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콩전사 [375008] · MS 2011 · 쪽지

2016-01-27 1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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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니어 간만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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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뉴스]'매년 99만원 기부'하는 20대 비정규직 청년
기사입력 2016.01.21 오전 5:00
최종수정 2016.01.21 오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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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 20대 청년이 등록금을 벌고자 아르바이트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친구 황순원씨를 기리며 3년째 황씨의 이름으로 성금을 기부했다. (사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물은 아무리 뜨거워도 99도가 아니라 100도에서 끓어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위해 나머지 1도를 채워줬으면 합니다."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20대 후반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사랑의 열매에 편지와 함께 99만원을 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2013년부터 3년째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군대 후임 '황승원'씨 이름으로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A씨와 황씨는 2009년 충남 논산부대에서 군대 선후임으로 만나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둘이 친했던 사이는 아니었다. 1년 선임이었던 A씨는 평소 몸이 약해 비실거리던 황씨를 보고, 꾀병을 부리는 줄 알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함께 훈련을 받던 도중 황씨가 쓰러져 병원에 2주 동안 입원하는 일을 겪고 난 후, 황씨가 무리하면 세포가 괴사해 근육이 녹아내리는 '횡문근 융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 A씨에게 황씨는 유독 더 챙겨주고 싶고, 맛있는 간식도 사주고 싶은 후임이 됐다.

"승원이가 몸이 약해도 굉장히 착실했어요. 군 복무를 하면서 군대 월급을 모아 부모님께 생활비로 드리고, 휴가 때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를 모았던 성실한 친구였죠"

황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돈을 벌면서도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부지런히 준비하는 등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서울시립대에 재입학했다.

"승원이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후배임에도 존경스러웠어요. 먼저 전역한 이후에 승원이에게 면회가 "제대하면 사회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황씨는 2011년 군 제대 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대형마트 기계실 냉동설비 수리 직업을 하다 질식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위험하고 고된 업무라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황씨는 월 150만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하고 시작했다.

당시 비싼 등록금이 황씨를 죽음으로 몰았다며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앞장서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여론이 뜨거웠다. 하지만 관심은 잠깐일 뿐,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황씨는 점점 잊혀져 갔다.

"승원이가 죽고 1년이 지나니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승원이를 계속 기억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승원이 이름으로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고등학교 때 봉사동아리 회장을 했던 A씨에게 '기부'는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그는 울산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도 틈틈이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야외활동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TV에서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워하시면서 기부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어요. 최근에 여동생도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해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 머리카락을 기부했더라고요"

A씨는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2013년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틈틈이 돈을 모았고, 졸업 이후 2014년부터 서울에 있는 한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입사해 사무직 일을 하면서 기부를 하고 있다. A씨가 기부한 99만원은 저소득층 학생 3명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A씨의 가장 큰 소망은 정규직 전환이다. 고향인 울산에서 올라와 서울 원룸에 살면서 월급 120만원으로 매년 기부를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직이다 보니 불안정하고 월급도 적어 올해도 기부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올해는 꼭 정규직 전환이 되어서 계속 기부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부는 또 다른 기부를 낳는다. A씨의 기부 소식을 들은 남성이 2014년 경기 수원시 사랑의 열매에 편지와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갔다.

익명을 요청한 남성이 놓고 간 편지에는 "우연히 황승원이라는 이름을 기억해달라며 99만원을 기부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미약하나마 제 돈이 1도의 온도를 올리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황승원과 그의 친구' 이름으로 기부하고자 합니다"고 적혀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기부에 동참해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요즘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유행할 만큼 사회가 팍팍해졌는데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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