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3-25 00: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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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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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자락으로 찬 기운이 스며든다. 문득 두 줄짜리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나처럼 보잘 것 없는 놈의 이야기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집에 도착하여 책상을 정리하다가 서랍에서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어릴 때, 이걸로 가족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손등에 하얗게 일어난 껍질을 벗겨낸다. 일전에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며 들은 소리가 있다. 손의 겉껍질이 벗겨지는 것은 인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랬다. 그래, 인이 부족하구나. 그래서 나는 일어날 때 휘청거리며 일어나고 안색도 안 좋은 건가.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참 안됐다.' 하는 인상을 주는 건가.
 아니, 일부러 몸을 망쳐서 남들에게 불쌍한 모습을 보이려는 건가. 예전에 받지 못했던 사랑을 이런 방식으로, 이제서야 갈구하고 있나. 애처롭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의 뒤를 연다. 필름을 꺼낸다.  필름을 펼쳤다. 이젠 인화할 수 없다. 나와 누나와 아버지만 찍힌 사진은 싫었기 때문일까. 기형적 가정에서 살았던 내 과거가 싫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곳에 엄마가 있어주길 바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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