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_Only_Love [640106] · MS 2015 · 쪽지

2016-02-04 01:52:11
조회수 11,043

수기라고 보긴 애매하고 삼수 끝난 사람이 재수생들에게 하고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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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였습니다. 더 이상의 실패를 감수하기엔 리스크가 너무도 컸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재수를 하면서 얻은 교훈은 간단하지만 명확했어요. 난 너무 놀아서도, 그렇다고 너무 공부만 해서도 안 된다. 너무 놀면 공부를 망치는건 당연지사지만, 너무나도 강하게 관리해도, 그 또한, 장기적으로 행할 수 없기에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물론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아주 강력하게 공부만 주구장창 해대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적어도 저는 그게 불가능했습니다.

 

독재학원이란 시스템을 알아냈던 건 그런 위기의식과 또 자신의 실력에 대해 나름 자신감이 있었던 제 자만이 얽혀서였을 겁니다. 혼자서 계획하고 책임지는 독학의 좋은 점과, 어찌되었든 관리를 해주는 재종의 좋은 점을 합치다니. 처음 봤을 때 나름 참신하고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죠. 자연스레, 독학 재수학원이란 시스템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독재학원을 찾아 가보니, 도움이란 것 자체가 특별히 거대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학원의 방향성 자체가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학원의 어떤 특별한 수능 노하우를 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학원은 그런 공부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더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질문 담당 선생님, 특별 보충 수업 등으로 어쩔 수 없는 독학재수학원의 단점을 커버하려는 노력은 꽤 있었는데요, 사실 전 특별히 수업을 듣진 않았습니다. 다만 질답과 매주 진행되는 학습단계 상담은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질답은 딱히 문제에만 집중되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수능과 관계있는 모든 면에서 다양하게 질문을 받아주었어요. 다른 풀이, 조금 부족한 개념, 학습 방향 등을 전담 선생님과의 질답 시간을 통해 해결해 나갔습니다.

 

상담은 매주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상담 일정을 조절할 수도 있구요. 기본적으로 학원에서 플래너를 쓰게 하는데, 거기에 맞춘 공부를 실제로 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학습 방향이 선생님이 보기에 적절한지에 대한 코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책도 추천을 받았구요. 수준별에 맞는 적절한 책을 추천해 주셔서 문제가 부족할 날은 없었습니다.

 

공부법에 대한 질문이 수기에서 종종 등장하더라구요. 저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제가 썼던 방법들을 간략하게 써 보겠습니다. 수능이 네 영역이니, 저도 네 영역에 나눠서 간략하게 써 볼게요.

 

국어 : 국어는, 현실적으로, 선천적인 면이 강합니다. 근데 이게 정말 유전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선천성을 말하는건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선천성이란건 고등학교 이전에 이미 준비가 완료된 면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맨날 서랍 속에 판타지 소설 집어넣고 몰래 읽어대던, 반에 한 명씩은 꼭 있던 그런 친구들. 그런 친구들은 글과 익숙하니 국어 영역 자체를 빠르게 캐치해내는 것 같습니다. 글에 친숙해야,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는 것이죠.

 

친숙하지 않으면? , 그럼 조금 골치아픕니다. 고백하자면, 전 사실 위에서 언급한 그 반에 한 명씩은 있는 친구였거든요. 왠지는 모르지만 국어문제를 다 풀면 30~40분이 남고, 거진 틀리진 않았어요. 국어를 확실히 잘 풀기는 했는데,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모른다는 거죠.

하지만 저도 국어를 딱 한 번, 크게 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역 수능날이죠. 3등급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비문학에서 잘난 체 하려고 글 안읽고 문제 풀고, 화법은 감으로 풀고... 총체적 난국이였습니다. 그 때 문제를 깨달았죠. , 글을 진짜 기억해야겠구나.

 

글을 기억한다는 말은, 내용을 정말 달달 외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종의 설계도를 그리는 거죠. 이 사람이 이 글을 왜 썼을까. 도대체 뭘 그렇게 알려주고 싶은걸까. 그냥 저 사람이 말하는걸, 마치 내 친구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스토리를 듣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구상해보자. 이렇게 머리에 글 내용으로 구성된 레고를 맞추는 겁니다. 저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해요. 물론 기출과 ebs... 필수라고 보구요. 사실 ebs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냥 전 할 것 없어서 다 풀었어요.

