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043572
“존재하는 범주인 유는 여러 가지 뜻으로 말해지지만, 명백히 그 일차적인 뜻은 사물의 본질인 ‘무엇임’을 지시하는 실체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이 실체의 속성, 즉 그것의 양이거나 질이거나 상태이거나 다른 어떤 규정이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일컬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실체란 무엇인가? 우리는 실체를 적어도 네 가지, 즉 ‘무엇임’, 보편자, 보편적 부류인 유, 그리고 밑바탕이 되는 기체로 일컫는다. 여기서 기체란 다른 것들이 그것에 관해 술어로서 서술되지만, 그것 자신은 더 이상 다른 것에 관해 서술되지 않는 궁극의 주어이다. 그러므로 기체의 본성을 규정하는 일이 가장 먼저 요구된다. 왜냐하면 일차적인 기체야말로 가장 참된 의미에서 실체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체라는 의미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질료가 기체라 일컬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상이, 그리고 셋째로는 이 둘로 이루어진 결합물이 기체라 일컬어진다. 가령 동상을 예로 들면, 청동은 질료요, 그 모양의 윤곽은 형상이며, 이 둘로 이루어진 동상 그 자체는 결합물이다. 만일 실체를 단순히 기체라고만 규정한다면, 질료야말로 궁극적인 실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왜냐하면 사물에서 속성들과 작용들, 그리고 잠재성들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길이와 폭과 깊이에 의해 규정되는 물리적 크기인 양마저 제거된 순수한 바탕만이 남게 되며, 이것은 그 자체로는 어떤 ‘무엇’이라고도 어떤 물리적 ’양‘이라고도 일컬어지지 않는 무규정적인 질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료가 일차적 실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실체에 가장 고유하게 속하는 특징은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 분리가능성과 어떤 특정한 이것이라는 개별성으로 여겨지는데, 무규정적인 질료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료보다는 오히려 형상이나, 질료와 형상의 결합물이 실체에 더 가깝다.
그런데 생겨나는 것들은, 자연에 의해서 생겨나든 기술에 의해 생겨나든, 모두 밑감으로서의 질료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저마다 어떤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이런 잠재적 가능성은 각 사물 안에 든 밑감이기 때문이다. 질료는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잠재성으로서 존재하지만, 그것이 아직 현실적으로 어떤 특정한 ‘이것’이 아닌 한 참된 의미의 실체일 수 없다. 반면에 형상은 질료를 특정한 ‘이것’으로 한정지어 주는 원리로서, 곧 그 사물 자체에 의해서 서술되는 일차적인 ‘무엇임’이다. 복합적인 사물이 스스로의 본질인 ‘무엇임’을 획득하여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것’이 되기 위해서는 질료에 형상이 부여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는 개별적 결합물은 본성상 실체일 수 있으나,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궁극적인 원인으로서의 일차적 실체는 잠재적 질료를 규정하여 현실적인 사물로 만드는 내재적 형상이다.
나아가 실체의 이 같은 구조는 잠재성과 현실성의 측면에서 다시 파악되어야 한다. 밑감이 잠재성이라면 형상은 현실성이다. 어떤 사물이 생겨난다는 것은, 아직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밑감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형상이 실현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잠재성과 현실성 중 어느 것이 앞서는가? 개념을 설명하는 로고스에 있어서나, 실체적 본성에 있어서 현실성은 잠재성보다 앞선다. 잠재성을 지닌 것은 현실성에 도달하기 위해 목적을 향해 움직이지만, 현실성은 그 자체로 이미 실현된 목적인 엔텔레케이아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은 목적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비록 시간적으로는 개별 사물에 있어서 잠재성이 현실성에 앞설지라도, 궁극적인 원인과 본성에 있어서는 결코 잠재성에 뒤처질 수 없다. 결국 영원하고 필연적인 것들은 잠재성을 결코 섞어 갖지 않으며, 완전히 현실적인 것으로서 존재한다. 일차적 실체, 즉 형상으로서의 현실성은 모든 생성 변화의 근저에 있으면서도 그 자신은 질료의 잠재성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작용 원리인 것이다.”
지문 작성은 동서문화사 형이상학에서 7권 3장, 7장, 8장, 17장, 9권 8장에서 발췌해서 연결해 적었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07년생#08년생#독학생 오르비의 주인이 될 기회 37 40
-
하아아ㅏ 승리형 0 0
강의 너무 길어서 힘들다 ㅋㅋㅋㅋ 도움은 되지만 ㅈㄴ힘드네
-
그게 너라서 0 1
열심히 언젠가는 비상을 하겠다고 꿈꾸며 노력하는 사람이 너라서 참 좋다 - 메타에 뒤쳐질순없다 -
-
주식이야기 좀 해보자꾸나 2 0
응응
-
어쩔땐 1 어쩔땐 2나오는데 무조건 1받아야하는 상황이면 신택스를 들을까요
-
보이지 않는 님. 1 2
세상 사람들은 만남만이 기쁨이고 이별은 슬픔의 끝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별의...
