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Sogang [618648] · MS 2015 · 쪽지

2016-02-24 15: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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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숲에 올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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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여태까지와는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지 않아도 기분이 좋다. 예를 들면 카톡 답장이 한 시간 째 안와도 기분이 좋다. 바쁘지 않은 데도, 남들에게는 답을 하지만 나에게는 늦게 해도 기분이 좋다. 아예 답장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애는 답장을 지금 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 안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또는 눈이 이쁜 그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도 기분이 좋다. 그렇게 빛나는 눈으로 얘기하고 있다면 그 아이는 분명히 그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까. 사실 약간의 질투는 나지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그 애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성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빨리 그 애를 갖고싶다거나 하지 않다. 우린 친구니까, 내 마음을 그 애가 급작스럽게 알게 된다면 당황스러워 할 테니까 말이다. 그저 천천히 자연스럽게, 그리고 얇지만 꾸준하게 내 마음이 그 애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애를 위해서라면 내 삶의 일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전부를 바꾼다는 건 멍청한 짓이다. 나는 그 애도 좋지만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또 만약 전부를 바꾼다면 나는 그 애를 더 이상 지금처럼 좋아해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참 슬픈 일이다. 나는 얇지만 가볍지는 않게 그 애를 좋아하고 있다. 그 애를 위해서라면 힘들 때 피는 담배도 끊을 수 있다. 내가 계속하면 그 애한테나 나한테나 안좋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힘든 것쯤은 그 애를 생각하며 충분히 잊을 수 있다. 또 늦게 일어나는 걸 편해라 하는 나지만 1시간 정도는 일찍 일어날 수 있다. 2시간까지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 애에게 3만원을 비려준 적이 있다. 내 통장에는 5만원밖에 없었지만 그 애가 생활비가 떨어졌다기에 생색을 내면서 빌려줬다. 그냥 주기 민망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걸로 계속 그 애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돈은 계좌로 갚을 생각하지 말라 그랬다. 대신 만날 때마다 조금씩 밥을 먹든 술을 사든 갚으라고 했다. 그치만 막상 만나면 얻어먹고 싶지 않았다. 그 돈을 다 받으면 그 애를 볼 이유가 하나 줄어드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애가 먼저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었다. 얘기를 내가 먼저 꺼내도 나중에 달라하고 그냥 내가 계산하곤 했다.

나는 두 달 후면 군대에 간다. 군대에 가면 그 애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소복소복 내리기 시작해 다음날 보면 꽤 쌓여있는 첫눈같이 내 마음을 그 애에게 주고 싶은데 군대에 가면 그러지 못할 것 같다. 그치만 그 전에 서둘러 내 마음을 고백하고 싶지는 않다. 폭설은 나나 그 애나 싫어할 테니까. 휴가를 나와도, 편지를 쓸 때도 내 마음을 급하게 주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 애가 부담스러워 할 테니 말이다.

지금도 한 시간이 넘도록 그 애에게 답장이 오지 않는다. 밤이 깊긴 했지만 나는 더 늦게 자도 된다. 혹시 그 애도 내 답장을 기다리며 잠을 못 이룰 수도 있으니까 그 애의 오늘의 마지막 답에 답을 하고 자야한다. 답장을 하지 않는 건 누구나 싫어하니까 말이다.

말을 너무 이쁘게 하네요 ㅎㅎ
출처.서울대학교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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