 

수학 : 수학은 정말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많은 꼼수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번호대로 풀지 않기. 1번부터 18번까지, 그리고 22번부터 29번까지, 마지막 남은 것들을 순서대로. 일단 이렇게만 해도 너무 시간이 지체되진 않죠. 그 외에도 10초만에 도형극한 풀기 적분 넓이 직관적으로 알아내기 이런 것들이 있지만... 딱히 소개는 하지 않으렵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시험장 팁일 뿐이고, 공부를 할 땐 정말 답지를 보지 않기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어디서든 본 이 말,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아니 답지를 안보고 어떻게 문제 틀리고 맞는걸 알고, 어떻게 아예 모르는 문제를 알아간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문제집 동그라미 그리기 놀이를 하는게 아니라는걸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게 아예 모르는 문제 도대체 어떻게 푸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수학을 본질적으로 잘하게 되는 과정이에요.

 

이건 3등급 미만 학생들에겐 딱히 추천하진 않습니다. 3등급이라면 일부 3점짜리를 틀린다는 것일거고, 그러면 아마 개념 자체가 완벽히 박히진 않았을 테니까요. 개념부터 다시 해야죠. 그런데, 3등급 위라고 해서 개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정말, 개념이란 것 자체는, 문제를 봤을 때 그 문제가 요구하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이 어디인지를 캐치하는 것을 포괄해요. 그것을 떠올리는 능력.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쓸 건지에 대한 능력.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 : ebs를 신으로 모셔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ebs 내용을 전부 알아야 하고, 문장 구조가 특이한 지문들을 잘 봐둬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ebs 책을 색칠공부하듯 형광펜으로 쫙 긋고 여러 말을 첨언해 놓는 것. 가독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솔직히 그거 별 효과도 없는 것 같아요.

 

구문 공부가 어느정도 되어있다는 가정 하에, 구문을 따로 신택스같은 책을 쓰지 말고, ebs 내용을 토대로 인강 없이직접 분석해보는 것 추천합니다. 생각보다 재밌는 것 많고, 의외로 어색한 문장이 옳은 경우도 많아요.

 

문법같은 건 그냥 얽매이지 마라... 정도로 말하고 싶습니다. 문법은 항상 ebs 내에서 출제되고, ebs에서 특별히 예외적인 문법은 미리 체킹하고 들어간다면 딱히 문법 문제를 틀릴 이유가 없거든요. 단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보카책 달달 외우는 경우가 있지만... ebs 뒷 단어장이 문맥적으로 적절히 해석된다면, 단어 문제는 아마 시험장에서도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과탐 : 제가 조언을 감히 하기가 어렵습니다. 6평땐 생24등급, 정작 수능땐 물13등급... 그저 자만하지 말고 집중력 놓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네요. , 서울대 무조건 가야되겠다 아니면 2과목 버리시구요. 정말로요. 2과목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국영수 고정 1이 아니라면...

 

보통 재수를 하며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는 것들이 바로 재수를 하며 대인 관계가 망가지고, 게임을 하지 못하는 부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임이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 꽤 미련이 남더라구요. 현역때는 수능 전날 새벽까지 게임 하고 그랬거든요.

 

결과론적인 말이긴 하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한 바로는, 공부를 끝마치고 나서 하는 게임 한두 판, 주말 오후 한두 시간의 산책 정도는 서울대 정도 오는 것에 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아냐면, 제가 그렇게 하고 서울대를 갔거든요. 매일 10시 학원이 끝나면 누구나 하는 그 AOS 게임을 1시간 가량 했고, 일요일은 저녁에 광안리가서 해변 걸으며 버스킹 들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독재학원의 진정한 장점은 아마 부산 최고의 뷰를 갖고 있다는 점 아닐까 합니다. 광안리 정말 엄청 이뻐요.)

