생활은 해보지 않았지만 보편적인 고3의 공부 스케쥴을 봤을때-이다.
아침 8시 전에 학교 가서 밤 10시에 집에 오는 것이 일상이다.
사실 공부시간만 보면 필자가 수능시험 공부할때보다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부가 훨씬 짜증나고 더 어렵다.
공부의 스타일부터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수능 공부는 적은 분량에 선이해 후암기 & 문제 풀이 적용으로 상당히 재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대 공부는 전부 암기다.
이해, 문제 풀이 이딴거 없다.
분량도 오지게 많다.
블럭강의라고 하는데 우리는 격주로 시험을 본다.
이게 사람 말린다.
2주에 거의 책 한권 분량을 뗀다.
그냥 무조건 외우는거다.
설마 이거 외워야 돼?... 외워야 된다.
정말 이 모든걸 외워야 돼? 모두 외워야 된다.
에이 다른 애들도 다 못외우겠지? 다른 애들도 다 외운다.
어떻게 보면 의대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본과 2학년때인데 그 주된 이유가 이 블럭강의때문이다.
위에서 아침 8시에 학교갔다가 밤 10시에 집에 온다고 했는데
내가 요새 주로 꾸는 꿈은 공부하는 꿈이다.
즉, 자면서도 공부한다.
저렇게 공부해도 시험볼때마다 암네시아에 빠진다.
이것은 내 머리가 알파고님 정도는 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
본과 1학년때는 징징징징 투덜투덜대면서도 물리학을 독학할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물리학 접어두고 학과 공부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것은 절대 학점을 잘받기 위함이 아니다.
조금만 여유를 부렸다가는 유급을 당할것 같다는 위기감 때문에 살려고 바둥거리는 거다.
생각해봐라. 이 미친 생활을 연장했다가는 정말 미칠 것이다.
수능때처럼 주변에 허수가 없다.
전부 공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정점을 찍어본 애들이고
공부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변태들의 집단이다.
평소 노력에 대해서의 자부심이 큰 편이지만 여기서는 내 노력이 학과 평균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의대지망생들에게 말한다.
의대 가지 마라 도대체 무슨 허상에 빠져서 의대를 가려고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너 멋있다 부럽다 이딴거 감상할 시간도 없고
쏟아지는 공부에 짓눌려 있다가 그 긴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의 청춘은 휙 가고 없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을 자기 혼자만 누리지 못하면
그건 얼마나 억울하고 비통할 지 죽을때 엄청나게 후회할 것이다.
돈 잘번다? 그것도 일부 얘기지 어디서 인터넷에서 주워듣고 와서
개원하면 한달에 몇억을 쓸어담는다느니 그딴 개소리를 멍멍 하는데
길가다가 1분에 하나씩 나오는 병원들이 전부 그렇게 벌면 이 나라 자본은 다 의사가 가지고 있을 거다.
극소수가 자리 좋고 운 좋고 실력 좋고 입소문 잘나서 그렇게 버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번다 쳐도 그 사람이 젊은 시절을 남들처럼 즐기면서 보내지 못한 걸 생각하면 절대 부럽지 않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마라. 돈은 걱정없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지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행복하려고 공부하고 돈 버는 것 아니었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적당히 공부하고 청춘 즐길 수 있는 선에서 돈을 어느정도 벌 수 있는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과를 가라.
의대 애들은 생각보다 이런 쪽으로는 머리 안돌아간다.
지금 청춘을 다 바쳐서 하고 있는 노력을 다른 데 쏟았으면 지금보다 여유롭게 공부해도 몇배는 더 잘나갈텐데
괴수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피터지게 경쟁하니까
다른 분야 애들이 얼마나 쉽게 지위를 성취하는 지를 생각하지도 못한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나나 동기들이 7급 공무원을 지금 하는 것처럼 준비하면 합격 안정권까지 절대 9개월 안넘어간다.
가지 마라. 정말 가지 마. 왜 사서 고생하려고 해?
차라리 고생 좀 하려면 다른 분야 가서 의대생만큼 공부해 그럼 의사따위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성공할테니.
 
두서없이 투다다다닥 쓰긴 했는데 할말은 했다.
선택은 너님의 자유다.
그러나 난 말리고 싶다. 여긴 지옥이다.
근래에 자살하고 싶다는 말도 자주 못쓰고 있는데
사실 자살하고 싶다는 말하는 것부터가 시간이 남아서 투덜댈 여유가 있는 거 같다.
간다. 다시 그냥 쥐죽은듯이 찍찍대면서 공부해야지.


수갤에서 퍼왔어요.
저도 의대지망생인데 무섭네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