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463916] · MS 2013 · 쪽지

2016-03-15 20:18:32
조회수 2,270

이번 고3 3월학평 국어 11번은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142811



 

 이 문제가 오류냐 아니냐 쟁점이 어간 '낫-'에 '-는'이라는 어미가 붙어서 '낫는[난는]'이 되어 비음 동화가 일어나서, 교체 현상 또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데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저는 좀 다른 쪽으로 이 문제를 보려고 합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제공한 해설지에 따르면 11번 문제의 정답은 3번입니다. 그러니까 (가)에는 '탈락'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정답의 근거로 해설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낫다'는 활용할 때 '낫다[낟따], 나아[나아]'와 같이 음운의 교체와 탈락 현상이 일어난다.



 음운 변동은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발음을 하기 위해 어떤 음운값이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음운 변동 규칙으로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현상이 발음상의 편리 등의 목적으로 예외없이 유사 용례 단어에 모두 나타나야 해요. 고등학교 <독서와 문법>에서 가르치는 음운 변동 현상들은 모두 위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현대 국어'에서 나타나는 공시적인 현상들입니다.

 음운 탈락의 예시로 곧잘 나오는 'ㅎ' 탈락은 '좋아요[조아요]', '놓아라[노아라]' 등 유사 환경(어간 끝 자음이 ㅎ, 뒤에 모음 어미가 옴)에서 예외없이 나타나는 음운 변동 현상입니다.


 그런데 '낫다'는 그렇지 않습니다. 들어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낫다'는 흔히 'ㅅ' 불규칙을 설명할 때 용례로 곧잘 나오는 단어입니다. 옛날 훈민정음 만들어서 꺄르륵 거리던 시절에서부터 시간이 지나며 어떤 계기로 인해서 어간 '낫-' 뒤에 모음어미가 오면 '낫아', '낫아서'가 아니라 '나아', '나아서'가 된거예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나올 때 'ㅅ'이 탈락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비슷한 단어인 '벗다'는 모음 어미가 와도 'ㅅ'이 탈락하지 않아요. 애초에 음운 탈락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고등학교 3학년들이 보게 될 2017학년도 대수능 국어 영역 시험 범위에 있는 <독서와 문법> 일부 종류(6종) 교과서를 보았는데 'ㅅ' 불규칙을 음운 탈락으로 본 교과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 참고 (모음 탈락 : 'ㅡ' 및 ㅏ, ㅓ- 탈락을 말함)

미래엔(윤여탁 외) : 자음군 단순화, 'ㅎ' 탈락, 어간 끝 모음 'ㅡ' 탈락(ㅏ, ㅓ- 탈락 제시하지 않음)
창비(이도영 외) : 자음군 단순화, 'ㅎ' 탈락, 'ㄹ' 탈락, 어미 첫 모음 ㅏ, ㅓ- 탈락('ㅡ' 탈락 제시하지 않음)
지학사(이삼형 외) : 자음군 단순화, 'ㅎ' 탈락, 'ㄹ' 탈락, 어간 끝 모음 'ㅡ' 탈락(ㅏ, ㅓ- 탈락 제시하지 않음)
비상교육(이관규 외) : 자음군 단순화, 'ㅎ' 탈락, 'ㄹ' 탈락, 모음 탈락
교학사(한철우 외) : 자음군 단순화, 'ㅎ' 탈락, 'ㄹ' 탈락, 모음 탈락
천재교육(박영목 외) : 자음군 단순화, 'ㅎ' 탈락, 'ㄹ' 탈락, 모음 탈락


 물론 학계에서 이걸 음운론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만 '낫다'에서 'ㅅ'이 탈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형태론에서 밝히는 일입니다. 역대 고등학교 <문법> 및 <독서와 문법> 교과서에서도 'ㅅ' 불규칙은 형태론적인 측면에서 "불규칙적으로 형태가 바뀌는 현상" 정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ㅅ' 불규칙을 음운 탈락 현상으로 본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견해는 옳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정답엔 시시비비가 많습니다만 적어도 '낫다'와 '낳다'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음운 변동 현상'으로 음운 탈락이 일어났다고 볼 수 없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