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009290
요즘 조현아의 〈줄게〉를 우연한 기회로 다시 듣고 있는데, 사랑 노래를 빙자한 불교 포교가 아닌가 싶다. 사랑마저 공(空)하다는 깨달음, 즉 집착의 대상이 본래 자성(自性)이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무소유(無所有)의 실천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이는 일종의 세간화된 수행론이다. 마치 원효가 무애(無礙)의 정신으로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불법을 전했듯, 대중가요라는 형식을 빌려 해탈의 논리를 읊는 것이다.
"니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이 의미심장한 대목 중 하나인데, 출신, 배경, 정체성 등 분별(分別)의 조건들을 모두 괄호 쳐두고도 사랑이 성립한다는 선언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해체하는 불이(不二, advaita)적 관계관의 표현이다. 연기(緣起)의 논리상 "나"와 "너"는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 관계망 속에서 성립하므로, 상대의 조건적 정보는 사랑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구절은 그 연기적 직관을 정서적 언어로 번역한 것으로 읽힌다.
물론 데리다나 레비나스를 경유한 해석을 제출할 수도 있다. 데리다는 『시간을 주다(Given Time)』에서 순수한 증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논한다. 증여가 성립하려면 주는 자, 받는 자, 선물이라는 세 항이 필요한데, 이 구조가 인식되는 순간 증여는 교환의 경제로 환원되어 버린다. 진정한 증여는 증여로 인식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는 역설이다. 후렴의 반복적 선언은 이 역설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줄게"를 선언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교환의 언어 안에 포획된다. 그러나 "남은 사랑", 다 소진되어가는, 잉여로서의 사랑은 등가교환의 논리를 벗어난 과잉(excess)의 증여에 가깝다. 데리다적으로 읽으면, 이 노래는 불가능한 증여를 향한 불가능한 욕망의 수행적 발화다.
한편 레비나스에게 윤리의 출발점은 타자의 얼굴(le visage)이다. 타자는 나의 인식 체계로 환원될 수 없는 절대적 외재성(exteriority)을 지니며, 바로 그 환원 불가능성이 윤리적 책임을 발생시킨다. 타자를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타자를 자아의 연장으로 동화시키는 폭력이다.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사랑한다는 구절은 레비나스적 타자 윤리의 정서적 표현이다. 조건과 정보를 괄호 쳐둔 채 타자의 절대적 외재성 앞에 무한한 책임으로 응답하는 것, 이것이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를 위한 존재(être-pour-autrui)"다. 앞서 분석한 불이(不二)적 관계관과 구조는 다르지만, 타자의 환원 불가능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교차한다.
세 관점은 결국 하나의 축 위에서 수렴한다. 불교의 공(空)과 무소유, 데리다의 불가능한 증여,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는 모두 소유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를 가리킨다. 불교가 집착의 소멸을 통한 해탈로 나아간다면, 데리다는 교환의 경제를 초과하는 과잉으로서의 증여를 사유하고, 레비나스는 타자를 동화시키지 않는 무한 책임을 윤리의 근거로 삼는다. 방향은 다르지만 세 논리 모두, 자아 중심적 소유의 논리가 해체될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역설을 공유한다.
〈줄게〉는 그 역설을 3분 남짓의 멜로디 안에 압축한다. 사랑 노래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안에서 작동하는 논리는 수행론적이다. 원효가 저잣거리에서 춤을 추며 불법을 유통시켰듯, 이 노래는 대중가요라는 가장 세속적인 형식을 방편 삼아 소유와 집착의 해체를 노래한다. 듣는 이가 그것을 알아채든 알아채지 못하든, 어쩌면 알아채지 못할 때 더 깊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데리다가 말한 진정한 증여의 조건을 스스로 충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럼 나 adhd 인데 걍 공부한건가?
-
진짜 이건 기적이다
-
확통과탐 하실 분들 구합니다 0 1
약대와 컴공 노리는 분들을 구합니다
-
고1 3모 "옷 벗기기" 지문 8 6
남장여자 옷벗기기 어흐
-
재수생 3모 수학 어떡하죠 2 1
통통이고 작수 낮4 거의5이긴 한데 이번에 3모 76나왔거든요... 방학에 나름...
-
본인 보통 이정도 표시함 6 1
-
님들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냄 6 1
15411이면 동국대 미컴이 적정이에요..
-
현역이 수학 n제 푸는거 허순가? 14 0
김범준 공통 현강 다니고 있는데 요번주 가고 허들링 휴강해서 내신 휴강 시즌동안...
