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3 3월학평 국어 11번 이의제기 거부에 대한 재반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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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3월 15일, 2016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영역 11번 문제의 정답이 3번이 될 수 없다고 쓰면서 제기했던 민원의 답변서를 받고 쓰는 재반박 글입니다.
밑으로 나오는 글은 수능과 관련없으니 그냥 읽고 버리세요. 저는 다른 강사들과 달리 이런 짓해서 치킨 한마리라도 나오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제가 나중에 현장 교사로 나가서 이 문제 때문에 귀찮기 싫어서 관종 짓임에도 불구하고 글 씁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의 답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ㅅ' 탈락은 일관된 음운론적 규칙에서 설명하기 어려울 뿐, 'ㅅ'이 탈락하는 현상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2. 학술적 차원에서 'ㅅ' 탈락의 양상을 어느 영역에서 밝히는가는 중요한 문제지만, 음운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음운의 탈락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출제팀의 견해는 '음운의 변동' 용어를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형태론적 이형태와 음운의 탈락으로 도출된 표현형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의 주장에 반박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의 주장 1, 2 반박)
'ㅅ'이 탈락하는 현상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음운론적 규칙에서 볼 때 ‘음운의 탈락’으로 규정할 수 없다.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음운의 변동’이라고 제시하는 현상들은 발음의 편리(ex. 음절의 끝소리 규칙, 비음화, 유음화, 구개음화, 된소리되기, 음운 탈락 및 축약 현상 등) 및 표현의 효과(ex. 사잇소리 현상 등)를 위해 “그렇게 발음할 수밖에 없는,” 자동적 교체가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비음화의 경우, 비음 앞의 장애음을 발음하고 곧바로 뒤의 비음을 발음하기 상당히 어려우므로 발음의 편리를 위해 비음 앞 장애음을 비음으로 발음하는 음운 변동 현상입니다. 비음화는 음성학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유사 환경에서 무조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학술적으로 음운 변동을 ‘현대 국어에서 형태소의 공시적 결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음운의 교체, 탈락, 첨가, 축약 현상’으로 보고 있는 것과 시각이 일치합니다.
출제팀에서는 ‘ㅅ’ 탈락(‘ㅅ’ 불규칙 활용) 현상을 음운 현상으로 보고, ‘ㅅ’의 탈락이 표기에 반영되었으므로 음운의 탈락으로 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선 이의제기에서 주장했듯이, 기본적으로 ‘ㅅ’ 탈락은 형태론에서 밝히는 일입니다. ‘ㅅ’이 탈락한 것은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음운론적 규칙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ㅅ’ 탈락이 보편적인 음운 변동 현상으로 포함되기 위해서는 유사 환경에서(어간 말의 ‘ㅅ’이 모음 어미를 만남) 예외 없이 모두 ‘ㅅ’이 탈락되어야 하며,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음성·음운상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음운 변동 현상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학습하게 되는 ‘음절의 끝소리 규칙’은 음성적으로 불파음화 현상이 나타나 음절 말소리가 평파열음되어 음운의 변동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는 표준 발음법 제4장 제8항에서도 밝혔듯이 음절 제약 조건으로 음절 말 끝소리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 나올 수 있다고 하는 것과 일치합니다. 이 음운 변동 현상의 예외가 되는 사례는 현대 국어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어 음성 조건상 저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벗다’, ‘빗다’ 등은 어간 뒤에 모음 어미가 와도 ‘낫다’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또한, 어간 ‘낫-’에 모음 어미 ‘-아’를 붙여 ‘낫아’라고 했을 때 [나사]라고 발음하는 것은 연음 현상이 나타났을 뿐, 음운론적으로 문제를 제기할만한 사항이 없는데도 ‘나아’라고 적는 이유는 음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ㅅ’ 탈락을 설명할 때, 처음에는 ‘낫다’를 모음 어미를 붙여 활용할 때 ‘나ᅀᅳ면’, ‘나ᅀᅡ’ 등으로 쓰다가 반치음 ㅿ이 15세기 말에 사라지면서 음가 또한 사라져 ‘나으면’, ‘나아’ 등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낫다’의 기본형 어간 ‘낫-’이 활용되면서 ‘나-’가 된 것은 어떤 음운론적인 현상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나아[나아]’의 ‘나-’는 기본형 ‘낫-’의 형태론적 이형태로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이형태는 ‘낫다’ 개별 단어의 통사적인 활용 형태 변화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ㅅ’ 탈락을 “형태소 간의 공시적 결합에서 나타난 보편적인 음운의 변동 현상”으로 볼 수 없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은 이미 형태론적으로 ‘ㅅ’이 탈락되어 지금에 이른 것을 가지고 현대 국어에서 공시적으로 일어나는 음운의 탈락 현상인 것처럼 서술했습니다. 그러나 유사 조건상에서 일관적인 음운론적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음운 변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ㅅ’ 탈락을 음운론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근거가 매우 희박합니다. 따라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의 1, 2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2016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영역 11번의 정답이 3번이 될 수 있다고 본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출제자는 ‘낫다’ 단어의 활용 형태의 통사적 변화 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출제팀이 출제 과정상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11번 문제의 경우 (가)에 ‘탈락’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정답을 도출할 수 없으므로 전원 정답 처리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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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기여웡
근데 좀 빡치긴 하네요 학생 입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