 

이게 보통 학원에서 권장하거나 방조한 내용은 아닙니다. 본래라면 지정고시원이 있고, 다른 재종 학사처럼 관리가 들어가는데, 제가 그게 싫어서 주변 원룸을 잡아서 집처럼 썼거든요. 노트북도 들고가고... 해선 안될 일이긴 하지만, 전 이상하게 그게 더 효율이 좋은 것 같더라구요.

 

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사실 크게 좋은 의대는 아니지만 의대도 추합될 곳이 있구요. 이런 상황에선 누구든지 의대를 가야된다, 의사, 전문직만이 재수, 삼수의 시간을 보상해줄 수 있다라고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근데 전 삶의 안정성, 더 높은 사회적 지위보다는 그냥 제 재미를 찾아서 서울대를 택했습니다. 의대라고 꼭 의사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만큼 폭넓을 것같진 않아서, 쉽게 말해서 서울대가 뭔가 더 멍청한 짓을 하는데 적절할 것 같아서 서울대를 가기로 결정했죠.

 

뭐 우리 나라에서 공대를 가서 창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하지만 전 벤처를 하고싶어요. 안정감을 추구하기보단, 벤처와 같이 매일 일어날 때마다 해야할 일이 다른 직업, 가끔씩은 강하게 불안해서 똥줄이 타는 직업을 하고 싶더라구요. 뭐 그래도 서울대 공대인데 굶어 죽긴 하겠어요?

 

마지막으로 위험성 하나만 지적하자면, 재수생 분들, 친목만 하지 마세요. 게임 조금 해도 되고, 가끔은 학원 땡땡이치고 놀아도 되는데, 정말 학원 내에서의 끈끈한 우정, 애틋한 사랑, 농염한 눈빛 이런 것만 조심합시다. 친목은 자연스레 게임을 많이하게 만들고, ‘걸핏하면학원 땡땡이치게 만들며, 순공부시간을 확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기 때문이에요.

 

뭐 하고 싶은 말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재수생 여러분 열심히 하시고, N수생분들도 꼭 공부한 만큼의 결실을 얻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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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is · 520792 · 16/02/04 01:54 · MS 2014

    좋은 글.

  • 휴양 · 560019 · 16/02/04 01:54 · MS 2015

    절제만 된다면 어느정도의 휴식 찬성합니다

  • 사쿠라코 · 591250 · 16/02/04 01:58 · MS 2015

    저와 같은 꿈을 품고 계시군요

  • 버츄어캅 · 641193 · 16/02/04 02:00 · MS 2016

    이제 스2만 연습하..읍읍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02:05 · MS 2015

    이제 실버임 크으
    아 진짜 해도해도 실력이 안늘음ㅋㅋㅋㅋ

  • 버츄어캅 · 641193 · 16/02/04 02:36 · MS 2016

    탈브론즈 ㅇㅈ

  • 야간알바 · 485345 · 16/02/04 02:01 · MS 2013

    학원 어딘지 알수있을까요??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02:05 · MS 2015

    부산 광안리 독재학원이면 어딘지 아실거같아영

  • 야간알바 · 485345 · 16/02/04 12:22 · MS 2013

    tg?

  • 김한빈 · 632653 · 16/02/04 02:21 · MS 2015

    독재학원에가면 고시원이나 학사를 지정해주나요?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02:37 · MS 2015

    네 주더라구여

  • 팝스타 아리 · 532406 · 16/02/04 02:35 · MS 2014

    같은 삼수생으로써 정말 공감많이 되는글이네요.
    현역때 cd지문의 트라우마란....끔찍..

    아무튼 고생하셨어요..
    대학이라는 한 관문을 통과하고...아직 남은길이 많지만...
    저도 꿈을 향해서 천천히 가볼려구요..

    님도 꼭 하고싶은일 이루시길!!!ㅎㅎㅎ

  • 각살 · 596185 · 16/02/04 02:38

    학원 궁금해서 검색해 봤네요.