-
맘터 양심없네 0 2
22300짜리 메뉴를 24800원에 파는 매장 사장님 양심은 있습니까 어플에선 정가로 뜨더만
-
나 도파민 지문 12 0
이따구로 읽고 다틀림
-
(정보) 수능특강 독서후기 / 평가 18 18
본인피셜이니 거를건 거르고 도움되는거만 보시면됨 내신 시험 출제용으로 다풀어봄 •...
-
사과 속에 핏줄 과즙 향기 그녀 안보는척 보았나 출렁 이게 진짜 안노린거라고?? 김기택 네이놈
-
옆에 존잘남도 ㅅㅅ를 한다고? 3 2
항상 도도하게 공부만 하고 친구들과 공부 얘기만 하는 존잘남이 ㅅㅅ를 한다고?
-
작자미상 옥주호연인데 그 시대상 임진왜란인가?? 그거때문에 여성들 활동 못해서...
-
고딩들이 부럽구나
-
물론 1컷 겨우 맞추긴 했는데 이 정도면 뽀록 아니고 실력 향상 맞겠죠
-
도파민지문을 왜 하나빼고 다틀린걸까요 뭐가문제인지..
-
아니 그 사무실 사과 여직원 출렁 지문 나만 이해안감? 12 3
진짜 국어할때 여자 성희롱하는 내용인줄 알았음 뭔데 이게 ㅅㅂ
-
그렇게 도도하게 생긴 이쁜 여자가 침대위에서 남자한테 박히면서 교성을 지른다고? 다...
-
오르비에 귀여운 사람 왜이리 많음? 26 2
ㄹㅇ
-
으악 신경주사 4 1
맞은것중 젤아픔 ㅜㅠㅠㅠㅠㅠㅠㅠ 허리에 맞았는데 다리 힘이안드감..........
-
머임 이거 어케하는거임 0 0
시 식별번호 이거 어디서 확인함???? 아예 없는데 뭐지 분명히 공홈에서 다 샀고,...
-
인생에서 반 년이 큰 걸까 3 0
반수 개쳐망하면 내 한 학기가
-
독재 원래 이따구로 프린트함? 3 1
A4재질에다가 표지도 없고 그냥 프린트한거 호친키스로 왼쪽위에다가 한번 박아서줌...
-
이 프사 하니까 13 2
다들 hdant님으로 오해하네요 ㅋㅋㅋ
-
봐줘.. 나 사실 0?8이야 ㅠㅠㅠ 늙기싫었어
-
심지어는 한자임 7 0
진짜임..
-
개인 체감상 5 1
국어 3모 언매가 굉장히 쉬웠고 문학과 비문학이 고르게 매우 어려웠다고 보는데...
-
이번 3모 영어 4등급맞은 이과형 학생입니다. 내신대비하면서 모의고사 실력, 즉...
-
학평 시험지 7 0
재질 너무 사랑스럽네
-
22번 아직도 억울하네 2 0
x=t를 y=t라고 봐서 ㅅㅂ 지수에서 로그로 만들고 회전시키고 별 ㅂㅅ짓 다하다가...
-
엇 언팔당햇다 13 1
언놈이냐
-
학원가야하네 16 1
나가기싫은디...
-
X9년대 생들 8 0
고종 얼굴 본적있음???
-
더프성적표 1 0
딧올다니는데 언제쯤 받음??
-
저 비문학 1틀 문학 5틀 언매 5틀인데 저처럼 틀린 사람은 없삼?
-
설마 주민번호 뒷자리 첫번째가 1,2인 오르비언이 있음??? 6 0
ㅇㅇ??
-
올해 설맞이 지인선 어떰? 1 0
풀어본사람 후기좀
-
한양여자대학교있는거앎??? 15 1
몰랐지?
-
글리젠 보존 법칙 2 0
저녁을 기대하셈!!
-
한양대과잠멋있네 9 3
그 사자 모양으로 글씨써져있음
-
아 법지문 보기문제 쉬운거였네 1 0
작수처럼 법 + 보기 + 가나형이라 쫄아서 문제 쳐다도 안보고 찍틀한거랑 패턴이 같네
-
부담 갖지 말고 쪽지 주삼 어차피 시간 빌게이츠 옯창 청년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ㅇㄱㅈㅉㅇㅇ? 5 2
ㅠㅠㅠㅠ
-
구거 나한테 물어본다는 사람이 12 3
있네.. 일개 수험생인뎅..
-
자기혐오 max됨
-
밥처먹다가 3 1
갑자기 현타왓는대 왜지 ..ㅆㅃ ㅠㅠ
-
아가 취침 4 2
30분만 자고 헬스장가야지
-
3모 어떰? 18 0
자신기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