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 [533431] · MS 2014 · 쪽지

2016-01-26 18:15:58
조회수 657

독일 교육이 우리나라의 모델이 되어야 할까요? (자작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70819

서두에 밝히고 시작하자면,
저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학벌주의에 대한 부분을 일부 완화시켜야 하고
또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독일식 교육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강하게 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독일 교육이 단점만 가득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현재 독일의 대학교육 체제는 공고히 잘 갖춰져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적은 편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독일 교육 전체를 좋게 보는 것 또한 일종의 환상이 아닐까 싶어서 적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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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같은 경우 제 길지만은 않은 짧은 체류경험에 의존해서 써보자면,

저는 독일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독일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학교때부터 감나지움 레알슐레 하웁트슐례로 나뉘어지는데..

사실 이건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판받는
고2때 문이과 진로 결정 or 중학교 졸업할 때 진로 결정보다 훨씬 이전에 진로를 결정하는 꼴이어서..


학생의 진로설정이 너무 이르다면서. 독일식 교육으로 가야한다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솔직히 좀 의문부호가 강하게 붙습니다.

독일 내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이 거세서,
요즘엔 게잠트슐레라고 둘을 합쳐놓은 융합형 학교 같은 것도 많이 만드는 추세이고,
대학 진학률도 10년전에 비해 진짜 많이 올라온 편입니다.

또한 흔히 독일은 대학이 평준화되어있다고 하는데,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인 것이
TU9안에 속한 대학들이나, 몇년전부터 채택중인 엘리트 대학 선정 제도 (한국말로 번역하기가 어려운데, 이 선정제도는 가변적인 제도입니다.)
안에 있는 대학들은 자국민이나 유학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극명하게 갈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평준화되었다라고 말하는 것도 약간은 어폐가 있습니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독일 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언론에는 감나지움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사실 10년전에만 해도 독일 교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건 하웁트슐레였습니다.


그런데 감나지움과 하웁트슐레의 진학률이 역전되면서 독일의 대학진학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계기가 생겼는데
2003년 최초로 조사된 PISA 조사결과입니다. (우리나라와 핀란드가 다툰다는 그 조사 맞습니다.)

독일 정부가 자국의 낮은 학업성취도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2005년에 내놓는데, 이게 꽤 파장이 컸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 경제적으로 상위 25% 출신의 학생 가운데 61%가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인문계 고등학교(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반면,
하위 25% 계층 출신 학생은 8%만이 김나지움에 진학하였다고 합니다.
독일 중등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절반 남짓한 비율만이 자신의 실력에 맞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진단하였는데.
실제 피자테스트 수학실력 분석 결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레알슐레 학생의 3분의 2, 하우프트슐레 학생의 4분의 1이 김나지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성취도를 보였습니다.
(관련 기사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결국 이 보고서는 독일 사회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저소득,노동자,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문제까지 정면조준하게ㅡ되면서
독일 교육의 모순점을 드러낸다고 독일 사회에서 이슈가 많이 되었죠.

그 때 지적된 부분이
앞서서 이야기한 독일만의 분리학제 시스템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국민들은 이런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나름 고유의 성질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통합학제로 전환하지는 못하고 위에 얘기했던대로 여러가지 보완책 정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튼 감나지움의 진학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지게 되었고,
금융위기등을 거치면서 대학진학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득이 높다는 결과도 많이 나오면서,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과반까지는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문제는 각 나라의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섣불리 다른 나라의 모델을 차용하자는 주장이 어떨 때는 좀 위험해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독일 교육은 독일의 시스템과는 잘 맞는 교육이겠지만,
우리나라와 과연 궁합이 맞을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저도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불만이 많은 사람 중 하나이지만,
우리만의 모델을 확립하여 개선해나가는 것이 옳지,
독일식 교육으로 나가자는 주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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