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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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나는 늦게 잠을 자곤 했다.
혼자서 자는 게 무서웠을까.
아버지는 택시기사 일을 새벽 3시까지 하고선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오셨다.
"아들 아직 안 잤어?"
그러면 아버지는 안주거리를 꺼내어 안방의 TV앞에 앉아 나와 나누어 먹었다.
아버지와 함께 덮는 이불은 참 따뜻했다.
보일러를 틀어서 그랬을까.
"재혼을 하면 어떨 것 같아?"
엄마가 떠나고 10년이 넘도록 꺼낸 적 없던 이야기였다.
난 당황하여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의 맥주캔 끝만 쳐다보았다.
형광등 불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TV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난 요즘 너무 힘들어…. 맨날 너희들 빨래 하고, 청소하고, 돈 벌고, 밥도 하고…. 아들은 어떻게 생각해?"
"별로…"
"알겠다."
말하면서 나도 말꼬리를 흐렸다.
TV로 눈을 돌렸다. 흐렸다.
안주거리를 몇번 뒤적거리다 이부자리에 들었다.
내가 재혼해도 괜찮다고 말했으면 아버지는 진짜 재혼했을까.
그러면 진짜 아버지는 편해졌을까.
그럼 지금 내 삶이 달라졌을까.
누구랑 재혼하려 했을까.
내가 아버지를 불행하게 만든 걸까.
모두는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데 내가 그걸 막은 걸까.
그럼 난 무엇이 되느냐.
난 얼마나 이기적인 거냐.
난 이 방의 넓이만큼 옹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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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자고 무얼 하고있을까.
내일 일어날 생각은 있는 걸까.
ㄷㄷㄷㄷ 진짜 심금을 울린다 이말이 ㅠㅠㅠㅠㅠ
ㅎㅇㅌ...
코드킴님은 진짜 보통사람 중에선 대단하신 분인데...
슬픈 얘기가 많으신 분이네요.
이제 웃으시면 어떨까 싶어요.
아뇨 님이불행하게만든거아니에요
재혼해서크게달라지지않았을거고요
오히려 더큰재앙이올수잇었던걸 님이막은거일지도몰라요 마음에짐지우지마세요
좋은밤되세요
저도일케생각
슬픈에너지가 가득하시네요 또르르..
어렸잖아요..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아요
TV로 눈을 돌렸다.흐렸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쓰는거지
난 이 방의 넓이만큼 옹졸하다... 표현이 정말 확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