  • 92j85PVMhDCxeg · 638166 · 16/02/04 04:51 · MS 2015

    혹시 중앙lnc남천동 지점인가요ㅣㄱ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04:52 · MS 2015

    아니영

  • 17수능인 · 613448 · 16/02/04 05:32 · MS 2015

    재수생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휴식시간을 가져야 효율이 좋다는건 저만 드는 생각이 아니였군요

  • 칰촠 · 620246 · 16/02/04 05:39 · MS 2015

    칰촠 님의 2016학년도 대수능 성적표

    구분 원점 표점
    국어 A 96 130 97 1
    수학 B 93 122 93 2
    영어 81 117 77 3
    물리1 42 64 94 2
    지구과학1 46 68 97 1

    영어 ebs만해서 6월100 9월 97이었는데 수능에서 요렇게됬는데요....점심시간에 수학3점짜리틀린걸 안것+영어시간때 맨붕이와서..
    삼수를하려고하는데 영어는 정말 님이글쓴대로 하면될까요? 영어가 너무 막막합니다ㅠㅠ

  • 92j85PVMhDCxeg · 638166 · 16/02/04 06:04 · MS 2015

    어디다니셧나요

  • 흩어져날아가 · 505157 · 16/02/04 06:49 · MS 2014

    앞으로 5년 뒤엔 진짜 서울대 나와도 굶어 죽을 지도 몰라요... 생각보다 현실은 되게 암담합니다.ㅠㅠㅠ 현 정부의 방향과 철학(과연 그런 게 있는지도 불분명하지만)을 보면 앞으로 7년 8년 뒤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암담해 질 겁니다.

    준수좋아하시는 님이 가끔 리플 다시는 거 보고 있어요. 저는 님이 서울대공대라고 몇 번 하셔서 재학생인가? 했더니 알고보니 올해 신입생이군요? 어쩐지. 재학생이라기엔 약간 이상하긴 했어요.

    이렇게 뭔가 확고하시다면 서울대 가는 것도 괜찮긴 하겠네요. 우리학교 좋죠. 좋은 사람들 많고 경쟁도 치열해요. 전 이런 님의 패기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십 년 전 절 보는 것 같아서 아련하기도 합니다. 저도 딱 11년 전, 딱 준수좋아하시는 님 같은 생각으로 서울대 들어왔거든요.

    근데 이건 꼭 생각해보셔야 해요.

    고등학생의 시야로 본 세상과 대학생 - 그것도 서울대학교 학생으로 본 세상이 서로 괴리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때도 난 버틸 수 있을 것인지.
    내가 좇았던 모든 게 그저 허상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때도 난 버틸 수 있을 것인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운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도 난 버틸 수 있을 것인지.
    공대 공부는 수능 공부나 고등학교 공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거기서 오는 좌절감, 자괴감 그걸 버텨낼 수 있을 지.
    나이 서른이 되고 나보다 수능 못 본 친구가 나보다 훨씬 잘 나갈 때, 거기서 오는 좌절감과 자괴감을 버텨낼 수 있을 지.

    저희 아버지도 사업을 하시고, 제 오랜 절친도 스타트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7년 째라 그 바닥이 얼마나 험난한지 잘 압니다. 숨이 탁탁 막혀요 정말. 그만큼 잘 헤쳐나가시길 바라며 응원합니다.

    뭐 제가 여기서 의대가라고 여러번 얘기하고 있고 그래서 이사람은 서울대 왜이렇게 싫어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 모교에 대한 애정 만큼은 엄청나요. 소위 샤부심은 쩝니다 지금도.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고 그들과 같이 부딪끼고 경쟁하면서 정말 제 자신이 많이 성장했거든요. 그릇도 커졌구요. 세상 돌아가는 일과 각종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수준 높은 담론이 형성돼있고( 오르비보다 훨씬 수준 높습니다.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상식 이하인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이에요. 하지만 그런 걸로 자위하기에 세상은 너무도 험난하거든요. 서울대의 장점을 상쇄해버릴만큼 세상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닫다보니 그렇네요. 실제로 저를 비롯한 공대 나온 많은 친구들이 의대 붙고 안 간 걸 되게 후회합니다. 30대가 되니까 내 짐이 정말 무겁거든요. 의대를 아예 안 쓴 친구들은 안 그러지만 의대를 붙고 안 온 친구들은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기도 없고 벌여놓은 일이 많아서 진로를 과감히 바꿀 용기를 못 내요.

