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3-15 00:40:50
조회수 2,714

담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141139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늦게 잠을 자곤 했다.

혼자서 자는 게 무서웠을까.

아버지는 택시기사 일을 새벽 3시까지 하고선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오셨다.

"아들 아직 안 잤어?"

그러면 아버지는 안주거리를 꺼내어 안방의 TV앞에 앉아 나와 나누어 먹었다.

아버지와 함께 덮는 이불은 참 따뜻했다.

보일러를 틀어서 그랬을까.

어느날 새벽엔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재혼을 하면 어떨 것 같아?"

엄마가 떠나고 10년이 넘도록 꺼낸 적 없던 이야기였다. 

난 당황하여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의 맥주캔 끝만 쳐다보았다.

형광등 불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TV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난 요즘 너무 힘들어…. 맨날 너희들 빨래 하고, 청소하고, 돈 벌고, 밥도 하고…. 아들은 어떻게 생각해?"

"별로"

"알겠다."

말하면서 나도 말꼬리를 흐렸다.

TV로 눈을 돌렸다. 흐렸다.

안주거리를 몇번 뒤적거리다 이부자리에 들었다.

내가 재혼해도 괜찮다고 말했으면 아버지는 진짜 재혼했을까.

그러면 진짜 아버지는 편해졌을까.

그럼 지금 내 삶이 달라졌을까.

누구랑 재혼하려 했을까.

내가 아버지를 불행하게 만든 걸까.

모두는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데 내가 그걸 막은 걸까.

그럼 난 무엇이 되느냐.

난 얼마나 이기적인 거냐.

난 이 방의 넓이만큼 옹졸하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