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eiisf [1243260]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6-03-26 00:48:49
조회수 227

방황하고 계신 수험생께 이 글이 닿았으면 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019099

안녕하세요. 오르비에는 처음 글을 쓰는 것 같네요. 

애초에 제가 다시 이곳에 들어와서 글을 쓰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저는 06년생 현역 수시로 인서울, 반수까지 했던 한 수험생이였습니다. 제가 이곳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10대의 후반, 20대의 초반에 방황하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고 이곳에 그런 분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힘들 때 가끔 오르비에서 위로를 받았으니까요.


제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성적과 공부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수능에서의 과정과 수능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수험생 여러분이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수험생일 때를 떠올려보면 '불확실함'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싶은 게 정해져있는 학생이였고 학력만 뒷받침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꽤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던 저는 고3 때 번아웃이 왔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랄까요... 목표하던 대학에 가기에는 성적이 턱 없이 부족했고 제가 꿈꿔왔던 미래는 현실에서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주변에서 아무리 넌 안된다고 이야기해도 될거야, 될거야 하면서 버텨왔던 제가 점점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한순간에 무너진 거 였습니다.


저는 9월 초, 원래 준비하던 수시를 하향으로 도망치듯 적고

목표하던 대학은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어짜피 학력이 안되더라도하고자 하는 꿈은 명확했으니까요.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고 한 학기는 잘 사는 듯 했습니다.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수험생 내내 가고싶었던 꿈의 대학의 축제에 가게 되었습니다. 분명 어릴 적 상상에서는 그 학교의 일원으로 있었는데, 그곳에 지금 외부인으로 있다는 것이 저를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기분이 싱숭생숭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저는 반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반수를 할 때, 다짐한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1. 결과에 집착하지 말자.

2. 입시에서 못한 경험을 온전히 다 느끼고 오자.


저는 당시 학교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과 수업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반수를 하겠다고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된 것은 

입시하는 과정에서 버리고 온 '나 자신' 이였기 때문입니다.


(반수를 결심하는 분들, 내가 어떻게 입시를 해나가야할 지

막막하다고 생각이 드시면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집중해주세요.)


현역 때, 3-4개월을 공부를 놓으면서 수능까지 그냥 그저 그렇게 치고 최저 없는 수시 학종으로 들어온 제게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 이제 다 끝났네' 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나고 나니 공부를 하지 않은 3-4개월 동안 입시의 과정을 회피해오면서 도파민만 추구했던 저는 더 이상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은 뭐였는지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 성적보다 높은 학력을 얻고 제가 가진 개성은 잃어버린 깡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수를 하는 동안 잃어버린 제 자신을 찾기로 했습니다.


수능 이후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대학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반수를 하시는 분들, 

정말 여러분들이 더 높은 학력을 가진다면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어른들의 선택에 이끌려 수능을 치르시는 분들,

수능이 끝나면 여러분들의 질문은 해소될까요?


저도 반수를 하는 동안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입시생활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저는 나름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여러분들께 

저만의 정답을 공유해드릴까 합니다.


1. 나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인가?

저는 원래 현역 때에도 대학 간판에 대한 회의감이 컸습니다.

좋은 대학에 간 사람들이 명문대가 좋다 칭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사람이 

그리 불행해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저는 대학 간판의 의미가 점점 사라진다고 느꼈습니다.

솔직히 지금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유튜브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 분들의 대학보다는 그들이 가진 개성이 훨씬 더 돈이 되죠.


고로, 굳이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대학만 간다면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알아야겠죠.

저는 남들이 돈을 잘 번다고 하는 분야보다는 저에게 더 가치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향상시키는 쪽으로 가고싶었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과정은 나중에 한번 더 글로 풀어보겠습니다.)


2. 그렇다면 내가 입시에서 진정하게 얻어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각 과목마다의 애정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이 치뤄야할 시험에 의미없는 문제들을 넣어놓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국어는 독해력과 세상을 보는 눈을, 

수학은 적재적소에 어떤 개념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를,

영어는 내가 보는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사회탐구는 각 개념들이 사회전반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탐은 안해서 모르겠습니다.)


그 과목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얻어가면 좋을 것들에 집중하고

생활패턴을 돌리고, 절제해보고, 또 남은 시간엔 저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입시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에게 주어지는 

'나를 찾는 여행' 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과목을 싫어하는 이유는 뭔지, 또 좋아하는 이유는 뭔지부터 출발해, 나는 어떨 때 일어나면 집중이 잘 되는지, 무엇을 하면 진정한 휴식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기쁘게 만드는지, 나에게 온전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등등
끊임없는 나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보고 나를 실험하고 또 구체화시키길 바랍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둘씩 발견하다 보면

나의 취향이 모이고 그 취향이 모여서 가치관이 될 것 입니다.


나 자신의 정체성 없이, 그저 하라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입시 생활을 보내고 모든 것이 어른들의 탓이라며 불평만 하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불평해 봤자,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현역 때 입시에 실패하신 분이 직접 나서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경험담을 들려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야심한 밤에 글 써봤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현명하게 입시생활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