    아참, 우리학교 창업지원은 정말이지 암담할 정도입니다. 학교에 아무것도 바라지 마세요. 놀라울 정도로 학교에선 정말 아무것도 해 주지 않습니다. 공대 교수들 대부분은 그저 자기 실험실 대학원생 착취하기 바쁘고, 학교 차원에서 그나마 제공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의미가 별로 없어요. 우리학교는 철저하게 각자도생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게 고시든 스타트업이든 뭐든요.

    "각자도생"
    잊지 마세요.

    아참 하나 더.
    경영학을 주전공으로 삼는 사람들이나, 경영학을 복전하는 사람들 중에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됩니다. 그들 중 일부는 심하게 겉멋이 들어 있고 허세나 허영이 심한 경우도 많아요. 그러는 바람에 사고를 치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특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07:03 · MS 2015

    어... 일단 제가 재학생이라는 뉘앙스로 글 쓴 적 없어서 누가 헷갈릴 거라고 생각을 하진 못했네요. 충고는 감사히 받아드릴게요.

    음 그런데 서울대 결정한게 순전히 제 결정만은 아니에요. 제가 나이에 비해서 2년 늦게 들어간만큼, 전문직이 가지는 장점이나 안정성은 분명히 잘 알고 있죠. 그리고 뭐 스랖만 훑어봐도 닥의대 분위기니까 의사에 대한, 직업에 대한 경제적 만족감 같은건 분명 서울대에서 충족하기 힘든 것일거라고 생각해요.

    2년 늦게 들어간 고로 제 친구들은 3학년이고, 혹 조졸한 친구들은 이제 4학년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서울대에서 저랑 같은 꿈 가진 친구는 후회가 없었어요. 창업지원 바라지 말라고 하셨지만, snusv나 연합전공같은것 통해서 재밌는 일 많이 하고 있었고, 정작 사무실 정도는 내 주는거 볼때 지원이 아주 없다고 하기도 좀 뭣하기도 하구요.

    또한 서울대 타이틀 자체로 제가 하려는 일들에 이득을 바라진 않아요. 단지, 학력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말씀하셨듯이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여러 일들 해보는 것에서 이미 큰 의미가 있다고 느끼구요. 저도 제가 나이가 들어서 지금을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아마 나이가 들어도 옛날의 나라면 이렇게 선택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혼자 살아남는 것, 맞다고 생각해요. 이젠 그 혼자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겠죠. 저 또한 말도 안되는 허상만을 꿈꾸면서 요행을 바라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뭐 어때요. 의사보단 재밌어 보이는걸요.

  • 흩어져날아가 · 505157 · 16/02/04 07:52 · MS 2014

    벌써 스랖 아이디까지 있으시다니 놀랍네요 ㅎㅎ학번이랑 마이스누 계정이 벌써 나와서 그런가요?

    스랖 하지 마세요.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게 2학년때부터 스랖한겁니닼ㅋㅋㅋ 스랖은 졸업하고 해도 늦지 않아요. 그리고 최근 1~2년 사이에 많이 더러워지기도 했고요. 가능하면 오르비도 끊는 걸 추천드립니닼ㅋㅋ

    멋있네요 정말. 글에서 풍기는 느낌이 참 멋있어요. 님의 열정이나 패기를 순간 그저 새내기의 치기라고 생각했던 걸 반성합니다. 정말 멋있어요. 응원 할게요. 합격 축하드립니다.

