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볼륨(Volume)’이라는 거대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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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자랑스러운 Team 07 재수생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해왔고, 학원이란 학원은 다 다녔으며, 처음 보내는 고3 또한 부족하지 않은 수업, 자료들과 함께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수능의 결과는 3월과 다르지 않았고, 말하자면 ‘나의 노력이 배신당했다‘라는 우울감과 함께 겨울을 보냈습니다.
재수를 시작한지 어연 6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작년에 하던 그대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같이 재수하는 공부 잘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습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도 나랑 같이 공부했고, 수업도 같이 들었고, 심지어는 나보다 공부를 덜한 것 같았습니다. 이상하죠? 이유는 대화하며 조금씩 들은 친구의 공부 방법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칼럼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그런 글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크고 엄청난 깨달음을 적을거거든요. 여러 종류의 칼럼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이 먼저 선행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저랑 하나 약속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그렇게 읽지 말고, 겉으로만 대충 읽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뭐 쓰고보면 당연한 얘기를 하고있는 거 같긴한데, 이걸 직접 몸으로 느끼는 거랑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건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정말 자신이 깨달은 것처럼 ’이게 무슨 말일까? 나랑 뭐가 다를까?’ 의 태도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잘못된 깨달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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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또는 11시, 공부를 마치고 가방을 메고 나서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제각각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이들은 대개 플래너나 공부 타이머 앱에 '10시간 30분', '11시간'이라는 숫자를 선명하게 찍어낸 학생들, 인강을 들으며 열심히 필기한 흔적들을 되돌아보는 학생들일 것입니다. 하루를 온전히 공부에 바쳤다는 뿌듯함, 남들 놀 때 나는 책상 앞을 지켰다는 위안이 온몸을 감싸 안을 것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묻겠습니다.
당신이 보낸 그 10시간은, 정말로 '10시간 치'의 가치가 있었나요?
만약 이 문장을 읽고 가슴 한구석이 덜컹 내려앉거나, 알 수 없는 불쾌감과 억울함이 밀려온다면 당신은 지금 정확한 지적을 당한 것입니다. 이 글은 단순히 "잠을 줄여라", "엉덩이 싸움에서 이겨라" 같은 뻔하디뻔한 노력을 강요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왜 수많은 수험생이 자습실에 유령처럼 앉아 엄청난 양의 '볼륨(Volume)'을 소화하고도 성적의 정체기를 맞이하는지, 그리고 왜 누군가는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부족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험장에서 압도적인 만점을 받아 가는지, 그 '밀도(Quality)'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함입니다.
이제 스톱워치가 주는 가짜 위안을 잠시 내려놓고, 당신의 공부가 가졌던 진짜 민낯을 마주해 봅시다.
@@'가짜 공부'의 늪: 뇌가 아닌 눈이 일한 시간@@
우리는 왜 자꾸 공부를 '양(Volume)'으로 측정하려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눈에 보이고, 측정하기 쉽고, 무엇보다 가장 편하게 자기위안을 삼을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 "오늘 기출문제집 몇 페이지 풀었어."
* "이번 주에 N제 한 권 끝냈어."
* "이번 달 실전 모의고사만 20회분을 소화했어."
이러한 수치들은 우리에게 마치 대단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봅시다. 그 문제들을 푸는 동안 당신의 뇌는 얼마나 고통받았습니까? 다시 말해, 정말 나의 실력이 늘었고, 성적이 오를거란 확신이 드나요?
많은 수험생이 하는 전형적인 '가짜 공부'의 루틴은 이렇습니다. 독서 지문을 읽을 때, 글자는 눈으로 바쁘게 훑어 내려가지만 머릿속에서는 지문의 논리적 연결 고리가 전혀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저 웅장한 배경지식이나 화려한 구조 독해의 틀에 끼워 맞춰 "대충 이런 뜻이겠지" 하고 뭉뚱그려 넘깁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다 선지 두 개에서 막히면, 끈질기게 지문으로 돌아가 출제자의 의도를 의심하는 대신 대충 감으로 찍습니다. 틀리면 해설지를 펼치고 "아, 이거였지" 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플래너에 체크 표시를 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갑니다. 해설 강의를 보며 납득하면 넘어가고, 혹은 너무 어려워서 그냥 넘겨버린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낯선 4점짜리 문항이나 킬러 문항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조건의 구조를 해체하고 실마리(저는 트리거라고 정리합니다)를 찾아내려는 지독한 고민은 단 5분도 버티지 못합니다. "음, 안 풀리네" 하고 이내 해설지를 보거나 일타 강사의 수려한 풀이 강의를 재생합니다. 강사가 칠판에 수식을 현란하게 전개하는 것을 보며 "와, 저렇게 푸는 거구나" 감탄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지적으로 성장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강사일 뿐입니다. 당신은 그저 관객석에 앉아 남의 서커스를 구경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 풀이를 눈으로 보고 외우고 그대로 풀어본다고요? 그게 정말 근본적인 실력에 도움이 될까요?
