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_Only_Love [640106] · MS 2015 · 쪽지

2016-02-25 03: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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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공대 논란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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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때 시작한 오르비를, 아직까지 하고 있다. 왜 내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자연스레 할 것 없을 때, 무료할 때 가끔 글들을 읽어보고, 가끔씩은 깨닫기도, 가끔씩은 한탄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의대와 대기업간의 논란이 있다는 것을 보았는데, 당장 내가 의대-공대 중 공대를 선택한 사람으로써, 사실 우리 학교는 정시로 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 마찬가지긴 하지만, 또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 며칠간 생각을 해본 사람으로서 간단하게 하고싶은 말이 있기에, 다시 또 의미없이 읊조려보려고 한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적인 삶의 질이나 연봉을 전문직과 일반직을 놓고 비교하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의전 준비하는 사람도 많고, 약전, 변리사, 로스쿨 등 다 의사와 같은 전문직 하려고 기를 쓰려는 사람은 많다. 나도 의사가 단순한 개인의 삶의 관점에서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확고하게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도 있고,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대형 병원의 병원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공대는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큰 반면에 사실 평균적으로 돌아오는 보상도 그닥 크지 않다.

그러면 난 도대체 왜 공대를 선택하는 이 비합리적이고 멍청한 행동을 했을까?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돈을 쉽게 버는 것도, 또한 그 돈이 절대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걸 난 수험생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의사라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사실 명쾌하다. 난 의사를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과 교수님 중에서도 의대 출신인 분들이 계시고 의대를 나온다고 꼭 의사를 해야만 하는 법은 없지만, 난 그 다른 사람이 정해준 길을 그대로 복제하며 색깔없는 삶을 살기 싫었다.

그리고,

남이 배운 것을 쓰는 사람이 되기보단, 남이 배울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색다른 것, 영화에서나 나오던 것, 어쩌면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던 새로운 것들을,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

난 SF영화들을 좋아한다. 과학 영화들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주고, 과학의 도덕성에 대해서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꾸려주며, 또한 그런 영화 속 모습을 실현해 나가려는 모습 속에서 과학이 다시 발전하기도 한다. 스타워즈를 보며 행성간 탐험을 꿈꿨던 많은 과학자들이 화성과 목성과 토성에 탐사선을 보냈고, 스타트렉을 봤던 어린 아이는 Alcubierre bubble같은 순간 이동 물리 법칙을 만들어 냈다.

나도 마찬가지다. 트랜센던스를 보며 나노 로봇에 감명받았고, 아이로봇을 보며 그 곳 자동차의 '바퀴 없는 모습'에서 플라즈마 제트를 이용한 자동차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위와 같은 뛰어난 과학자들처럼 그것을 실현시키진 못했다. 아직까진 나이가 어리다는 변명을 하지만, 이것도 10년 내에 끝날 변명이겠지.

의사라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새로운 치료법, 더 간단한 검진법들은 순전히 의사들의 몫이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것들의 범용성이다. 조금 더 다양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배워보는 것. 그리고 게중 하나 내 능력이 발휘되어 쓰여질 수 있는 것. 그런 점은 공대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가끔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넌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난 그 때마다 이야기한다. 어제 했던 일과 오늘 했던 일이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가끔은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고, 투자 문제에 좌절도 해 보고, 첫 프로그램을 완성시키는 기쁨도 느껴보고 싶다.

마지막. 난 그래서, 단순히 삶의 질, 돈만 따지고 공대를 오려는 사람들에게 웬만하면 의치한이 낫다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이 단순히 여가 시간과 돈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ㅎㅎ 

고등학생이 무얼 안다고 꿈을 결정해요!! 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냥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정말로 관심이 가는 책을 더 많이 읽어 보고, 가끔씩은 신문이나 잡지도 읽어 보면서, 내가 눈이 가는 것들을 찾길 권한다. 롤이라고 사람들이 op챔만 하는 것은 아니듯이, 정말 자기가 할 수 있고 또 그것을 하면서 즐거움 느끼면서 왠지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게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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