  • 나카시마 아이 · 640106 · 23/10/09 00:44 · MS 2015

    구글 검색하다가 들어와져서 로그인해보니까 있어서 씁니다
    - 겉멋은 팩트였습니다 (근데 이건 저도 마찬가지였었음 ㅋㅋ)
    - 어쨌든 사업은… 했고 투자도 받았습니다. 아직 성공이라 말하긴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이 지옥같은 장에서 어느 정도 버티곤 있어요. 근데 졸라 힘드네요. 사업한것때문에 아직도 졸업못한건 비밀
    - 스랖 안해야하는건 진리같습니다
    - 서울대에서 뭐 안해준다 -> 요건 크게 공감이 안됩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보장해주는 최소 채용요건이 꽤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주회사가 이거저거 해주기도 하구요, 학내 네트워크는 꽤 큰 것 같습니다. vc도 서울대 좋아하는데 있는데 (아마 아실듯, 설입에 있음) 괜찮은 vc로 성장하는듯요
    - 아직까지 의대 안간건 후회는 안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의대간 애들중 하위 50퍼 생애소득보단 제가 더 많이 버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웃라이어도 아니고, 졸라 열심히하면 다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사업을 안하고 급여소득자로만 살아도요..!

  • godeuro · 604510 · 16/02/04 10:33 · MS 2015

    게임해도 괜찮다는 것만 하이라이트 해서 봐서 자기위로중 ㅜㅜ

  • 백수의왕갓수 · 504720 · 16/02/04 10:53 · MS 2014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frmRikh7oaTvjS · 632354 · 16/02/04 12:13

    딱히 초칠려는건아니고
    과연 연대랑 의대 붙었어도 재미로 연대공대를 선택했을까?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12:55 · MS 2015

    네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과에

  • frmRikh7oaTvjS · 632354 · 16/02/04 12:58

    아니요 님이요ㅋ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13:08 · MS 2015

    아 연대의대라는줄
    그건 그때 따로 생각했겠죠.

  • 송도살자 · 621232 · 16/02/04 12:16 · MS 2015

    전 친목이 재수생활의 원동력이였는데...

  • jpmg · 488088 · 16/02/04 13:47 · MS 2014

    근데 남녀 구분안되있는데 신경쓰이고 그러지는않나요? 그리고 집에서 통학하셨나요? 아니면 방을 따로 구해야하나요...혼자 생활관리를 잘 못할것같아서.. 아침에 일어나고 이런거요

  • XIA_Only_Love · 640106 · 16/02/04 17:45 · MS 2015

    신경 안쓰인다면 거짓말이지만 애초에 남자여자 안가리고 친구를 안만들어서...ㅋㅋ 삼수라고 말하는게 쪽팔리기도 했구요.
    보통 고시원을 추천해줘요. 전 근데 그냥 근처 원룸을 구했구요. 생활관리는.... 제가 잘 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움 ㅋㅋ

  • 병신새끼임 · 522611 · 16/02/04 17:52 · MS 2014

    벤처.. 저도 스타트업 하려고요ㅎㅎ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건 즐거운 일인거 같아용. 꼭 선배님으로,만났으면 좋겠습니다.

  • 전*민개팬다 · 608184 · 16/02/04 18:35 · MS 2015

    위에 댓글 살짝 보니 광안리가 보이네요 ㅎㅎ
    혹시 이름 알려주실수 있나요? 찾아보면 나오는데 물어보냐... 라고 하시면 어쩔수 없지만 말입니다

  • jpmg · 488088 · 16/02/05 11:59 · MS 2014

    ㅌㅈ아닌가염....

  • 전국 수석 · 607939 · 16/02/04 18:47

    학원에서 문도도 여친이 생긴다는데 사실인가요???
    제가 문도인데.....생기면 안되는데
    트위치 되야 되나요???

  • 민트초콜렛 · 637510 · 16/02/06 20:14 · MS 2015

    독학재수학원들어갈예정인 재수생인데요....제가 현역때는 엄청놀았거든요....폐인처럼 게임한건 아니구요 학원가고 야자도하고 숙제도 다하지만 학교끝나고 축구하거나 피방한판하고? 결론은 절때 저는 365일동안매일14시간할성격은 아닌데 공부열심히 할자신은 있어요ㅠ 독재학원다니면서 한달에 몇일정도는 놀아도 될까요?ㅠ 놀아밨자 국영수탐모의고사한개씩하고 나가요....그리고 놀때 학원선생이나 부모님한테 뭐라고 하나요?ㅠ 저희 부모님은 1년동안꼬박꼬박공부하는걸 원하셔서....한달에 하루정도는 쉬고싶은데 쉰다하면 나태해졌다 뭐라하시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