이것은 뇌가 일한 것이 아니라 눈과 손이 일한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채워진 10시간은, 온전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지문 하나, 조건 하나를 극한으로 해체한 상위권의 '진짜 1시간'에 처참하게 압도당합니다. 양치기의 양을 아무리 늘려봐야, 밀도가 제로라면 그 총합은 결국 제로에 수렴할 뿐입니다.
@@의심하고, 연구하고, 일반화하자@@
그렇다면 남들의 10시간을 압도하는 '진짜 1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그 첫 번째 행동 영역은 바로 눈앞에 주어진 텍스트와 조건의 본질을 극한으로 뜯어보는 태도에 있습니다. 독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수험생이 고난도 추론 문제를 틀리면 "내가 배경지식이 없어서", 또는 "행간의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지 못해서"라고 핑계를 댑니다. 그러나 수능을 비롯한 모든 평가원 시험의 본질은 철저하게 '명시적 진술'에 기반합니다. 진짜 고수들은 지문에 없는 거창한 의미를 마음대로 추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문에 '대놓고 적혀 있는 명시적인 클레임‘을 단 한 문장도 대충 넘기지 않고 완벽하게 뜯어보고 의심합니다.
> "출제자가 왜 이 문맥에서 이 단어를 명시했을까?"
> "이 개념이 뒤이어 나오는 조건과 어떻게 논리적으로 맞물리는가?"
이들은 단 세 줄짜리 문단을 읽더라도, 그 문단이 가진 논리적 뼈대와 의도를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집니다. 지문을 다 읽고 났을 때, 머릿속에는 출제자가 설계한 텍스트의 설계도가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를 풀 때 선지를 보아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출제자가 파놓은 매력적인 오답 함정이 너무나 명백하게 들여다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밀도가 낮은 학생들은 지문 3개를 번개처럼 읽고 문제 15개를 해치우는 데 시간을 씁니다. 공부의 양은 많아 보이지만, 시험장에서는 아주 약간만 변형된 선지가 나와도 쉽게 무너집니다. 본질을 꿰뚫는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글을 아무 생각없이 읽고 문제나 풀거였으면, 그게 평가원 기출이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냥 전문 서적이나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고 글자랑 친숙해지기만 하면 그만 아닐까요? 하지만 그 어떤 국어 강사라도 평가원의 기출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하시지 않나요? 그런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평가원의 글은 훈련이 가능합니다. 글의 완성도 및 완결성이 매우 높고, 항상 합리적인 의심과 추론을 바탕으로 글이 전개됩니다. 이를 문제를 풀면서 고민해보지 않는다면 과연 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선지의 근거만 찾아보는 공부를 한다면 이게 새로운 글을 읽었을 때 선제적으로 정보를 확보하는 능력이 도움이 될까요?
저는 국어 강의를 들으며 내용을 필기하는 친구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해설지에도 다 나와있는 내용을 필기하면 나의 실력 성장이 도움이 될까요? 이 공부와 실력향상의 인과관계를 항상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학 과목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밀도의 격차는 더욱 잔인하게 드러납니다. 1등급의 벽을 넘어 만점을 노리는 이들과, 늘 80점대 주변에서 성적이 정체되는 이들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결코 풀어낸 문제의 양(Volume) 차이가 아닙니다.
문제가 막혔을 때, 하위권은 '공식'을 떠올리고 중위권은 '기억(풀어봤던 비슷한 유형)'을 떠올리지만, 최상위권은 '조건의 논리적 해체'를 시작합니다. 킬러 문항이나 낯선 고난도 문항은 본질적으로 여러 개의 쉬운 개념과 조건들을 정교하게 꼬아놓은 결합물입니다. 밀도 높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 즉각적으로 발을 굴려 풀기 시작하지 않습니다. 먼저 심호흡을 하고 출제자가 제시한 발문과 조건을 가만히 쳐다봅니다.
