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3-16 0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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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썰<27> 우리의 새내기생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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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4줄 요약]
1. 재종에서 만나 한마디의 대화 없이 아슬아슬 풋풋한 관계를 유지한 A군과 B양
2.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하게 되고 술자리에서 우연찮게 만나 서로 문자까지 주고받는데 성공
3. 진도가 안나는 상황에서 A군은 B양이 과단톡방에서 미팅 상대를 구하는 장면을 목격
4. 심난해하는 A군. 우연찮게 산책로에서 B양을 마주침.

"너 시간있냐"
"3시쯤에 000에서 보자"(이 때가 2시 30분정도였다. 000은 까페 이름)

생각보다 당돌하게 나오는 B양의 모습에 A군은 당황한다. 물론 본인도 당돌하게 나온 것이 조금 놀랍지만 말이다. 어쩌면 B양의 대사에는 당돌하다 못해 노기가 차있는 거 같기도 하다. 
'뭐지? 내가 잘못했나? 뭐가 문제인거지? 내가 누구인줄은 아나?'

그렇게 전전긍긍 화장실을 왔다갔다하기를 반복하며 3시가 되었고 A군은 약속장소에 나선다. 한 3분 정도 후 B양도 그 모습을 나타낸다. 
'아 어떻게 인사를 해야하지..? 그냥 손을 흔들어야하나..'
살짝만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A군. 

'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
'아.. 혹시 내가 너를 아는 거 같아서..'
'응? 알지 당연히ㅋㅋ 같은 과잖아 저번에 말도 놓기로 했으면서ㅋㅋ'
'아..! 그치? 근데.. 그 전부터 아는 거 같아서..'
'응? 뭐야 그 섬뜩한 말은.. ㅋㅋ'
'혹시 너 0000 다녔어?'(0000은 재수학원 이름이다)
'으응.. 그렇긴한데..'
'나 혹시 몰라?'
그저 의문에 가득찬 표정으로 물끄라미 쳐다보는 B양. 
A군도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한다. 대학을 몇 주 다닌 사이에 더 진해져버린 아이라인과 뽀얀 피부를 가린 하얀 화장품들, 길어져버린 머리카락. B양을 보는 게 아니라 B양 위의 가면을 보는 듯하다. 
'혹시 같은 반이었어?'
정적을 깨는 B양의 질문.
'아니'
'나 같은 반에도 친구 없었고 학원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었어. 같은 중학교 출신인 애는 있었는데 별로 안 친해서 그냥 맨날 혼자 다녔어'
'나도 알아'
'?'
'그래서 나도 혼자 다녔어. 열심히 공부하고 꿋꿋이 생활하는 게 난 정말 보기 좋았어'
'아.. 헉 나 너 기억날 거 같아'
이제서야 B양은 A군의 존재를 인식하는 듯하다 그 모습이 괜스레 반가운 A군. 
'와 그게 너였구나.. 야 그래도 우리 그렇게 열심히 해서 대학와서 다행이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이다. B양은 지난 나날들을 운명의 사랑이 아닌 노력의 산실 정도로 기억하는 듯했다. A군 역시 더이상 오버하면 안된다는 걸 감지한다. 미래의 2보 전진을 위해 당장은 1보 후퇴를 결심하는 A군이다. 

'그니까.. 그만큼 열심히 했으니 따라오는 결과지.'
'그래.. 나중에 같이 식사라도 하자~'
'응 알았어~'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A군과 B양. 하지만 A군은 뭔가 시원섭섭하다. 성취감이 들기보다는 허탈감이 든다. B양이 그동안 자신을 인지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생각보다 B양이 자신을 반가워하지 않아서일까. 1년 가까이 고대해 온 순간이 다가왔는데 A군은 전혀 환희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몇일 후(원래 언제 한 번 밥먹자~하고 밥먹는 경우 거의없다) A군과 B양은 우연찮게 학교 광장에서 마주친다. B양이 옷차림은 상당히 화사하다. 꽃무늬 미니 스커트에 단화는 그녀의 가녀린 하반신은 뽐내어주었고 하늘색 블라우스는 그녀를 풋풋하다 못해 상큼하게 만들어주었다. B양이 선듯 말을 건다. 

'어 오랜만~'
'안녕 어디가?'
'ㅋㅋ 좀 이쁘게 꾸몄지..'
'왜?'
'ㅎㅎ'
'??'
'나 생애 첫 미팅 나가!'
'아.. 맞다 ㅋㅋ 야 너 과톡보니까 장난아니던데'
안타까운 마음을 애써 숨기는 A군이다.
'이것도 지금아니면 못하는거래잖아 미리미리 못할 일들 다 해야지 넌 미팅 안나가냐? 아 맞다! 너는 이미.. ㅎㅎ'
'?? 이미 뭐?'
'응?? 아니야 ㅋㅋ'
'뭔데?'
가려는 B양을 애써 붙잡으며 A군이 묻는다. 
'대체 뭔데? 내가 만나는 여자라도 있다고?'
'응??'
'나 만나는 여자 없어. 무슨 소리야?'
'너.. 진짜?'

그렇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A군은 과친구들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아싸 일보 직전의 아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라고는 고등학교 동창인 C양. 하지만 그녀와 A군은 정말 이성 친구일 뿐, 서로에게 아무런 매력을 못느끼는 사이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같이 붙어 앉아있고 같이 캠퍼스를 거닐고 고교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날렸던 웃음이 그녀에게는 다르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당차게 걸어가는 B양의 뒷모습을 보며 A군은 생각한다. 
B양의 미팅은 그런 나를 보고 포기의 심정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었을까. 아니, 나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자유롭지 못했던 B양이 날개를 펴고 나아가려는건 아닐까 어쩌면 나에게는 풋풋했던 1년이 그녀에게는 그저 구속의 1년이지는 않았을까. 

이제 A군은 새장 속의 새를 위해 그 문을 살포시 열어주고자 결심한다. 



다음화는 A군에게 다가온 새로운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마 금요일, 토요일 쯤에 쓸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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