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가는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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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열어둔 미닫이문 틈으로
비릿하고 서늘한 흙내음이 건너온다.
다갈색 마루에 기대앉아
식어버린 찻잔을 멍하니 바라본다.
수면 위로 미세한 파동이 일고 있다.
처마를 때리는 빗소리의 진동인지,
그저 내 옅은 한숨 탓인지 알 수 없다.
오늘도 아무와도 말하지 않았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은
제각기 무거운 시간을 매달고
진흙 위로 무력하게 추락한다.
투명하게 뭉개지는 저 물의 궤적 속에서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나의 얼굴을 본다.
써 내려가다 만 원고지 위에는
부치지 못할 변명 같은 문장들만 눅눅하게 젖어가고,
오래된 나무 기둥이 습기를 머금으며 내는
미세한 뒤틀림 소리가 방 안을 맴돈다.
특별히 슬퍼서가 아니다.
다만,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윤곽이
습기를 먹은 낡은 종이처럼
조금씩, 조용히 흐려지고 있다는 기척을 느낄 뿐.
비는 멎을 기미가 없고
방 안의 고립은 한 겹 더 두터워진다.
나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내 안으로 스며드는 비의 차가운 온도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어느 사소한 나의 오후가
그렇게 빗물과 함께 고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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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ㄱㄴ
이거님이지은거???
ㅇㅇ
진지하게 블로그 시작해보셈뇨
수능끝나구..
옛날에 했었는데 기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