* 가 조건과 나 조건이 말하고자 하는 건 뭘까?
* 이 함수가 왜 하필 '실수 전체의 집합에서 연속'이라는 조건을 달고 나왔는가?
* 출제자가 숨겨놓은 이 문제의 결정적 실마리, 즉 트리거는 어느 지점에 숨어 있는가?
그 트리거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개념적 도구들을 하나씩 대입해보며 논리적인 가능성을 좁혀나갑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양치기로 N제 30문제를 기계적으로 풀고 동그라미를 치고 틀리면 해설지를 보거나 강의를 참고하며 공부할 것입니다. 비슷한 문제가 또 나왔을 때 맞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으신가요? 저는 요즘에 수능이 ‘누가누가 치환을 잘하나‘를 묻는 시험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말이나면, 공부는 문제를 풀고 그 문제를 풀기위한 발상도 정리하되, 이 발상을 떠올리기 위한 논리적 인과까지 고민해봐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킬러 문제를 만났을 때 진행되는 긴 호흡의 복잡한 사고과정도 하나하나 인과적 스탭을 밟아가며 선제적으로 익혀둔 다음, 시험에서 이리저리 다른 말로 꼬여있는 발문을 내가 전에 보고 고민했던 문장으로 바꾸는 행동이 되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런 공부가 익숙해야 양치기를 하며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이래야 다음 시험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변형 킬러 문항을 만나도 스스로 트리거를 당겨 풀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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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10시간은 누군가의 1시간과 같다"는 말은 결코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절망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냉정하게 자기 객관화를 시작하라는 강력한 이성적 신호입니다.
많은 수험생이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주관적 인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도 반납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당연히 성적이 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모의고사 성적표는 차갑기만 합니다. 이때 인지(내 노력의 느낌)와 실제 데이터(성적)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 발생하고,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감정적인 슬럼프를 유발합니다. "나는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이죠.
하지만 진짜 무서운 태도는, 그 슬럼프를 이겨내겠다며 또다시 "내일부터는 12시간 앉아있어야지" 하고 양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방향이 잘못되었는데 속도만 높이는 격입니다.
슬럼프를 막고 성적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감정적인 다독임이 아니라,
철저하게 이성적인 태도로 내가 무엇을 공부했는지 분석하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모의고사만 기록한 10시간 중,
* 멍하니 인강 강사의 판서를 필기 모방한 시간은 몇 분이었는지,
* 영어 단어를 눈으로 훑으며 잡념에 빠졌던 시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 국어 지문의 명시적 진술을 끈질기게 의심하며 뇌를 고통스럽게 만든 시간은 단 몇 분이나 되었는지
스스로의 행동과 상태를 아주 차갑게 분리하여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 공부의 모습과, 실제 내 사고가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하세요. 자리에 앉아 있는 껍데기 시간에 속지 않고, 내 사고의 해상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할 때, 비로소 공부의 밀도가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공부 시간의 '볼륨'이라는 거대한 착각에서 걸어 나오세요.
오늘 밤, 플래너를 펼쳤을 때 찍혀 있는 숫자가 다소 초라할지라도 슬퍼할 필요 없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당신이 지문 하나를 완벽하게 씹어 먹었고, 수학 킬러 문항의 조건 구조를 논리적으로 해체해 내는 데 성공했다면, 당신은 오늘 남들의 10시간을 뛰어넘는 위대한 1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시험장에서 당신을 구원하는 것은 당신이 자습실에서 보낸 무의미한 1,000시간의 엉덩이 싸움이 아닙니다. 오직 단 1분 만에 지문의 본질을 꿰뚫고, 단 3분 만에 문제의 트리거를 찾아내는 극도로 압축된 사고의 밀도입니다.
이제 스톱워치를 채우려는 욕심을 끄세요. 양이 적더라도 질을 높이세요. 그리고 당신의 뇌를 극한으로 켜세요. 당신의 1시간을, 남들의 10시간과 같게 만드세요. 그 밀도의 차이가 다가올 시험장에서 당신과 그들의 운명을 완벽하게 가를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나의 공부와 실력 향상의 인과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항상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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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감

ㄹㅇ돌아보고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