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Weltmacht [1390254] · MS 2025 · 쪽지

2026-02-19 01:51:34
조회수 63

2월 18일 오늘의 상식: 공산주의 다음으로 나쁜 것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640547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개념 중에 가장 나쁜 것은 공산주의고


그 다음으로 나쁜 것이 야드파운드법이라는 유서깊은 농담이 있다


악명높은 야드파운드법은 어떻게 유래됐을까?


야드파운드법의 초기 형태는 서기 43년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브리튼 섬을 침공하면서 시작된다


장군들과 고위 관리들의 이익을 위해 시작된 침공은 별 저항 없이 잉글랜드 전역이 로마의 속주로 병합되는 것으로 끝났고


브리튼 섬에 대한 로마 제국의 통치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로마 제국은 자신들이 세운 브리타니아 속주에 도로망 건설 등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자신들의 단위계도 들여왔는데


이 단위계로부터 유래한 것들이 바로 파운드, 온스, 마일 등이다


파운드는 로마의 무게 단위 libra에서 왔고(libra에는 무게 재는 저울이란 뜻도 있다)


온스는 libra의 1/12 단위인 uncia로부터 왔으며


마일은 1000걸음을 의미하는 mille passus에서 왔다


이후 고트족의 침략으로 서로마 제국이 위기에 처하면서 로마 제국은 브리타니아 속주에서 전략적 철수를 결정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게르만족의 일계인 앵글로색슨족이 브리튼 섬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단위계 또한 변형을 맞는다


이때 생겨난 것들이 야드, 피트, 인치 등이다


야드의 측정 기원이 어떻게 되는지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앵글로색슨족의 흉부 너비, 고대 단위 큐빗의 2배, 헨리 1세의 코에서 엄지손가락까지 길이 등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다만 피트는 이름에 걸맞게 발 길이에서 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


인치는 온스와 마찬가지로 uncia에서 왔기 때문에 피트의 1/12 단위로 정의되었다


구체적인 길이가 뒤죽박죽이었던 야드, 피트, 인치, 마일 등을 표준화하는 움직임은 노르만 정복 이후에 나타났다


프랑스 계열 왕조가 잉글랜드를 정복하면서 프랑스식 봉건제가 도입되었고


상업 통제 및 징세를 위해 왕들은 나라 안의 도량형을 통일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때부터 1야드 = 3피트, 1파운드 = 16온스, 1마일 = 8펄롱, 1펄롱 = 10체인 등 갖가지 길이/무게 도량형의 관계가 확립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왕들이 도량형 통일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마다 편차가 계속해서 남아 있었기에


1824년 영국 의회는 마침내 도량형법을 제정하여 법으로 도량형을 확정하고 이 확정된 도량형을 행정에 밀어붙이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때 도량형법으로 문서화된 영국만의 단위계를 제국 단위계(Imperial System of Units)라고 한다


이는 영국 본토뿐만 아니라 영국이 보유한 식민지 전역에서 이 단위계를 썼기 때문


참고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독립전쟁 이후에도 영국 본토가 쓰던 단위계를 계속 쓰긴 했는데


1824년 도량형법에 따른 영국 의회의 도량형 개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자기들 맘대로 썼다


이 자기들 맘대로 단위계를 미국 의회가 정리해서 1832년 제정한 것이 미국 단위계인 것이다


그래서 1930년 두 나라 간의 협의를 통해 25.4mm를 공업용 인치로 지정하기 전까지 두 나라의 인치 사이에는 계속해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고


야드파운드법이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미 앞에서 다들 느꼈을 텐데, 단위 간에 호환이 좀 이상하다


미터법은 단위 간 호환에 있어 10의 거듭제곱을 곱하거나 나누면 되는 편리한 단위계인데


야드파운드법은 단위 간 호환을 할 때 3도 나오고 8도 나오고 16도 나오고 개판이 된다


1야드가 1/220펄롱이고 1인치는 1/792체인이고 1피트는 1/5280마일이고 이런 식


안 그래도 길이 단위 많아서 머리 아픈데 숫자들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야드파운드법이 욕 먹는 또 다른 이유는 쓰는 놈들만 쓰는 마이너 단위계라는 것이다


대영제국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호령했을 때라면 몰라도 이제는 쓰는 놈들만 쓰는 단위계인데 그 단위계가 다른 단위계와 더럽게 호환이 안 되다 보니


야드파운드법을 쓰는 사람도 안 쓰는 사람도 모두가 답답한 세계의 완성이다


야드파운드법 사용자와 거래할 때마다 1야드를 91.44cm로 바꾸고 1파운드를 0.45359237킬로그램으로 바꾸는 삽질을 해야 한다면 돌아버리지 않겠나?


심지어 야드파운드법이 안 좋다는 건 영국인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영국은 이미 EU에 가입하면서 국제 단위계로 공식 단위계를 갈아치웠는데


브렉시트 이후 이걸 무르고 다시 제국 단위계를 쓸지 여론조사했더니 98.7%가 반대한 것이다


(관련 기사: https://www.mk.co.kr/news/world/10907736)


여러모로 탈이 많은 야드파운드법이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