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설표. [1355337] · MS 2024 · 쪽지

2026-06-14 03: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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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正時) 씨 발아(發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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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생명을 틔우기를 기다리는 밭이었다.


넙대대한 씨앗은 주머니 속에 있었고

장댓비는 몇 번이나 지나갔지만

흙을 가르는 일은

늘 내일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해는 서편으로 기울고

그림자는 길어졌는데

계절이 짧다는 사실보다

아직 시간이 넉넉하단 착각을 더 믿었다.


그러는 동안


들판 저편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높이를 찾아가고,


강물은 망설임 없이

바다를 향해 흘러갔다.


멈춰 있던 것은

바람도, 구름도 아닌


한때의 나였다.


이제야 손을 펴 보니


주머니 속 씨앗들은

오래 품어 따뜻해졌고,


늦은 햇살 아래에서도

여전히 싹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스쳐간 계절을 붙잡아도

꽃은 피지 않는다는 것을.


대신 오늘의 흙을 고르고

오늘의 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에게

내년의 숲이 찾아온다는 것을.


언젠가 먼 훗날,

바람이 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


나는 잃어버린 봄을 세는 대신


늦게 심었지만 끝내 뿌리내린

한 그루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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