-
한마디만 함 5 0
나중에
-
실험해볼사람!!!
-
꽃잎이 흙으로 돌아간다고 어찌 그 향기마저 땅에 묻혔다 하겠습니까.
-
죽음의례의새 공략좀요 4 0
왤케셈?
-
2025 Recap 순위표 ver.2 (~300위) 24 4
1위 탈릅 2위 하이샵 3위 파마늘 5위 흑화해버린 설의적표현입니다. 6위 정시의벽...
-
육군 군수생 고민 6 0
육군군생활 반이상했는데 하면서 별생각 다 들다가 결국 다 필요없고 면허나오는과 가서...
-
작수 24433 2 0
3모 14211인데 수학 공부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ㅠ 세젤쉬 돌리고 한완수...
-
선명하게 물든 채 미소지었어.
-
사랑해 3 0
사랑해
-
으하하 7 1
공부할거임 푸하하
-
수분감 한완기 그외 기출... 3 0
3모는 2등급 초입니다. 현역에 패드 사용은 잘 안해서 기출 문제집(앞서 적혀있는...
-
어렸을땐 2 2
카이스트에 가고싶었지
-
4월부터열심히할게 2 0
사실그때도열심히할지모르것다 ㅈㄴ의욕없네 아ㅋㅋㅋㅋㅋㅋㅋ
-
행복해지러감 10 3
머하러 가는지는 비밀 .. ㅎ
-
놀라운 사실 5 1
현대 트랜지스터는 박테리오파지보다 작음
-
사람이 없는 거임? 아님 생각보다 씹덕이 없는거임? 7 2
댓글이 생각보다 안 달리네
-
닉네임 바꿈 17 0
어떰
-
어우 1 2
어흐
-
난 나루세.
-
거다이는 별 차이 없는듯
-
야구 매일 보려니까 할일을 못함
-
이게 말로 설명하기는 쉬운데 1 2
글로 칼럼으로 쓰는 건 상상 이상의 난이도네
-
나는 9 1
실리콘맨
-
2028 수능 과학탐구 영역(통합과학) 1등급 구분 원점수 50.0 2등급 구분...
-
. 2 0
#??Japan is turning footsteps into...
-
나 25랩임 4 2
ㄴㅇㅅ 5의 배수 이제 팔로워도 5의 배수면 됨
-
난 뻘글이 체질이야 2 2
뻘뻘
-
그만할게요 5 1
ㅇㅇ
-
아 쇼발 1 1
칼럼 쓰는 사람 대단하네. 걍 유기할게여 ㅈㅅ 어차피 도움 안 될 것 같음.
-
야구 2 0
벌써 진거같네
-
왜 이런거 안내냐고 평가원 ㅎ
-
오르비잘자 19 1
새벽세시구나 ㄹㅇ
-
. 3 0
-
고3 한국사 1 0
마싰다
-
처음 오르비했을때가 기억나네 3 2
6모치고 투과목가도 되나요 이딴질문 했었음
-
4시간 30 분 동안 등산했음 2 1
너무 힘들어 중간에 굴러서 내려가고 싶었음
-
오르비하면대학잘갈수있음? 3 0
많이해야하는거임?
-
하루 휴식 어떻게 생긱하시나요 1 0
컨디션 안좋고 집중도 안되는데오늘 하루 쉴까 고민중이에요근데 또 뒤처질 것...
-
진짜 내신 확통 왜했지 6 4
수특 변형 아까 풀었는데 미적 풀고 싶다는 생각만 백만번함확통.. 너무 머리 아픔
-
칼럼 예시 5 2
이런 식으로 해도 괜찮음? 보기 어떰?
-
삼반수할까말까할까말까 2 1
수학진짜 3개월만 각잡고하면 진리의 문이보일거같은데
-
나 대학 어케옴 6 2
작년에 9달동안 글 약 5700 댓글 약 22000개 쓴듯
-
주식영화 작전 재밌음 7 0
확실히 그 시절 국장에 데였을걸 생각하니 끊임없이 시장을 불신하는 것도 이해가 감
-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계선 0 2
타임머신 개발 ->과거로 돌아가 인공지능의 아버지 제프리 힌튼의 연구자료 몽땅 삭제...
-
안냐떼요 3 0
누구떼요금지때요

어려워서 유기할게요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질료 개념과 칸트의 4범주에 대해 알고있으면(정확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먼저 오르가논에서 설명한것) 읽기 편했지만, 그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는 학생들의 기준에서는 과하게 어렵네요 글 자체는 수제 느낌나서 보기 좋아요
원전을 그냥 발췌해서 써서 그렇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